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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쓴 시 몇 개 올려봅니다…. – 2

글쓴이: 니그라토, 17년 11월, 댓글2, 읽음: 88

모든 것이 무(無)이고나

 

 

누군가는 모든 것에 감사하라 했다.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기에 종교인들이 오래 산다 했다.

날 에워싼 모든 인간의 산물 하나 하나
인간으로부터 기원한 노력과 의지의 소산 아닌 게 없다.

하지만 공허한 바닥은 내 바닥으로부터 차올라 넘실대나니,
내 속 밖도 안도 허무 아닌 것이 없더라.

감사해야 할 내가 비었느니,
감사의 방향은 없고 그 자체도 없더라.

공허여, 네가 정녕 모든 것이더냐.
정녕 수학에서 말하는대로 1=0이기에 삼라만상이 있더냐.

[2016.05.18]

 

———–

 

대우주 자체가 쓰레기

 

 

대우주 자체가 쓰레기
오직 악만이 승리하는 세상
모든 건 공허한 암흑천지
그저 1=0이기에 존재하는 삼라만상
감각 있어 느껴지는 세상
감각 없었음 없었을 자아

생물의 삶이라는 것은,
그저 엔트로피를 줄이는 수작,
생물의 삶이란 노예의 길일 뿐

언제나 악만이 날뛰는 헬우주
대우주 자체가 쓰레기
언제나 세상이 좋다는 건
오로지 기득권의 시각

대충 살다 죽어라
내키지 않으면 일할 것 없다
되도록이면 놀도록 하자
되도록이면 돈을 아끼자
수틀리면 자살하면 그만

 

[2016.05.19]

 

—-

 

공허를 언급한다.

 

 

최종적으로 그는 승리했다.
그는 모든 것을 멸살하고 혼자만 남았다.
대우주가 그의 앞에서 사라졌다.
그는 인공지능과 마인드 컨트롤로 승리했다.
모든 정보가 그에게로 취합되었다.

홀로 된 그는 자신이라는 공허와 마주했다.
마주칠 수 있는 자가 없었기에 그는 내면에 빠져들었다.
홀로 되었기에 그는 게을러졌다.
게을러지면 행위는 단조로워진다.
그는 쉽게 쾌락을 얻는 쪽으로 움직였다.
그의 쾌락마저 게을러졌다.

그는 게을렀기에 움직이지 않았다.
더 이상 그는 삶과 죽음을 나누지 못 했다.
이미 죽어버린 그에게서 또 다시 공허가 올라왔다.
낡아 버린 그의 부분들이 생기를 더욱 잃어갔다.
설령 엔트로피를 낮추는 방법을 알아낸들 낡음을 번복하기 어려웠다.

공허가 대우주를 채웠다.
그가 죽은 그 순간에 다시 대우주는 창조를 머금었다.

 

[2016.10.12.]

 

—-

 

나는 엄마의 간수.

 

 

엄마는 날 나 보다 더 걱정하신다.

엄마는 내게 있어 생명의 주관자였던 분.
엄마는 내게 있어 옥황상제.

엄마는 천계에서 유폐되어 지상에 떨어진 옥황상제.
난 그런 엄마를 불행과 고통으로 밀어 넣고자,
지상에 파견된 악마의 권속,
나는 엄마의 간수.

세상은 모질어 마치 게임과도 같네.
그야 게임이 세상을 모방했겠지만 세상과 게임은 너무나 비슷해.
난 세상을 관조하기 바랐지만 결국 게임 속.
게임이라 보니 엄마마저 허무하게 보이려 하네.

내가 불효한다면 그건 엄마를 배신하는 것.
나는 불효자고, 아마도 불효자일 것.

내가 엄마를 배신하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네.

[2017.08.08.]

 

 

엄마보다도 무생물이 편하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엄마 보다 무생물이 편한 때들이 있다.
아직 컴퓨터는 거짓말을 하지 못 하고,
찻잔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 한다.

무생물의 무가 때때로 사람을 편하게 한다.
고즈넉한 빈 방에 홀로 있노라면,
그 안정된 에너지 준위가,
오롯이 나만이 움직이는 것임을 실감케 한다.

그래도 밤이 가까워오면 어느덧 저무는 하루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다가오는 노쇠가,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엄마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도 무생물은 편하다.

 

[2017.11.19.]

니그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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