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말합니다만. 죽기를 바라는 인간에게 함부로 꺼내기란 참으로 힘든 말입니다. 죽는 일 따위만을 생각해 버리고야 마는 당신에게 무엇이 희망이 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당신을 막지 못했나 봅니다.
후회스럽습니다. 무언가를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 얕디 얕은 지식 만으로, 알량한 이해심 만으로 당신을 막아보려 하는 일이 얼마나 오만한 일인지 잘 압니다. 그러나 이대로 포기하기는 싫습니다.
함께 웃고있을 어느 미래가,
수 초 뒤의 미래라면.
나는 남들의 삶을 대신 살아낸다는 생각으로 살아갑니다. 남들이 그토록 원했던 그 평범한 삶을, 얻어내지 못하고 죽어간 그 사람의 삶을 살아낸다고.
맞습니다. 오만하지요. 그러나 이게 내 삶의 원동력이 됩니다. 내 삶이 어찌 타인을 다 대변하지 못할지언정, 그 자체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죽는다는 생각이 왜 나쁘죠? 죽기를 바라는게 나를 막아설 일인가요? 살고 싶다는 생각만이 희망이라고 말하지마요. 죽고 싶다는 마음도 살아가는 이유가 됩니다.
사소해서 평범한 것들도 이유가 됩니다. 내일은 카레가 모레는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16부작 막장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만 살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비범하지 않아도 대단한 위로가 없어도 괜찮다는 말입니다.
죽기를 바란다는 말은. 반대로 간절히 살고 싶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죽을 사람은 다른 사람의 허락을 구하지 않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후회가 아닌 날이 없습니다. 앞을 보세요. 곧 봄입니다. 오늘은 꽃은 내일의 꽃과 다르겠죠. 꽃들도 누군가의 삶을 살지 않아요. 나라서 사는 겁니다.
나라서, 당신이라서, 우리라서. 우주에서 보면 길가의 조약돌보다 못한 존재라도 살아있어서 . 내가 당신의 언어를 듣고 답하는 이 순간이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죽어가는 사람의 병상을 지켰던 적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손을 잡아보려 했습니다만, 결국 잡지 못했습니다. 이 앞에 남은 것이 정말 죽음밖에 보이지가 않아서 정을 떼려 했었지요.
그런데 그 사람은 아직도 내 안에서 살아 말을 겁니다. 똑같이, 당신이 아무리 내게 바라고 떼를 쓴다 하더라도 지울 수가 없을겁니다. 그러니 잊으라 하지 말아주세요.
나는 기왕 태어났기에 살아갑니다. 그 밖에 거창한 이유는 찾아 무엇하겠습니까. 역사에 발자국을 남긴다 해도 무엇합니까, 이미 나는 죽어 없을 것인데.
다만 나는 사랑을 받았기에 살아갑니다. 그저 태어난 내가 사랑을 받았기에 나는 그것에 책임을 다하고자 합니다. 나도 사랑을 받았기에, 나도 사랑을 해야만 합니다. 이 대지가, 하늘이 나를 사랑했기에.
당신과 대화를 나눌 때면 늘 1인극이 되지요. 관객이 없는 나 홀로 하는 극. 지금도 나는 당신의 옆에 있지만, 나의 어떤 말도 당신을 향한 나의 진심은 닿지 않겠죠.
닿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전하고자 합니다.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봄에 피어난 어여쁜 꽃보다도, 여름에 푸르르게 빛나는 생명도 당신의 모습엔 빛이 바래니까요. 부탁이니, 살아가 주세요.
삶엔 아무런 의미도 목적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허무와 공허만이 당신을 가득 감싸고 있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당신이 서두르지 않아도 때가 되면 죽음은 알아서 찾아 옵니다.
우리는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던, 찰나의 생을 지닌 불꽃놀이처럼 살아갈 수 없을까요? 굳이 먼저 생을 끊는 것이 아니라, 당신께 주어진 에너지를, 생명력을 뿜어내며 살아가면 안될까요?
당신에게 ‘안녕’이란 인사를 건네고 싶습니다. 당신을 영원히 떠나보내는 ‘안녕’이 아니라, 당신과 다시 만나서 반갑다는 의미의 ‘안녕’을.
거창한 꿈일지도 모릅니다. 죽음을 바라는 이에게 삶을 원하는 거니까요. 이것만 알아주세요. 당신은 당신을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당신을 둘러 싼 사람들은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당신이 살아가길 바란다는 것을.
살기가 힘들어 도망친다고 말해주세요. 그리고 도망치고 싶은 만큼 도망쳐주세요. 다만, 그 행선지가 죽음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숨통을 조이는 당신에 종지부를 찍고, 끝끝내 시간이 가져다 줄 터인 그 모든 것들을 얻어내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호스트 코멘트
미안합니다. 하지만, 다시 만나더라도 나는 이런 짓을 할겁니다. 당신을 놓아주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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