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보물상자] 멍하니 딴짓하기
자료 정리 중에 갑자기 딴짓이 하고 싶어서 뭔가를 가져옵니다. 아랫글처럼 딱 다섯 개만 할까요.
하나는 브릿G 작품픽,
하나는 브릿G 리뷰픽,
하나는 종이책 소설 픽,
하나는 종이책 비문학 픽,
나머지 하나는 멀티미디어로 해보는 게 재밌겠네요.
전에 이 작품의 작가분께 커미션까지 넣었던 적이 있을 정도로 좋아했던 분의 작품입니다. 지금은 제 닉네임도 바뀌었고, 오너 캐릭터도 바뀐데다 그 파일까지 사라졌지만요.
작품 내용 자체는 친구와의 기억과 미스터리가 얽히고 섥힌 천체관측입니다. 제 기억이 맞으면 그랬을 겁니다. 사실 읽은 지 오래되어서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림과 글이 어우러지는 ‘라이트 노벨’ 그 자체였던 것만 기억이 나네요.
현재 이 작가 분은 모 회사에서 애니메이터 작업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리뷰는 부끄럽게도 당사자성이 짙은 걸 골랐습니다. 제 작품 <불사자의 노래>에 대한 Suburb 님의 리뷰입니다. <불사자의 노래>는 제 첫 단편이었는데, (<시이의 세계>는 쏟아내기에 가까운 거였으니 그냥 습작으로 할래요.) 최근 들어 제 작품들을 돌아보다가, 문득 이 리뷰가 떠올랐습니다.
지금 읽어도 뭐랄까 제 방향성과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네요. ‘그냥 잘 만든 미드 파일럿 같은’ 소설. ‘판타지와 미스터리의 이중주’라던가, 사실 ‘정통 판타지’의 세계관이랍시고 만들어낸 게 흐물텅하고 답답하고 싫어서(막말) 현대 부산으로 배경을 옮겼습니다만, 뭘 쓰든 간에 지금도 그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고, 벗어나기 싫은 모양입니다.
예전에 읽었던 작품들, 예전에 작업했던 방식들, 그리고 새롭게 하고 싶은 것들을 정리하면서 다시금 이 리뷰와 마주치게 되었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종이책 소설 픽. 거 참 요새 논란 작가라 언급하는 게 부끄럽지만 닐 게이먼의 <네버웨어>입니다.
처음에는 같은 작가의 <신들의 전쟁>(아 그러니까 ‘아메리칸 갓즈’ 내지는 ‘미국인 신들’이 훨씬 더 적확하고 멋있는 번역인데 말입니다)을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죽하면 왜 이거 한국판 없냐고 질투까지 했겠어요. 누가 한국인 신들 안 써주냐고.
근데 사실 한편으로는 <네버웨어>를 더 좋아했습니다. 뭔가 <신들의 전쟁>이 남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는 느낌이라면 <네버웨어>는 좀 더 내 이야기 같다는 느낌.
예전엔 몰랐는데 지금은 알아요. <아메리칸 갓즈>는 미국인에 대한 이야기지만, <네버웨어>는 ‘도시(런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외지인이 도시에 와서 납작하게 살아가다가 결국 도시의 심장부를 지나는 여행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는 뭐 그런 내용입니다. 와닿을 수밖에 없죠.
닐 게이먼의 논란에 관해서는 든 생각이 많긴 한데, 한국 사는 제가 말해봐야 뭔 말을 해도 바다 건너 이야기라 의미가 없으니 그냥 입을 닫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종이책 비문학 픽.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요.
그냥 추억이 서린 물건입니다. 어릴 때 귀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대체로 에드거 앨런 포나, 셜록 홈즈 단편들을 귀로 들으며 자랐는데, 다섯 살이 들으면 맵기 그지 없는 이야기들 중에서 그나마 순한 맛이 서정오 선생님의 옛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아, 물론 이 안에도 매운 맛은 있죠. <여우 누이> 라던가. 근데 그 시절엔 매운 맛을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사람이 원래 다 그렇지 않나?
사실 서정오 선생님은 실제로 뵌 적이 있습니다. 제가 도서관에서 일하던 시절, 무슨 행사로 강의를 하러 오셨는데 그때 한번 아는 척이라도 해보거나 사인이라도 급하게 받아볼 걸 생각도 드네요. 이미 한참 지나간 일에 미련 품어 뭐하겠습니까마는.
멀티미디어는… 영화나 만화나 게임이나 그런 거겠죠. 기왕 가는 거 비디오 게임 갑시다.
요즘 생각나는 건 레메디 엔터테인먼트의 <Control>입니다. 처음 엑스박스 공개 영상을 볼 때만 해도 ‘애들 물리엔진 테스트하는 게임 만들었네’ 하고 그냥 흥미가 식어버렸었는데요. 나오고 나서 PS4로 해보니까 웬걸, <프린지>나 <X-파일>에 <SCP>같은 그런 미스터리한 미국 드라마 전개에, ‘올디스트 하우스’의 복잡하면서도 리미널한 구조 하며… 정말 제 취향이었습니다.
게다가 이 작품의 성공 덕에 제 최애 게임의 후속작인 <앨런 웨이크 2>가 출시될 수 있었습니다. <앨런 웨이크 2>도 제가 밥먹듯이 언급하는 최애작이지만, 그건 좀 매니악하고 유니크한 측면이 있어서 <컨트롤> 쪽이 남들에게 권하기는 쉽네요.
그리고 근황… 은, 요새는 작품들을 되새김질하고 있습니다. 제가 읽어온 것, 써온 것, 그리고 그걸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랬더니 멘탈이 많이 회복이 됩니다.
그러나 작품을 보여드리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다음 작품부터는 좀 신중해지고 싶어서요. 먼저 일단 쓰고, 자연스럽게-독자가 읽고 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다듬는 데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싶거든요.
지금까지 풀가속 땡겼으니 좀 천천히 살고 싶습니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