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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g인들의 수건돌리기] 학창시절 저질렀던 기행

글쓴이: 담장, 23년 11월, 댓글9, 읽음: 68

 

제가 선택한 질문은 이거랍니다!!

32. 기억에 남는 웃겼던 일

요새 청소년 소설 쓰는 중이라 중고등학생 때 일을 떠올리는 중인데, 고등학생 때 벌였던 기행들이 꽤나 많더라고요… 그만큼 웃기고 즐거웠던 때라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을 적어보려고 해요.

 

한창 식욕이 온몸을 지배하는 고등학생 때 있었던 일인데요, 급식 막차 타는 게 하루 중 제일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보통 3학년 2학년 1학년 순으로 먹으니까 1학년은 자연스레 남는 급식까지 노리게 되는데, 당시 저희 반은 1학년 중에서도 마지막 순번이어서 저희가 먹는 동안 일찍 먹은 다른 반 아이들이 남은 급식을 전부 다 가져가버리더라고요. 진짜 지독한 녀석들인 게 먹으면서 줄 서고 그랬어요.

그래서 저희가 생각해낸 방법은 줄 서서 영양사 선생님이 주시는 남은 음식들을 받는 게 아니라, 선생님들의 급식카트를 터는 거였어요. 끝내주는 아이디어였죠…

 

일단 급식실은 이런 구조로 생겼고, 파란색 선으로 표시해둔 곳은 학생들 자리, 빨간색 선으로 표시된 곳은 선생님들 자리였어요. 보통은 학생들이 선생님들 책상 옆은 피해서 먹는데, 저희는 조금 더 대담해지기로 했어요. 하늘색으로 칠해둔 자리에 앉아서 선생님들 급식 카트를 노리는 거였죠. 호랑이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먼저 들어가야 하는 법이니까요.

줄 서서 받는 학생들과는 다르게 선생님들은 자율배식이라 급식카트에 음식을 수두룩 쌓아두는데요, 보통 저희가 절반 정도 먹을 때 즈음이면 선생님들은 전부 식사를 마치고 가세요.

그런데 선생님들이 다 드셔도 카트에는 아직도 맛있는 디저트들과 음식들이 쌓여 있어요. 이걸… 어떻게 지나칠 수가 없더라고요. 누가 그걸 지나쳐요… 어차피 남으면 다 음식물 쓰레기가 되는데 저희가 먹어주면 상부상조잖아요.

그래서 선생님들이 다 먹을 즈음이면 2명은 망을 보고 5명은 선생님들 급식 카트에 가서 7명 먹여살릴 음식을 쌓아왔어요. 얼마나 먹었냐면… 7명이서 에그타르트 50개를 추가로 더 먹었는데요. (참고로 저게 한 끼였습니다. 급식 한 판 다 먹고 저거까지 먹었어요.)일주일 정도는 이런 호화로운 생활을 했어요.

조각 케이크, 연어 스테이크, 에그타르트, 크로플, 푸딩… 일주일 동안 2kg 쪘는데 이런 돼지런한 생활도 끝이 있더라고요. 다른 반 애들도 저희가 먹는 걸 보고 머릿속으로 유레카를 외쳤는지… 일주일 뒤부터 경쟁자가 늘어나더라고요?? 쌤들은 애들이 선생님들 급식 카트 터는 거 보고 웃음 참으시고, 급기야 1학년 전교생이 그 짓을 하게 되었어요.

결국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아챈 영양사 선생님들은 선생님들이 다 급식을 먹고 가는 즉시 급식 카트를 어디론가 가져가 숨겨버렸고… 저희는 좋다 말았다며 입맛만 다시며 다시 급식 러시를 하게 되었답니다… 혼나진 않았어요. 하도 불쌍해 보이고 웃겨서… 아직도 그때가 생각나네요. 정말 맛있었어요.

 

다른 분들의 학창시절 있었던 에피소드에 관해서도 듣고 싶은데, 댓글로든 뭐든 자유롭게 달아주시면 감사드려요 :)

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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