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 10답
안녕하세요. 빅토리아입니다. 여러가지 개인적인 사정과 번아웃 때문에 브릿지에 오랜만에 들어왔고 마침 재미있는 이벤트(?)가 있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1. 글을 쓰게 된 계기
저는 제가 브릿지에 처음 글을 올린 2017년 전후로 글을 쓴 줄 알았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고등학생 때 학교 회지에 이도령을 기다리다가 미쳐버린 춘향이가 동네에 불을 지르는 단편을 실은 적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입시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 글을 쓴 걸까요? 그때는 그런 글을 썼다는 게 너무 부끄러워서 회지를 보자마자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가져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2. 내가 쓰고 싶은 글에 관하여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제가 쓴 글 어디에 그런 위로하는 구절이 있냐고 물으면, 제가 글을 읽었을 때 이상한 데에 꽂혀서 위로를 받곤 한다고 대답해야겠군요. 예를 들어 장아이링의 소설 ‘첫번째 향로’에서 ‘병풍 속에 화려하게 수놓아진 새들은 날개를 펼치고 있지만 어디로도 날아가지 못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원문을 찾아본게 아니라 제 기억에 의지하고 있으므로 정확한 문구는 아닐 수 있습니다). 단순히 병풍을 묘사한 부분이지만 저는 여기서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여자들의 갑갑한 인생을 생각했고 거기서 위안을 받았습니다. 저는 무언가에 대해 묘사하는 것을 즐기는데, 그 중에는 다른 이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며 쓴 구절들이 있습니다.
3. 내가 자주 쓰는 장르나, 이야기.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호러를 제외한 여러 장르를 썼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많이 쓴 장르는 역사물이었습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장르도 역사물입니다. 작품을 통해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는 2번 문답에 쓴 것 같아 생략합니다.
4. 가장 좋아하는 책과 그 이유
하나만 꼽기가 참으로 어려운데요. 굳이 꼽자면 한국 소설 중에서는 박경리의 토지입니다. 말 그대로 거대한 강물이 굽이치는 것처럼 역사 속에 휘말린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이렇게 써낼 수 있는 작가는 박경리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가톨릭을 비틀어서 만든 컨텐츠를 매우 좋아하는데요, 가장 좋아하는 것은 제임스 블리시의 ‘양심의 문제’, 그리고 보리슬라프 페키치의 ‘기적의 시대’입니다. 꼭 한번 읽어보세요. 강력 추천합니다.
5. 최근 글을 쓸 때 들었던 생각
조금 서글픈 얘기지만, 저는 그렇게 글쓰기에 재능이 있진 않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하지만 재능이 없으면 어떤가요. 비록 누군가가 읽어주지 않고 제 컴퓨터 하드 디스크 안에서 디지털 풍화되어 사라질 글이라도 제가 그 글을 쓰는 동안 행복했다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6. 글쓰기에 대한 고민, 혹은 글을 쓸 때 이것만은 지키겠다는 나만의 철칙
고통스러운 장면을 쓸 때는 반드시 그에 대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단순히 자극적인 관심을 위해 쓰지 않겠다는 고민을 늘 합니다.
7. 내 글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글쎄요. 이건 제 글을 읽는 분들의 생각에 맡기겠습니다.
8. 다른 작가님들과 독자님들께 하고 싶은 말
지치지 말고 오래오래 글을 씁시다:)
9. 내가 쓴 글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드는 한 문장 (어디에 나온 문장인지까지)
‘다이아몬드는 성가셔’ 라는 글에서 주인공이자 조선인인 정혜가 일본인 여학교에 다니면서 군인에게 보낼 양말을 만들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복도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벌을 받다가 갑자기 찾아온 외삼촌 때문에 잠시 외출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정혜와 상해에서 온 외삼촌 사이에 나누는 대화중 이 부분을 가장 좋아합니다.
“거기도 일본 사람이 많나요?”
“일본 사람이 없는 곳은 없어.”
단지 일본인이 많다고 하는 대화가 아니라 이 세계 어디를 가든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뜻으로 쓴 대사입니다. 저는 이 대사를 매우 좋아합니다. (제가 이상한 곳에서 의미를 찾고 거기에 꽂힌다는 얘기를 아까 했었지요?)
10.내가 쓴 글 중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하는 장편, 중단편 각각 하나씩. (장편 없으면 중단편 2개도 괜찮음. 선정 이유까지.)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np_id=172728&novel_post_id=82850
아까 말한 “다이아몬드는 성가셔”와 아직 완성하지 못하고 비공개처리 해놓은 “제1대 대천사 선거”입니다. “다이아몬드는 성가셔”는 제 외할머니의 어린 시절을 배경으로 쓴 글이라 애착이 갑니다. “제1대 대천사 선거”는 기강이 해이해진 천국을 바로잡기 위해 대천사인 미카엘을 직위해제 시키고 선거로 대천사를 뽑는다고 예수가 발표하면서 천사들이 대천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가톨릭을 뒤틀어서 만든 컨텐츠를 매우 좋아한다고 말씀드렸죠?) 언젠가는 꼭 완성해서 다시 연재를 시작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