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위원1
이번 ZA 공모전에는 ‘좀비’라는 소재를 다양하게 활용한 글들이 눈에 띄었다. 예전에는 좀비가 섭리를 거스르고 살아돌아온 시체, 죽음을 퍼뜨리는 역병, 죽음의 두려움을 상징하는 메타포와 같은 ‘타자’였다면, 현재의 좀비는 우리 사회에서 내쫓겼다가 다시 편입되려는 귀환자, 죽었지만 그 후에도 자유롭지 못하고 자본주의의 질서에 편입되어 소비되는 존재로까지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이는 좀비라는 장르적 소재가 한국 대중문화에서 큰 성공을 거둔 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대중 문화에서 익히 활용된 소재는 새롭고 독창적으로 재해석을 하거나, 정교하게 이야기를 쌓아올리지 않는 이상 어딘가 본 듯한 고루하고 지루한 느낌을 주기 마련이다. 또 지난 공모전에 냈던 작품을 스토리라인의 수정 없이 낸 작품도 종종 발견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조금 이상한 옛날 이야기」는 조선을 배경으로 한 좀비물로 그 완성도가 높았으나 완성도 자체만을 무기로 내세우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었고 참신함이 떨어졌다. 「아빠가 꽁치 캔을 던짐」은 도발적인 제목만으로도 크게 매력적이었으며, 좀비 아포칼립스 상황에서의 생존기를 출근과 육아라는 생활밀착형 단어로 풀어낸 점이 좋았으나 결말부에 아내가 등장하는 장면부터는 두 이야기가 완전히 붙지 않으면서 이야기의 전개 흐름에 의문을 가지게 했다. 「종말일지」의 이야기는 흥미롭고 긴박감에 넘쳤으나 묘사된 것 같이 치열한 좀비와의 대척 상황에서 통신과 전기, 수도가 어떻게 유지되는지 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여 독자를 설득하기에 부족했다. 「코끼리 무덤에 묵념을」은 좀비가 된 여자가 여전히 여성혐오적 사회 분위기에 짓눌리고 있는 장면을 실감나게 그렸으며 블랙코미디적인 재미가 있었으나 그를 연출하는 방식이 기존의 질서를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메리의 징조」는 한 마트에서 일어나는 기현상을 다루었다. 좀비에 관한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공모전의 취지에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없잖아 있었지만, 실제 좀비 상황이 일어나면 어떨지에 대한 공포감을 효과적으로 드러낸, 진짜 ‘무서운’ 소설이었다. 「엄마 A 그리고 좀비」는 좀비가 된 엄마와 함께 남산에 가고자 하는 딸의 이야기로, 읽는 내내 뭉클해지는 작품이었다. 비틀기 없이 정직하게 써내려간 작품이었으나 그렇기 때문에 독자의 감정에 보편적으로 호소하는 힘이 대단했다. 「그날, 동충하초 재배실에서」는 좀비에서 버섯을 기른다는 아스트랄하고 황당한 설정으로 시작했지만, 작이 진행되면서 좀비물다운 짜릿한 긴장감과 반전을 선보였으며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비유적이지만 동시에 정확하게 짚는다는 점에서 완성도가 대단히 높은 장르소설이었다.
본선에는 「메리의 징조」, 「엄마 A 그리고 좀비」, 「그날, 동충하초 재배실에서」 총 세 작품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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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 문학 공모전이 어느덧 아홉 번째 회차를 맞이하며 특색과 전통을 두루 갖춘 장르 공모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이색적인 소재를 결합해 전통적인 좀비의 특성에만 국한되지 않는 상상력을 제시하거나 한국 사회 특유의 징후들을 포착한 메시지를 담아내고자 한 작품들이 돋보였다. 엔데믹 선언 이후인 지금 시점에서도 여전히 좀비 바이러스를 정부에서 관리하는 사회적 질병으로서 다룬다는 구체적인 설정이 많아 예년과 비슷하게 이어지는 경향성 또한 흥미로웠으나, 독자가 자연스레 침입해야 하는 배경을 단선적인 묘사로 빠르게 선언하는 데에만 급급하게 느껴진 작품들도 많았다.
「나는 혼자가 좋다」는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미성년과 재난으로 가족을 잃은 아이의 서정적인 관계성이 돋보였으나 좀비 사태의 전형적인 갈등 상황을 답습하는 것 이상의 특징을 찾기 어려웠다. 「지금부터 연주하세요」는 음악과 좀비의 특성을 새롭게 조합한 설정이 다소 독특하나 감성 일변도로 읊조리는 톤과 전개 방식이 지나치게 단조로웠다. 「너희는 그저 싶었던」은 고독사한 시체를 처리하는 특수 청소업을 결부시켰으나 전반의 정서와 이야기는 치정극에 가까워 핵심 소재와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했다. 「초가삼간 태우기」는 빈티지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빈대 사태를 빗댄 일화가 흥미로웠으나 사태를 해결하는 핵심적인 설정과 갈등이 너무 억지스러웠다. 「D등급 사람들」은 사회가 분류한 낙인 차별에 대한 메시지가 비교적 돋보였으나 이를 풀어내는 방식에서 특징적인 장르적 재미를 찾기가 어려웠다. 「신활촌」은 여러 소재가 뒤섞여 있던 이전 단편을 전격 개고하여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딸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백방으로 나서는 여성의 헌신적인 모성애가 빛나는 탈주 활극으로 변모하였으나, 사교 공동체의 비밀과 치정 소재가 예상을 벗어나는 부분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다소 과잉으로 느껴지는 대사의 강약을 조절해도 좋을 것 같다. 「구멍」은 군부대와 도축장을 배경으로 발생한 사건 전개의 현실적인 긴장감과 긴박감이 뛰어났고 악화일로의 상황에 대응하는 정치인들의 행보 묘사 등 유머러스한 포인트가 인상적이었으나, 지나치게 동시대에서 차용한 디테일과 더불어 초반에 비해 거칠게 느껴지는 후반부의 마무리가 아쉬웠다. 「돈 슬립!」은 유난히 수면 시간이 부족한 근미래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좀비 바이러스를 수면과 연결한 흥미로운 설정이 돋보였으나, 다채로운 욕망을 지닌 캐릭터를 직조하고 사건을 이끌어 나가는 방식이 미진하게 느껴졌다. 「아노렉시아 유토피아」는 멸망한 세계에 이르러서야 바디포지티브를 긍정할 수 있게 된 캐릭터를 중심으로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적 함의를 담았으나 핵심적인 설정이 명료하게 정리되지 못했다는 인상이다.
다음은 본심에 올린 작품이다. 「이름을 붙이다」는 좀비의 생체 조직을 얻고자 위험한 거래를 하는 과정을 다룬 작품으로, 결말은 다소 전형적이긴 하나 비굴한 과거에서 벗어나는 주인공의 성장과 더불어 전개되는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유발하며 전반적으로 매끄러운 필력이 돋보였다. 「식귀」는 끝없는 허기와 식인 욕구에 시달리는 식귀를 좀비와 결합해 소재의 정통성을 돌파하는 주인공 듀오의 활극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이야기가 너무 반듯하게 진행된 점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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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제9회를 맞이한 ZA 문학 공모전에 참가한 작품들은 매해 그 수준이 꾸준히 올라가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전반적으로 가독성도 좋았고 문장력도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었다. 다만 흡인력 부분에선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는데, 독자들이 읽을 만한 이야기를 만드려면 무난한 가독성과 문장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단편 소설의 경우는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소재로 9번이나 공모전이 개최되었기에 웬만한 소재는 다 이미 한번쯤 출품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데스데모나」는 신선한 발상으로 주목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상황을 묘사하는 방법이나 전개가 이야기의 흐름과 잘 맞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지속 가능한 죽음으로부터」, 「탈피종」은 마지막까지 본심에 올릴지를 고민을 했지만 아무래도 너무 무난하다는 판단으로 본심에 올리지 않기로 하였다. 「파라노이아」는 흥미로운 이야기이긴 했지만 이번 공모전의 소재와 딱 부합되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작품 중에서는 지나치게 세계관을 설명하려는 의욕 때문에 독자에게 가르치려고 하는 우를 범하는 작품도 몇 있었는데, 서술로 세계관을 설명하기보다는 사건이나 이야기 전개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세계관을 독자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적게나마 장편소설도 응모했는데, 장편소설의 경우는 호흡이 길기 때문에, 도입부에서 확실한 임팩트를 주지 않으면 독자들은 뒤를 더 읽고 싶은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시작부터 긴 호흡의 이야기를 천천히 끌고 나가려다 보면 독자들은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지 않고서는 손을 놓아버린다.
최종적으로 「데스데모나」 한 작품만 본심에 올리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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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환경 문제를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장르로 풀어내며 사회파 성향을 담아내려는 작품이 많아 흥미로웠다. 다만, ZA 장르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엿보이는 작품 중 좀비로 보기 어려운 존재를 좀비로 명명할 뿐인 작품도 많아 크게 아쉬웠다. 제10회 ZA 문학 공모전에서는 좀비와 아포칼립스를 모두 아우르는 작품이 다수 응모되기를 바란다.
「인디언의 옥수수와 루시」는 인간으로서의 자각을 가진 좀비들 간의 비극적인 로맨스를 다룬 작품으로 좀비 로맨스보다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데에 더 집중하는 인상이었다. 「재이(在異)」는 화이트칼라 범죄의 피해자가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좀비 아포칼립스 분위기와 서사가 잘 어우러지나 도구적 캐릭터와 전형적인 내용이 아쉬웠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는 사이버 성범죄로 은둔형 외톨이었던 주인공이 좀비 사태를 통해 희망을 되찾는 이야기로 행동 동기가 현실적으로 그려졌으나 사건과 전개가 예상 가능하여 아쉬웠다. 「테이블」은 지구 세력과 달 세력 간의 대립과 협상을 그린 작품으로 외계로부터 온 바이러스에 관한 내용이라 좀비 아포칼립스 소설로 보기 어려웠다. 「다이어리Z」는 오염된 지하수로 발생한 좀비 사태를 막기 위해 차출된 군인들의 이야기로 규율에 따른 현장감 있는 묘사가 인상적이나 이야기의 전말이 쉽게 추측되어 아쉬웠다. 「불사자 관리센터」는 의식이 뚜렷한 좀비의 인권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좀비가 민원을 제기한다는 흥미진진한 발상에서 극적인 긴장감과 재미가 있는 이야기로 뻗어 나가지 않아 아쉬웠다.
「기항지」는 일제 강점기에 한 어촌에 좀비가 나타나는 이야기로 여성 서사와 좀비 소재, 아포칼립스 분위기가 모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흡인력 있는 작품이었다. 「우리에게 무엇이 남아있을까」는 좀비 바이러스로 폐쇄된 병원을 벗어나 대피소로 향하는 이야기로 자연재해와 바이러스가 만들어 낸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시공간을 넘나들며 서로를 구원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다소 과하지만 나름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본심에 올리는 작품은 「기항지」와 「우리에게는 무엇이 남아있을까」 두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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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시작된 ZA 문학 공모전도 어느덧 두 자릿수 회차를 앞두고 있으며, 그사이 국내에서도 굳이 좀비의 기원이나 개념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장르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 더욱 신선한 발상이 중요해지겠다. 혼란에 빠진 세상에서 펼쳐지는 고독한 생존기를 답습하는 경우 여전히 주를 이루고 있는데, 몇 년 전의 응모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 보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현실이 한 해 한 해를 내다보기 힘들게 격변하는 만큼, 소설에서도 과감한 시도가 있어야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본심에 올린 「산 자들의 겨울」의 경우 좀비 사태 직후의 평이한 상황에서 시작했으나 서서히 긴장감을 주며 특이한 시체에 얽힌 전말을 미스터리적으로 풀어 간 점이 인상적이었다. 「펑크 패치」는 SF적인 설정과 다소 범주에서 벗어났으나 좀비에 대한 확장된 개념이 흥미로웠다.
그 외 아쉽게 올리지 못한 작품 중 「리턴: 휴먼 어게인」은 막바지의 큰 반전이 이야기의 핵심이었지만 앞부분에 좀 더 세밀하게 복선이 깔려 있었어야 그 반전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집을 지켜라!」, 「슈트」, 「정상적인 좀비」는 특정한 지역과 개인에 중심을 맞춘 도입부가 흥미로웠지만 매끄럽지 못한 전개와 상황 묘사로 인해 미완의 작품을 읽은 듯한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 백신이 있다!」는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으나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식상했고 「암자로 가는 집」은 단정한 문장과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지만 서사적 재미가 아쉬웠고 설정 역시 치밀하지 못했다.
본심 진출작
데스데모나
산 자들의 겨울
펑크 패치
이름을 붙이다
식귀
기항지
우리에게는 무엇이 남아있을까
엄마A 그리고 좀비
메리의 징조
그날, 동좀하초 재배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