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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 – 본심평: 연여름(소설가)

9월 8일

타임리프물을 대할 때면 익숙한 장르적 즐거움과 함께 이전에는 못 봤던 새로운 포인트를 동시에 기대하게 되는데, 다양한 개성과 장점을 갖춘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독자로서도 읽는 기쁨이 큰 심사였습니다. 각 작품에서 느낀 소회를 간략히 첨부합니다.

「이 하루의 끝」
느닷없지만 과감하고 능청스러운 문체가 풋풋한 청춘물에 더없이 잘 어울렸습니다. 학교와 근처를 배경으로 단 하루 사이 벌어진 이야기인 것도 이 소설에 매력을 더하는 구조적 장점이었고요. 다만 미래에 겪을 일을 알고서도 하는 선택, 거기에 이르는 과정과 사유에도 좀 더 분량을 내주었더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언터처블」
정교하게 구축된 흥미로운 인물과 모든 장면이 눈앞에서 선명히 그려지는 문장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떼기가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주인공 도미닉이 벼랑 끝에 이르게 되는 과정과 그가 맞이하게 되는 반전까지 독자를 힘 있게 설득합니다. 홀로사이트 능력으로 릭이 마피아들을 무력화하는 장면이 선사하는 쾌감은 좀처럼 잊기 힘들 것 같습니다.

「데칼코마니」
주요 인물들이 행동하는 동기가 강력하여 세계관에 빠르게 몰입했고, 과연 이들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궁금해져 읽는 내내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작품입니다. 스릴러 문법과 결합해 대물림되는 비극이 생생하게 묘사된 한편, 타임리프물로서의 개성이나 시간여행 방식이 단조로운 점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바통」
도입에서 전개에 이르기까지 촘촘한 설계에 푹 빠져들게 합니다. 파이어족을 꿈꾸는 직장인의 현실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의 공감을 충분히 살 만한 설정이었고, ‘분열’이 시작되면서 이야기가 어디로 향할지 궁금해져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습니다. 적절한 유머 또한 이 장편에 힘을 더해 주는 중요한 요소였고요. 다만 소설 전체적으로는 ‘시간여행’과 ‘바통’보다 ‘또 다른 나들과 함께하는 역할극’으로 비중이 다소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의견입니다.

「벚꽃은 물결에 흩어지네」
차분한 어조로 진행되는 ‘나’의 회고를 통해, ‘당신’의 의지를 거스르는 ‘나’의 행보를 따라가는 과정이 흡인력 넘칩니다. 한 가족 내부의 관계성에 집중한 이야기인데도, 짧은 분량 안에서 현재와 과거를 능숙하게 엮는 솜씨가 발군입니다. 안정적인 구성과 작가 특유의 필치가 두루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우리가 내일을 바란다면」
‘극단적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키워드가 시의성 있게 느껴졌고, 욕망으로 범람하는 현시대를 비추는 거울 같은 역설이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주요 인물들만큼이나 인공지능이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이 인공지능의 의도를 마주했을 때, 독자에 따라 공감을 할 수도 있고 다소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동윤리학에 대한 소고」
타임리프물을 소재로 한 작품을 볼 때마다 한 번쯤 떠올려 보았을 질문의 집대성이었습니다. 서간문을 찬찬히 읽어나가다 보면 ‘시간여행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이 소설은 시간여행물로서 어느 좌표에 위치하는가’라는 의문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데, 그에 대한 대답도 마침맞고 우아했습니다.

「어느 히치하이커에 대한 몽타주」
도입부에서는 화자를 따라 어리둥절하게 사건에 휘말리는 듯하지만, 생생한 현장감이 이내 독자를 이 여행의 동행으로 자연스럽게 끼워 줍니다. 소재 특성상 타임리프를 시간여행을 통해 무언가 바꾸려는 시도로 보여 주는 작품이 많은데, 쿨레쇼프 몽타주 이론을 인용한 ‘충돌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개념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서든데스」
루프를 탈출하려는 인물들의 욕망과 각자의 죄책감에서 파생한 긴장감이 잘 드러난 단편입니다. 분량이 제법 긴데도 입담 좋은 대사 덕분에 마지막까지 속도감 있게 읽히며, ‘산 귀신’의 후예라는 괴담적 설정과 시간여행의 결부가 매력적이었으나, 사건의 배경을 후일담으로 구성한 마무리가 조금은 급작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도미노는 어디서 멈춰야 하는가」
뜻밖의 실험에 참여하게 된 주인공의 복잡한 심리가 대사의 맛과 잘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심각하고도 진중한 사안을 중심에 두고도 작품 전체의 균형을 지키며, 작가 특유의 티키타카를 힘 있게 이끌어가는 솜씨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작품 내부에서 작가가 제시한 세계관이 거대한 만큼, 표현되는 스케일도 지금보다 확장되었더라면 어땠을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7회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 – 본심평: 고호관(소설가, 번역가)

9월 8일

공통의 소재를 다루는 공모전은 한자리에서 기발한 창의력과 다양한 변주 능력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타임리프처럼 전통적인 소재를 다룰수록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올 것인지 기대하고 각 작품을 살펴보는 맛이 있다.

다만 역사가 깊고 인기 있는 소재는 양날의 검이 되기 쉽다. 친숙한 만큼 도전하기 쉽지만, 그만큼 새롭게 다룰 방법을 찾기 어렵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작품을 충분히 읽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변주 방식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다른 작가가 갔던 길을 답습하는 데 그칠 수 있다. 특히나 시간여행은 필연적으로 따르는 패러독스와 해결 방법에 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있어 웬만한 노력으로는 뛰어넘기 쉽지 않다.

물론 참신함만이 유일한 평가 기준은 아니다. 기존의 아이디어를 차용하더라도 이야기의 구조를 얼마나 정교하고 짜임새 있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 본 심사에서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한 균형 잡힌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벚꽃은 물결에 흩어지네」는 패러독스의 새로운 해결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본심에 올라온 작품 중에서 가장 이야기의 짜임새가 좋고 안정적이었다. 서사 구조만 놓고 보면 좀 더 정교함을 추구한 작품도 있었지만, 독자에게 전달하는 솜씨 역시 안정적이어서 높은 점수를 주었다. 하지만 반전을 예측하기 쉬운 편이라 중반 이후부터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시간이동윤리학에 대한 소고」는 안정적인 필력을 보여 주었지만,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 보인다. 시간여행이라는 개념과 딜레마에 관한 탐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독자가 시간여행에 관한 다양한 고민에 빠지게 한다는 점은 높이 살 수 있다. 다만 이 작품 자체의 이야기가 약하다는 점은 아쉽다.

「어느 히치하이커에 대한 몽타주」는 다소 작위적인 설정들이 눈에 밟히지만, 처음부터 독자의 눈길을 끄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이어서 패러독스를 비켜 갈 수 있는 시간여행 개념을 제시하는 부분까지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우연에 기대는 듯한 이야기 전개를 개선하고 작가의 설정을 독자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해 본다면 더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언터처블」은 하드보일드 분위기의 도입부에서부터 코스믹 호러를 연상케 하는 마무리까지 머뭇거리지 않고 자신 있게 밀고 가는 느낌의 작품이다. 초월적인 존재의 시간 개입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좋은 평가를 줄 수 있었다.

제7회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 – 예심평

8월 22일

예심위원1

제7회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공포와 스릴러, SF와 판타지,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가 ‘타임리프’라는 소재와 만나 각자의 매력을 뽐냈지만, 기존에 대중적으로 두루 알려진 작품의 한계를 뛰어넘거나 이전에 없던 기발한 상상력을 보인 작품은 상대적으로 적어 아쉬웠다. 또한 ‘타임리프’라는 소재 자체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다루었다기보다는 하나의 서사적 도구로서만 접근한 작품이 많아 장르의 완성도 측면에서도 아쉬운 점이 다소 있었다.

「The Show Must Go On」이나 「키다리 저승사자」 등은 캐릭터의 매력에 많이 기대야 하는 소설인데, 정작 그 캐릭터의 매력이 부족하여 독자의 몰입을 유발하기에 부족함이 있다고 느꼈다. 「8월의 범인」은 소재가 이보다 더 완성된 스토리로 발전할 수 있었으리라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미래의 칼날」과 「레인저 리브 포레버」는 기존에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품들과 유사한 소재를 선택했으나, 그 소재들을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하지 못해 흥미로움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유다의 마지막 선택」은 문체가 독보적인 소설이었으나, 유다라는 인물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정해진 운명에 따른 선택 등의 주제 의식이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한 구성적 고민이 부족하였다. 「모두의 하루」는 세계관 설정이 대단히 흥미로웠으나 등장인물의 스토리와 전혀 별개로 놀아, 차라리 거시적인 관점으로 세계를 설명하는 방식의 접근이 더 흥미로웠을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청록의 시간」은 1부의 굵직한 문장들이 가지는 이야기의 힘이 있었으나 2부에서부터 이야기가 갈피를 잃었고, 결말부에는 설명조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독자의 몰입을 온전히 가져갈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여전히 바닷물은 내게 너무 쓰다」는 초반부에 해광증 등 매혹적인 설정과 장면 묘사, 공포의 분위기 등이 큰 매력으로 작용하였고 후반부의 반전이 큰 장점으로 작용했으나, 이야기 중반부의 독자에게 다소 이질적일 수 있는 설정들이 몰입의 방해 요소로 작용했고, 설정 등이 다소 번잡하여 힘을 잃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하루의 끝」은 타임리프를 소재로 한 여러 청춘 로맨스가 떠오르는 작품으로, 소설적 사건 구성이 훌륭했고 캐릭터의 매력이 살아 있었다. 청춘 로맨스 특유의 풋풋한 분위기를 잘 살렸으나 결말부에서 다소 힘을 잃는 것이 아쉬웠다. 「언터처블」은 타임리프를 소재로 하드보일드 느와르를 쓴다면 이렇게 써야 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듯한 귀감이 되는 작품으로, 탄탄한 문체로 이야기를 지루함 없이 힘 있게 이어 갔다. 본선에는 이 두 작품을 올린다.


예심위원2

제7회 타임리프 공모전 심사를 하며, 매번 어떻게 이 동일한 주제로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지 경탄하곤 한다. 이번 응모작들도 저마다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타임리프라는 소재를 잘 살렸다. 이 중 두 편을 본심에 올리는데, 단편소설 「데칼코마니」는 과거를 바꾸려는 두 인물이 교차되고 그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즐거움이 있다. 마지막에 이르러 다소 과한 설정이 아쉽긴 했으나, 본심에서 다시 평가받기를 바란다. 「바통」은 시간 여행을 디테일하게 그려내는 과정이 흥미롭고 흡인력이 있었다. 긴 이야기의 호흡을 끝까지 긴장감 있게 풀어 나가는지에 대해선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장편소설 중에서 이 정도로 탄탄하게 작품을 그려내는 게 쉽지 않기에 본심에 올려 다시 심사받는 게 맞다고 생각되었다.

아쉽게 본심에 올리지 못했지만 흥미로운 작품도 많았다. 「고증학자와의 인터뷰」는 흥미로운 설정에 모든 걸 다 쏟아부은 듯한데 이야기 자체의 매력에 조금 더 힘을 주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당신의 내일」은 초반까지 흥미진진하던 이야기가 갑자기 중반부터 장르적 변형이 급해서 이야기를 적응해서 읽기 어려웠다. 초반의 그 흥미진진한 설정이 마지막까지 이어졌으면 어땠을까? 「나는 너의 첫사랑」은 반전도 좋고 반복되는 설정 자체가 타임리프에 잘 어울리긴 하는데 강력한 한방이 없어 아쉬웠다. 「뮤즈를 만나다」는 밴드와 표절을 타임리프와 연결한 게 재밌는 부분이긴 한데 결말까지 가는 과정이 다소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쉽지만 이 작품들은 좀더 다듬는다면 더 완성도 높게 다음 기회를 노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예심위원3

타임리프를 통해 과거, 현재, 미래를 바꾸려는 목적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등 공모전의 취지에 맞는 작품이 매우 늘었다. 다만 그 목적성과 결말의 반전 등에만 집중하여 약자와 생명에 대한 윤리적 존중이 부재한 작품들도 있어 대단히 아쉬웠다. 더 나은 삶에 대한 동경으로 주인공이 타임리프를 한다면 그 주인공이 살아갈 세상 또한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함께 고민한 작품이 더 많이 응모되길 바란다. 더불어 동일한 사건이 반복되는 타임루프 소설에서 이야기로서의 재미와 개연성을 놓치지 않는 작품 또한 기다린다.

「왔따! 풍선껌」은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는 낭만적인 이야기였으나 일부 과한 설정과 분절된 전개 호흡이 아쉬웠다. 「영원의 증명」은 시간 여행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로맨스 소설을 목표로 한 듯하나 로맨스 과정이 생략된 채 사랑의 결실만 본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추락의 이해」는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아픔이 점진적으로 고조되는 전개에만 힘을 주어 마무리가 갑작스러운 인상이었다. 「백한 번째 살인」은 이색적인 도입부가 흥미로웠으나 만화적인 캐릭터와 잔인한 묘사 등으로 이야기 자체에 몰입하기 어려웠다. 「회색빛 거베라와 개잠자리난초」는 인류의 식용화라는 설정이 눈길을 끌었으나 개연성이 부족하고 캐릭터에서 매력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시간의 테두리」는 로맨스에는 충실하나 독립운동과 해방이라는 예견된 사건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가 단조롭다는 인상이었다.

고민 끝에 아래 두 작품을 본심에 올린다. 「벚꽃은 물결에 흩어지네」는 과거의 악인을 죽여 미래의 비극을 막는 이야기로 전형적이지만 서사 구조가 안정적이었다. 「우리가 내일을 바란다면」은 결말의 당위성에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인상이나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과 뚜렷한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었다.


예심위원4

거스를 수 없는 비가역성 때문인지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하는 것 같다. 이번 공모전에서도 다채로운 시대 배경과 소재를 결합해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여전히 가족의 과거에 얽힌 서정적인 이야기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나의 탄생과 결부된 과거로 돌아가 내가 사랑하는 가족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가정은 대상에 대한 사랑의 깊이를 보여 주는 것만 같다. 뿐만 아니라 RPG 게임 세계관이나 옛 시대를 배경으로 삼거나 고전이나 역사, 성경의 내용을 비틀어 시간여행이라는 설정을 접목시킨 흥미로운 발상들도 돋보였다.

「어느 달밤, 그대는 함양의 옛일을 전하고」는 중국 역사의 입지전적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가상 역사물로, 흥미로운 요소가 있었으나 시간여행이 밀접한 소재로 활용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동안」은 시대 배경과 설정이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로맨스가 돋보이는 이야기였는데, 전개 과정에서 비어 보이는 전개 요소가 많은 점이 아쉬웠다. 조금 더 촘촘하게 얼개를 보태면 훨씬 유려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사렛의 나사렛」은 타임머신의 개발로 인해 로봇을 과거로 보내 예수를 만나는 과정을 다룬, 역발상이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성경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얻는 지적 재미, 곳곳에 포진된 유머, 결말의 반전까지 일련의 이야기가 매끄럽게 진행되었지만 시간여행이 핵심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원전의 서사를 따르다 보니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회귀하지 않는 회귀」와 「용사와 두부김치 그리고 마왕」은 흥미를 돋우는 제목처럼 특정 세계관 속에서 회귀를 반복하며 진행되는 이야기가 나름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이야기였으나, 다소 소품에 그친 인상이다.
「오렌지」와 「삼 루트 엄마의 해」는 딸로서 엄마의 과거를 들여다보고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화자의 애잔한 고군분투를 다룬 이야기였다. 각자 서정적인 여운을 남기지만, 시간여행에 대한 설정이 뭉뚱그려진 점이나 지나치게 감정 일변도로 치우쳐진 부분은 아쉬웠다.

본심에 올리는 두 작품은 다음과 같다.
「시간이동윤리학에 대한 소고」는 답장으로만 이루어진 서간문이 반복되는 구성이다 보니 다소 단조롭거나 해석의 차이에 따라 재미가 다를 수 있겠다는 우려는 있었으나, 시간여행이라는 범주와 근본적인 개념, 고민해야 하는 딜레마 등 작중에서 제시하는 질문 자체가 독자들에게도 많은 고민거리를 던지는 작품이었다. 창작자 입장에서도 뭉뚱그릴 수 있는 설정들의 포인트를 예리하게 짚어 내며, 작중 화자가 해제하는 시간여행의 철학적 개념들이 지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어느 히치하이커에 대한 몽타주」는 시대 배경과 설정, 각종 소재가 다양하게 뒤섞여 조금은 어수선하게 느껴지는 이야기였는데, 나중에 밝혀지는 주인공의 목적 자체에도 감동이 있었지만 ‘내 귀에 도청 장치’ 같은 1998년의 전설적인 사건을 삽화로 자연스럽게 끼워 넣거나 영화 레퍼런스 활용 등을 통해 기묘한 흡인력을 선사하는 작품이었다. 운명에 충돌하면서 진짜 나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에는 언제나 거부할 수 없는 매혹이 있다.


예심위원5

이번 응모작들을 보면서 ‘회귀물’이란 서브 장르가 얼마나 대세가 되었는지를 새삼 실감했다. 많은 작품에서 시간여행이란 비일상적 현상의 충격은 짧고 수용은 빨라졌다. 예전이었다면 등장인물의 감정선 면에서 마이너스적 요인으로 비쳤겠지만, 이제는 작가도 독자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넘어가게 되지 않았나 싶다. 다만 그저 일회성 회귀나 우연적인 사건에 그쳐 이야기가 단조로워지는 등 정형화되는 경향도 없지 않은 듯한데, 시간여행이란 소재를 중점적으로 좀 더 폭넓게 살린 작품들을 계속 만나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하루가 반복되는 ‘시간 감옥’에 갇힌 운동부원들의 탈출기를 그린 「서든데스」와 비밀 실험에 의해 미래인과 동거하는 「도미노는 어디서 멈춰야 하는가?」는 반전이나 설정 면에서 다소 의문을 자아내는 부분이 있으나 소재를 흥미진진하고 충분히 살리되 이야기의 흡인력이 있는 작품들이었기에 본심에 올린다.

그 외에도 인상에 깊었던 몇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순간의 실수로 쌓아 버린 흑역사를 바꾸려 한다는 내용의 「셀럽의 흑역사」는 소박하고 친숙한 소재를 흥미롭게 살렸으나 후반부가 다소 사건 요약식 전개로 흘러가는 점이 아쉬웠다. 「설탕이 말하기를,」은 타임루프 속에서 지역의 비극과 가족의 추억을 되짚어 나가는 과정이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나, 전개가 거칠고 비일상적 현상과 상념 사이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았다. 「오퍼레이션 나이트캡」은 심문 현장 특유의 분위기가 매력적이고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이야기의 긴장감이 후반부까지 지속되지 못했다. 미래에 벌어진 대량 사망 사건의 전말을 파고드는 「카쉬리안 루프」는 설정이 무척 흥미로웠는데 배경과 인물에 대해서 더 자연스럽게 전달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캐리 어」는 준수한 호러 묘사로 눈길을 끌었으나 시간여행을 비중 있게 다루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본심 진출작

이 하루의 끝
언터처블
데칼코마니
바통
벚꽃은 물결에 흩어지네
우리가 내일을 바란다면
시간이동윤리학에 대한 소고
어느 히치하이커에 대한 몽타주
서든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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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 개최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나 미래를 바꾸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을 개최합니다.

그간 다양한 매체에서 변용되어 온 타임리프 소재는 문학 작품은 물론이고 영상과 게임 등 보다 폭넓은 분야에서도 두루 활용되고 있습니다.

6회까지 개최된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의 수상작은 총 4권의 책으로 엮어 출간되었습니다. 1회 당선작이자 장편소설인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찾아헤맨 나날들』과 2회 당선작과 1,2회 우수작 단편을 모은 작품집 『러브 모노레일』, 3회와 4회 수상작을 모은 『꼬리가 없는 하얀 요호 설화』, 5회와 6회 수상작을 모은 『데드볼』입니다. 『러브 모노레일』은 2016년 세종도서 우수교양 부문에 선정된 바 있으며, 우수상 수상작인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의 조예은 작가님은 큰 주목을 받으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6회 수상작이었던 김아직 작가의 「바닥 없는 샘물을 한 홉만 내어주시면」은 그해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이야기 부문 당선작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7회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 수상작 역시 출판과 함께 2025년 제7회 황금드래곤문학상 본심에도 자동으로 오르게 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모집 부문
  •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소설

 

응모 기간 
  • 응모 기간: 2025년 6월 1일 ~ 2025년 7월 31일까지
  • 발표일: 9월 중순(예정)

※ 구체적인 발표일은 최종 응모된 작품수를 고려하여 접수가 종료된 후 공지할 예정입니다.

 

참여 방법 
① 파일 업로드 응모
‘중편 혹은 단편’, ‘장편’ 등으로 분량에 따라 완성된 파일을 업로드함으로써 응모할 수 있으며, 아래아한글(HWP), 워드 파일(DOC) 등으로 응모해 주십시오. 파일 업로드 접수 시에는 참가자의 성함, 연락처, 이메일 등이 응모 작품 내에 기재되어 있어야 합니다.

 

 ② 브릿G 등록 작품 접수
문학상에 응모하기 위해 브릿G에서 직접 작품 활동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단, 반드시 문학상의 주제와 취지에 맞는 중단편/장편 연재 작품을 접수하셔야 하며 그렇지 아니할 경우에는 응모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브릿G를 통해 응모할 경우 예심 위원을 맡는 편집진들이 작품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어 보다 면밀히 작품을 검토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응모 요건
  • 완결된 내용의 단편, 중편, 장편 원고
    ① 장편(200자 원고지 800매 이상) : 단 장편소설의 경우 연재 중인 작품이 미완일 경우는 완결된 작품을 업로드 방식을 통해 접수해 주세요.
    ② 중단편 : 원고지 200매 이하의 소설은 단편, 200-799매의 소설은 중편으로 분류됩니다. 다만 중편소설의 적정 기준은 400매 이하로 판단하고 있으며, 공모전 형식상 심사에 중단편의 차이를 두지는 않습니다.
  • 응모 작품은 상업적으로 활용되거나 타 문학상 수상 경력이 없는 순수 창작물이어야 합니다. 단, 독립 출판 및 POD 등의 자비 출판, 동인지 등의 출판물은 일부 상업적으로 활용된 적이 있다 하더라도 예외로 간주하여 투고를 받습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경우라 하더라도 작품 자체에서 파생한 상업적 수익이 지나치게 많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편집부 논의에 따라 투고가 반려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단, 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해 브릿G 내 게재한 작품의 유료 판매 등록은 예외로 합니다.)
  • 미완성 원고와 시놉시스는 심사의 어려움과 타 완결 작품과의 형평성 문제로 인해 받지 않습니다.
  • 문학상 입선 후 출간 준비 중이라 하더라도 출간의 결격 사유로 판단되는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최종 선정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 사용자당 최대 응모 가능한 작품수는 분량에 관계 없이 2편입니다.
  • 문의 사항은 공지/문의 탭을 통해 접수해 주십시오.

 

수상 내역 

심사 및 수상: 내부 1차 심사 후 선정된 10편 이하의 작품을 2차 심사(본심 심사위원 선정)

  • 선정작
상기 응모 요건에 부합하는 분량의 작품
300만 원(선인세 개념, 중단편 소설의 경우 100만 원)
출판 기회 부여

 

  •  우수작
중단편 소설에 한하여, 최대 5편 당선
30만 원(선인세 개념)
출판 기회 부여
※ 장편이 우수작 기준에 부합할 경우 수상 대신 별도의 출판 계약을 진행합니다.

문학상 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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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수상 작가님들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브릿G팀
9월 8일-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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