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닉은 총성과 함께 눈을 떴다.
그는 도망가는 발소리를 따라 눈알을 굴렸다. 그러자 유리 위에 시꺼멓게 그을린 자국들이 비쳤다. 점탄성 유리를 반절 이상 파고 들어온 산탄이 박혀 있었다. 도미닉은 무력하게 캡슐저택 문짝 안에 달린 빨간 버튼을 눌렀다. 치익. 공기가 빠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기름진 공기가 캡슐 안으로 스며들었다. 2등급 거주지의 낮은 천장 위로 광고가 어지럽게 머리 위를 가로질렀다.
‘미래에서 찾아온 패스트푸드 전문점, FTL은 새로운 매장 후보지를 찾고 있습니다.’
그는 머리를 뉜 채 멀어져가는 광고를 노려보았다. 머리가 멍했고, 아침부터 오른손이 떨렸다. V럼이 남았던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 도미닉은 ‘저택’에서 나왔다. 그리곤 몸을 돌려 퀭한 눈을 번뜩이며 다시 저택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조금 전까지 몸을 기댔던 쿠션을 손으로 누르자, 쿠션 아래 숨겨진 사물함 하나가 드러났다.
도미닉은 사물함 속을 뒤졌다. 예비용 경찰 배지가 낡은 장난감과 함께 옆으로 밀려났다.
정작 그가 찾는 것은 사물함 가장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도미닉은 덜덜 떨리는 손끝으로 둥그스름한 약병을 건드렸다. 작고, 매끄러운 약병 안에서 빨간 액체가 유유히 떠다니고 있었다. 도미닉은 손끝으로 약병을 굴려서 집어 들었다. 하지만 그는 병을 손에 쥘 수 없었다. 극심한 손 떨림이 찾아온 것이다. 도미닉은 안간힘을 쓰며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마치 손가락 마디마다 지진이 난 듯 심한 떨림이 계속되었다.
도미닉은 자그만 약병을 놓쳤다. 급하게 왼손을 뻗었지만, 헛손질만 이어졌다. 작은 약병이 그의 구두 발등을 살짝 빗겨 때리고 길바닥을 굴렀다. 도미닉은 굴러가는 약병을 향해 엉거주춤 걸어갔다. 낯선 구둣발이 약병을 가볍게 밟았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두 사람이 서있었다. 도미닉은 눈을 비비면서 그들을 노려보았다. 한쪽은 푹푹 찌는 날씨에 롱코트를 입은 금발머리 남자였다. 놈은 오른쪽 어깨에 주먹만 한 거대한 유리공을 얹은 상태였다. 정신 나간 병신에 비해 왼편에 서 있는 여자는 좀 차분했다. 수수한 양복차림을 한 평범한 인간이었다. 눈에 띄는 특징 따윈 거의 없었다. 아마, 어디에 섞여도 눈에 띄지 않을 극도로 평범한 인간으로 보였다. 도미닉은 떨리는 오른손을 감아쥐었다. 그는 경계심 어린 눈초리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금발머리는 허리를 숙여 약병을 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