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작
  • 이야기 부문
    바닥없는 샘물을 한 홉만 내어주시면 by 김아직 | 작품보기
  • 도서 부문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허블 출판) by 예소연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총평: 김준혁(황금가지 편집주간)

23년 12월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은 20여 년 만에 재개된 문학상의 두 번째 해를 맞이하는지라 흔들림 없는 관심과 더 깊어진 고민 속에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1년 동안 황금가지 편집부에서 수백여 편에 이르는 출판 및 이야기 부문 작품을 심사하여 이 중, 출판 소설 4편과 브릿G 등 온라인 부문 소설 20편을 본심에 올렸습니다. 본심 심사위원은 지난해 구성과 동일하게 형평성을 위해 각 부문 3분으로 선정하되 각기 작가, 평론가, 언론인으로 구분하여 장르적 이해도가 편중되지 않도록 섭외하였습니다.

‘도서 부문’은 『초급 한국어』, 『중급 한국어』를 연이어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은 문지혁 작가, 『우리는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의 저자이자 서평가로 활발한 활동 중인 금정연 평론가, 영화 전문기자이자 장르문학 도서에 많은 애정을 드러낸 허남웅 기자가, ‘이야기 부문’은 『몸』으로 2004년 제3회 황금드래곤 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공포와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한국 장르문학의 중심축 역할을 해 온 김종일 작가, 『SF와 함께라면 어디든』 등 SF 평론집 및 에세이를 다수 출판하며 활동해 온 심완선 평론가, 《계간 미스터리》의 전 편집장이자 추리소설과 관련된 다양한 평론과 활동을 이어온 박광규 편집장이 황금드래곤 문학상의 본심 위원으로 위촉되었습니다.

본심은 10월부터 11월까지 2달을 꽉 채웠으며, 최종 각 심사위원 개별의 점수를 합산하여 수상작을 선정하였습니다. 일부 심사위원들은 후보작들의 평균적인 수준이 매우 높다며 경탄하기도 하였을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었지만, 최종적으로 출판 부문과 이야기 부문 모두 무사히 수상작을 선정할 수 있었습니다.

도서 부문은 예소연 작가의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허블)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이야기 부문은 김아직 작가의 「바닥없는 샘물을 한 홉만 내어주시면」이 수상작이 되었습니다. 각 작품에 대한 본심 평은 개별 심사평을 통해 공개됩니다. 수상작에는 상패와 함께 각 200만 원의 상금이 지급되며, 이야기 부문의 경우는 수상작이 ‘중단편’일 경우, 개인 단편집 출판 계약의 혜택도 함께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수상작으로 선정된 두 작가님께 축하의 말을 전합니다.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이야기 부문’ 심사평: 김종일(소설가)

23년 12월

2004년에 제3회 황금드래곤 문학상으로 작가 데뷔를 한 터라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본심에 올라온 스무 작품을 읽는 감회는 그 어떤 공모전 심사보다 남달랐고, 오랜만에 독자로 돌아간 기분도 들어 즐거웠습니다. 시류를 반영하듯 작품 대다수가 여성 서사여서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신규 기능이 추가된 트위터에 가입하세요」, 「당신이 보는 세계」, 「창포꽃을 세 번 접으면」은 SNS 시대의 맹점을 날카롭게 꼬집는 시의적절한 이야기라 눈길이 갔습니다. 특히 「창포꽃을 세 번 접으면」은 「코스모노미콘의 추억」과 더불어 괴담에서 시작해 이야기의 폭을 서서히 넓혀 가는 수작이었습니다. 「뱃속에서」와 「오빠의 시간여행」은 흥미로운 타임리프물이지만, 단편보다는 중편 이상의 분량과 호흡으로 풀어내는 편이 더 나았을 작품입니다. 「탐정 김희영희」는 은둔형 탐정의 소박한 수사가 아기자기하고 정겨워서 일상 미스터리 연작물로 읽고 싶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바닥없는 샘물을 한 홉만 내어주시면」과 「눈의 셀키」는 신화와 전설을 토대로 풀어낸 흥미진진한 판타지입니다. 「바닥없는 샘물을 한 홉만 내어주시면」은 신화에 바탕을 둔 비유가 이따금 가독성을 떨어뜨릴 만큼 과유불급이고 「눈의 셀키」는 이야기의 흐름이 예상대로이긴 하지만, 두 작품 다 작가의 필력과 이야기의 힘이 굉장하고 여운도 오래가는 작품이었습니다. 어느 작품이 수상작이어도 좋을 만큼 완성도가 높았지만, 신화에 타임리프를 녹여낸 아이디어가 뛰어나고 주제 의식도 빼어난 「바닥없는 샘물을 한 홉만 내어주시면」을 심사숙고 끝에 수상작으로 올립니다. 수상 작가님은 물론, 작품을 쓰신 모든 작가님을 응원하겠습니다.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이야기 부문’ 심사평: 심완선(SF 평론가, 작가)

23년 12월

황금드래곤 문학상이 생기고 첫 수상작이 나왔을 때를 기억한다. 나는 당시 온라인에 연재되는 판타지 소설을 읽으러 인터넷 게시판을 찾아다니는 독자였다. 서점, 도서관, 대여점에도 매일 같이 다녔다. 국내에 출간되는 판타지는 정말로 죄다 읽었던 시절이었다. 재미있는 소설을 발견하면 순수하게 기뻤고, 그때 구입했던 책 일부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자연히 황금드래곤 문학상이 신설되었을 때도 특별한 감정이 있었다. 그 뒤로 분야는 다소 바뀌었지만 여전히 재미있는 소설을 발견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나는 한국 판타지에 빚진 바가 많다. 황금드래곤 문학상이 부활한다고 들었을 때 매우 반가웠는데, 이번에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어 한층 마음이 각별하다.

게다가 이번 심사는 올해 겪은 심사위원 경험 중에서 가장 즐거운 심사였다. 좋은 작품이 많으면 심사위원도 신이 난다. ‘와, 잘 쓴다’ 싶어서 평가를 매기는 동안 홀로 들떴다. 특히 작가가 자신이 쓰는 작품이 어떤 장르에 속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장르를 불문하고 몰입하며 읽었던 이유다. 호러든, 판타지든, SF든, 잘못된 장르는 없다. 하나의 장르로서 고유한 관습과 패턴을 형성했다면 그만큼 사람을 매혹할 만한 장점을 갖추고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응모작이 각 장르의 매력 포인트를 충실히 살리고 있었다. 평가자 이전에 독자로서 기쁜 일이다.

수상작인 「바닥없는 샘물을 한 홉만 내어주시면」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시 쓴 작품이었다. 이미 존재하는 고전을 새로이 창작하는 경우답게, 주인공은 본래 신화라면 목소리를 지니지 못했을 평범한 인물이다. 신의 자식도 왕의 혈통도 아닌 그녀는, 바닥없는 샘물에 대응하는 바닥없는 진심으로 과업을 달성한다. 결말까지 여러모로 더하거나 뺄 구석 없이 마침맞은 이야기였다. 게다가 감정이 고조되는 과정이 매끄러웠고, 사용하는 단어나 플롯이 장르에 손색없이 어울렸다. 덕분에 잠시나마 생생한 환상에 잠길 수 있었다. 수상을 축하드린다.

여기서 전부 언급할 수는 없지만 정말로 대개의 응모작을 흥미롭게 읽었다. 「눈의 셀키」는 환상 동화 혹은 설화에 어울리는 분위기는 물론, 기묘하게 슬프고 당혹스러운 결말까지 장르의 문법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이 있는 소설이었다. 「외자혈손전」은 독자에게 친숙할 전래동화의 문법을 따르는데, 진부하지 않으면서 깔끔하게 읽히는 점이 재미있었다. 「탐정 김희영희」는 코지 미스터리로서 우편함의 우편이 뒤죽박죽 섞였다는 사소한 사건을 파고든다. 타인을 대하는 일에 지독히 서툰 주인공이 조금씩 앞으로 나서게 되는 모습이 사건의 진상과 잘 맞았다. 「코스모노미콘의 추억」은 학교괴담과 SF를 결합한 작품으로, 앞부분에서 천천히 단서를 축적하여 마지막에 내달리는 점에서 힘이 느껴졌다. 약간의 서술 트릭도 흥미로운 요소였다. 「인형가」는 살아있는 듯한 인형을 만드는 두 인형사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에 관한 묵직한 슬픔을 풀어낸 점이 매력적이었다. 부디 계속해서 글을 써 주시길 바라며, 언급하지 못한 분을 포함한 모든 이의 건필을 빈다.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이야기 부문’ 심사평: 박광규(계간 미스터리 前 편집장, 작가)

23년 12월

‘익숙함’과 ‘새로움’. 상반되는 느낌의 이 두 단어는 장르문학이 독자에게 주는 매력이자 작가에게 주는 괴로움을 설명하는 요소이다. 독자는 단순하지만 까다롭기도 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익숙함을 즐기면서도 새로움을 느끼지 못하면 순식간에 외면하곤 한다. 이 때문에 작가는 ‘아무도 읽은 적이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장르 특성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창조해야 한다는 어려움과 마주하게 된다.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은 대부분 매력적인 아이디어나 소재를 통해 창작의 어려움을 극복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전체적으로 어느 하나를 버리기 아쉬울 정도로 평균적인 수준이 높았는데,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작품으로는 「외자혈손전」, 「탐정 김희영희」, 「바닥없는 샘물을 한 홉만 내어주시면」 등이 있었다.

「외자혈손전」은 도입부에서 언급한 『홍길동전』을 떠올리는 조선시대 설화 같은 분위기로 시작되지만, 복선 속에 깔려 있던 여러 비밀이 밝혀지면서 파천황적인 전개가 이어진다. 괴기스럽고 끔찍하면서도 아련한 슬픔이 남는 작품이었다. 대인기피증의 탐정 만화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탐정 김희영희」는 ‘관리비 고지서 오배송’이라는 일상 미스터리를 다루었다. 수수께끼 풀이로서의 임팩트가 강하진 않지만, 정통 추리소설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느껴졌다. 「바닥없는 샘물을 한 홉만 내어주시면」은 신화의 재해석이라는 특별한 시도가 눈에 띄었다. 그리스 신화, 그중에서도 ‘헤라클레스의 히드라 퇴치’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인 만큼 독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는 ‘새로운’ 점을 뚜렷하게 부각시켜야만 하는데, 「바닥없는 샘물을 한 홉만 내어주시면」은 신화 속 인물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면서 타임리프라는 장치를 매끄럽게 융합시켜(그로 인한 혼란까지 세심하게 다룬 점에 감탄했다) 원전을 흩트리지 않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이번 후보작 중 글머리에서 언급했던 ‘익숙함’과 ‘새로움’이 가장 훌륭하게 조화된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 탄생 이후 ‘소설가 되기’라는 문턱은 과거 인쇄물 시대보다 분명히 낮아졌지만, 꾸준히 쓰는 것, 즉 ‘소설가로서 오랫동안 남아 있기’는 시대를 막론하고 여전히 어려운 일이며, 한때 어두운 시절도 있었음을 기억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심사 과정에서 작가들의 의욕, 소설의 다양성을 보면서 아직 한국 장르문학의 미래에는 빛이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라건대, 참여 작가분들이 소설에 대한 애정을 잃지 말고 창작을 계속하여 장르문학의 저변을 더욱 넓혀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도서 부문’ 심사평: 허남웅(영화평론가, 기자)

23년 12월

장르는 정해진 규칙이 있다고 해도 진화하기 마련이다. 이번 황금드래곤 문학상 출판 부문을 심사하며 이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은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과 『해저도시 타코야키』였다. 두 소설 모두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파괴의 이미지를 나열하고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활약상을 통해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하는 장르 공식이 무색하게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독자의 머릿속에 새로운 이미지를 각인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이 선사하는 새로움의 원동력은 제목에서 감지되듯 캐릭터의 설정에서 출발한다. 아포칼립스 장르에서 할머니와 고양이와 (그리고 제목에서는 언급되지 않지만) 기계로 이뤄진 주요 인물의 설정은 흔하지 않은 조합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랄 수 있는 인간과 비(非)인간이 서로에게 해가 되지 않은 선을 조심스럽게 긋고 그 안에서 연대를 이끌어 난관을 극복하고 한 줌이 되지 않은 희망을 미래로 나아갈 동력으로 삼는다. 이런 방식의 전개는 폐허가 된 상황을 다루고 있음에도 아름답고 따뜻한 이미지로 머릿속에, 그리고 가슴 속에 각인된다.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그대로 반영된 것인데 극 중 문장처럼 고양이가 가진 “경계심과 신중함”으로 자신이 창조한 인물을 조심스럽게 다루면서 클리셰로 흐를 수 있는 상황의 “빗장을 잘 풀어” 전에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마치 식물을 키우는 듯한 인상의 전개는 폐허의 배경 속에서도 연약하다면 연약할 수 있는 약자의 주인공들이 서로를 돌보는 가운데 땅속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려 경이로운 관계를 맺게 한다.

제목에서부터 독창성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해저도시 타코야키』는 땅에서 살 수 없게 된 인류가 해저로 터전을 옮긴 사연을 6개의 에피소드로 느슨하게 연결하는 방식을 취한다. 보통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 법한 해저 배경의 SF와 다르게 미시적인 규모로 사적인 관계에 더 집중하는 게 특징이다. 물속에서의 적응을 위해 인간과 해양 동물의 유전자를 합하고 물속에 돔 형태로 터전을 건설하는 등 머릿속으로 새로운 이미지가 그려지는 것과 다르게 보편적인 관계를 역설하고 있어 독특한 작가의 세계와 대중성이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다. 그중 표제작이자 다섯 번째 에피소드인 「해저도시 타코야키」의 경우, 타코야키 트럭상의 등장으로 심각하고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가 좀 더 가볍게 문턱을 낮추는 것은 물론 타코야키의 음식 재료 중 하나가 중심인물의 사연에 반전처럼 기능하고 눈물샘까지 자극하면서 그와 같은 작가의 상상력에 놀라게 된다.

수상권에 들지 못한 작품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장르물의 특성상 기존의 공식을 가지고 새롭지는 않더라도 동시대를 반영하면서 능수능란한 재조합으로 읽는 재미를 주는 작품도 필요하다. 요는, 이번 황금드래곤 문학상의 출판 부문에 오른 작품을 통해 한국 장르소설의 저변이 넓어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읽는 내내 새로움을 감각하는 재미를 주는 작품과 전통적인 방식으로 장르의 법칙을 활용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는 소설까지, 황금드래곤 문학상 출판 부문의 선정작에 축하의 말을 전하고, 후보에 오른 모든 작품의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도서 부문’ 심사평: 금정연(평론가, 서평가)

23년 12월

본선에 올라온 네 작품 모두 서로 다른 스타일과 주제 의식을 갖고 있어서 다채롭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반면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너무 뚜렷해서 당선작을 선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마그리트의 껍질』은 모종의 사고로 역행성 기억 상실을 앓고 있는 주인공이 자신의 기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익숙한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풀어가는 초반에 비해 중반부 이후의 전개는 다소 아쉬웠다.

『해저 도시 타코야키』는 연작 소설이라는 형식이 빛을 발하는 작품집이다. 비슷한 시간대를 다루거나 공통의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일반적인 연작 소설들과 달리, 서로 다른 시간대의 서로 다른 인물들을 통해 긴 시간 동안 점차 변해가는 환경을 보여 주는 구성이 좋았다. 매력적인 주인공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형적으로 느껴지는 악역 캐릭터들이 좀 더 개성적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모두를 파괴할 힘』은 무엇보다 선명한 주제 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적지 않은 분량을 몰입해서 읽게 만드는 힘도 뛰어났다. 개인적으로 가장 즐겁게 읽은 작품 중 하나인데, 구성이 조금 산만하게 느껴지는 건 단점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 ‘달’에서 소설이 시작하고 끝나야 하는 건지에 대해서도 살짝 의문이 든다.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달을 향해 추락하는 우주선에서 깨어난다는 도입부는 분명 흥미진진하지만, 전체적인 소설에 그것이 얼마나 잘 어우러졌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은 고양이와 사막, 그리고 용병 출신의 세 할머니가 등장하는 이야기다. 읽기 전부터 벌써 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거의 ‘사기’에 가까운 조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설정을 통해 독자의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건 귀중한 재능이다. 섬세한 문장도 인상적인데, 그렇기에 빠르게 읽기보다는 느리게,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으로 읽는 게 더 어울리는 작품이다. 인간 외에도 다양한 행위자들이 등장하며 ‘비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점도 좋다. 다만 주인공이 세 명의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인 같음’이 느껴지지 않는 게 조금 의아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 후 40년 동안 사막을 떠돌며 살아온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라는 설정인데, 인물의 성격이나 행동에서 그런 세월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그보다 어린 시절의 회상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점, 처음 용병이 되었을 때 그들을 돌봐주었던 ‘정’을 여전히 찾아다닌다는 점 등이 주인공들을 종종 노인의 탈을 쓴 청소년처럼 느끼게 만든다. 그럼에도 좋은 작품이고 좋은 독서였다. 수상을 축하한다.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도서 부문’ 심사평: 문지혁(소설가)

23년 12월

본심에 올라온 네 작품은 장르와 형식, 그리고 내용 면에서 모두 선명하게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어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려웠다. 독서는 즐거웠지만 심사는 괴로웠다고 고백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각각의 작품들은 분명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이를테면 『해저도시 타코야키』의 고유한 목소리, 『모두를 파괴할 힘』의 스케일과 스피드,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의 고요한 단단함, 『마그리트의 껍질』의 흡입력과 과감함 같은 것들이 그랬다.

결과적으로 심사위원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작품은 예소연 작가의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이었다. 세 사람의 ‘할머니 용병’과 ‘고양이 로봇’이라는 매력적인 설정으로 시작된 이 이야기에는 흔히 우리가 장르문학에 기대하는 시끌벅적하고 화려한 인물이나 사건, 플롯은 없었지만, 우렁찬 목소리들 속에서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가는 나지막한 음성으로 독자를 귀 기울이게 하는 힘이 있었다. 더불어 인간과 비인간, 환경과 생명, 계급과 관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단호하면서도 따뜻하여 책을 덮고도 오래 지속되는 미더운 여운을 남겼다. 특별히 이 소설의 잘 세공된 문장들을 읽어 가는 경험은 쓸쓸한 사막의 모래 속에 숨겨진 별빛을 발견하는 것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보다 다채롭게 펼쳐질 수 있었던 이야기의 여정이 조금 이르게 정리된다는 것뿐이었으므로, 한 사람의 독자로서 ‘판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또 다른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할 뿐이다. 축하와 응원을 보낸다.

제5회 황금드래곤문학상 4차 예심 결과

23년 8월

‘이야기 부문’ 본심 진출작
  • 괴담 – 방탈출 카페 제작 중에 생긴 일
  • 명랑한 함진아비
  • 신규기능이 추가된 트위터에 가입하세요
  • 모란이 피기까지는

 

 

‘도서 부문’ 본심 진출작
  •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예소연/허블 2023년 6월 출간)

제5회 황금드래곤문학상 3차 예심 결과

23년 5월

‘이야기 부문’ 본심 진출작
  • 세 번째 도약
  • 외자혈손전

 

 

‘도서 부문’ 본심 진출작
  • 해저도시 타코야키 – 김청귤 연작소설집(김청귤/래빗홀 2023년 3월 출간)

제5회 황금드래곤문학상 2차 예심 결과

23년 2월

‘이야기 부문’ 본심 진출작
  • 탐정 김희영희
  • 나의 첫 장례식
  • 눈의 셀키

 

 

‘도서 부문’ 본심 진출작
  • 마그리트의 껍질(최석규/팩토리나인 2022년 12월 출간)

제5회 황금드래곤문학상 1차 예심 결과

23년 1월

‘이야기 부문’ 본심 진출작
  • 코스모노미콘의 추억
  • 당신이 보는 세계
  • 창포꽃을 세 번 접으면

 

 

‘도서 부문’ 본심 진출작
  • 모두를 파괴할 힘(이경희/다산책방 2022년 7월 출간)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공고

2000년부터 웹 플랫폼을 통한 작품 발표와 이를 통한 문학상 공모 등으로 화제가 되었던 황금드래곤 문학상의 다섯 번째 공모가 시작됩니다. 

현재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다양한 장르문학에 하나의 지표를 만들었던 황금드래곤 문학상은, 지난 제4회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접점을 잇는 브릿G에서 플랫폼의 취지와 맞게 웹과 출판 부문의 별도 수상작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개편되었습니다.

작품 공모는 개최 전년도 3분기부터 당해 2분기까지 브릿G와 오프라인 출판을 통해 발표된 장편소설과 중단편소설(웹 부문 한정)을 대상으로 분기별 편집부 예심을 통해 자동 선별되며, 본심작은 연말 외부심사위원단의 심사를 통해 최종 확정됩니다.

 

공모 요건

▶ 2022년 7월~2023년 6월 사이 출간 및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하며, 오프라인 출판도서와 브릿G의 온라인 소설로 구분함.

 

참여 방법

이야기 부문 – 해당 기간 브릿G에 작품 게시를 통해 자동 참여(별도의 원고 투고 등은 받지 않습니다) 혹은 해당기간 브릿G의 문학상 참여

도서 부문 – 해당 기간 종이책 출판작 중 요건에 부합하면 자동 심사 대상

 

예심

▶ 각 분기별(총4회) 편집부 예심을 거쳐 본심 진출작을 결정

▶ 예심 심사 규정

이야기 부문 : 브릿G를 통해 공개된 중단편 및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각 분기별 본심 진출작을 선정하며, 본심 진출작은 출판 계약을 동시 진행. 이와 별도로 각 기간별 브릿G에서 진행된 각종 공모전의 수상작도 본심 대상에 자동으로 오른다.

도서 부문 : 각 분기별 출판된 종이책을 기준으로 편집부 예심을 통해 본심 진출작을 가린다. 이때 출판 도서는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예심 대상자를 선정한다. (신인 작가 발굴을 위해 장편 데뷔 5년 이내의 저자, 250쪽 이상의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한다. 시리즈의 경우 3권 이상의 출판 소설은 제외되며, 자비출판 및 단편집 역시 제외된다. 단, 통일된 내용의 단편 연작집은 대상에 포함한다. 또한 타사 공모전 수상 및 연관 작품, 출판이 선행되지 않은 작품 역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본심

▶ 예심을 통해 본심에 오른 작품들을 당해 11월~12월의 기간 중 심사를 거쳐 최종 당선작 선정

▶ 본심 심사 규정

외부 심사위원 5인으로 구성하되, 1인의 심사위원장을 선정하여 진행한다.

▶ 본심 심사 기준

이야기 부문은 출판물의 독자에게, 도서 부문은 웹 문학 독자에게 가독성이 높은가
저자가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은가
2차 저작물 등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있는가

 

수상

▶ 발표 : 12월 마지막 주

▶ 부상 : 각 수상작은 상패와 상금 200만 원, 이야기 부문 단편의 경우 작가 개인 단편집 출간 기회 등을 보장(상금은 선인세가 아님)

▶ 시상식 : 장소와 개최 시간 등은 별도 공지

▶ 수상작 발표와 함께 이야기 부문 본심작 중 단편을 묶은 단편집 동시 발간(기출간작 및 개별 출간 예정작에 포함된 단편은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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