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맛 7작』 편집 & 디자인 비하인드 스토리 전격 공개!

2017.11.24

브릿G에서 나온 두 번째 작품집 『7맛 7작』 출간을 기념해 담당 편집자와 디자이너를 모시고 새롭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김나연 디자이너는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에 이어 신간 『7맛 7작』 표지 디자인도 담당했지만, 이번 책의 작업 과정은 또 새로웠다고 합니다. 편집자의 기발한 발상으로 재치있는 제목과 카피가 만들어지게 된 과정부터 다채로운 시안을 만나볼 수 있는 디자인 후기까지! 책에 담기지 않는 이야기들을 브릿G 매거진에서 전해드립니다.

함께 이야기 나눈 사람들
황금가지 미술부 김나연(담당 디자이너)
황금가지 편집부 Assajokuna(담당 편집자)
황금가지 미술부 김다희
그리고 영국쥐와 브릿G팀

브릿G팀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에 이어 또 이렇게 모였네요. 테이스티 문학상 작품집 『7맛 7작』의 첫 시안은 이렇게 3가지였던 것 같은데요.(위 사진/하단 이미지 참고) 처음 표지 작업에 들어가면서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이야기했던 방향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Assajokuna 처음에 의뢰를 드릴 때 2가지 방향으로 구상해 보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첫 번째는 면이나 고기처럼 작품에 나오는 자잘한 요소들을 가득하게 넣는 쪽이었고, 두 번째로는 식탁이나 식기처럼 심플한 요소를 써서 제목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구상해 달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두 번째 안의 방향으로 다채로운 3가지 시안이 나왔죠.

첫 번째 시안들

김나연 우선 시선을 한 곳에 집중시켜야 하는데, 7가지 음식을 다 보여주려니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작업하다 보니 시선이 좀 더 집중되어 보이는 쪽이 좋아 보였습니다.

브릿G팀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을 작업할 때는 작품에 등장하는 요소들을 하나씩 특정 지어서 직접 그림을 그리셨잖아요. 그때처럼 이번 『7맛 7작』에서도 작품에 등장하는 음식의 특징을 잡아서 표현하는 방식은 힘드셨나요?

김나연 무엇보다 음식을 맛있게 그리는 게 정말 힘들겠더라고요. 허영만 작가님이 아닌 이상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razz: ) 게다가 미역국 같은 음식을 그리려고 하니 막막하기도 했고요.

7막 7장

김다희  우선 Assajokuna님이 제목을 재밌게 정해 줘서 좋았어요. 처음에 나연 씨랑 이야기할 때에도 작가 이름이나 단편 제목을 다 넣는 대신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때보다 제목을 시원하게 키우고 맛있어 보이는 분위기로 단순하게 가자고 했습니다.

브릿G팀 제목의 힘이 컸네요. 제목은 어떻게 지으셨나요?

Assajokuna 사실 큰 고민 없이 지었습니다.( :) ) 테이스티 문학상 1회 당선작이 두 작품이라 한 권으로 출간하기엔 분량이 부족했고, 2회 당선작 네 편과 브릿G 출판 지원작 한 편까지 추가하여 작품집을 출간하게 되었는데요. 일곱 작품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반사적으로 『7막 7장』이라는 책 제목이 떠올랐어요. ‘7맛 7작’이라고 하니 뭔가 딱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일단 가제로 정한 뒤 다른 제목안도 몇 가지 뽑아보긴 했는데, 내부에 의견을 들어보니 결국 지금 제목이 가장 반응이 좋더라고요.

브릿G팀 다른 제목은 어떤 것이 있었죠?

Assajokuna ‘읽는 한 끼’, ‘테이스티’ 등이 있었는데 저도 잘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별로였나 봐요. 『7맛 7작』이라는 제목에서 과거의 베스트셀러를 떠올리고 재밌게 여기시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너무 예전 책이라 전혀 모르시는 분들(예: 영국쥐 님)이 계시단 걸 깨닫고 머쓱해졌어요…(땀)

브릿G팀 처음 표지 시안을 보면, 제목 글자 자체에도 어떤 효과를 넣어 작품집 특성을 살려주신 것 같은데, 맞나요? ( :grin: )

김나연 맞아요. 사실 처음엔 그냥 평면적인 형태로 디자인했었는데, 부피감이 없으니 배경과 제목이 구분이 안 되는 느낌이더라고요.

브릿G팀 처음 시안 3종으로 내부 투표를 받았을 때, 채택된 시안은 빨간 쪽이었던가요?

Assajokuna 네. 하지만 결국 채택 못 한 이유를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 시안에 식욕을 떨어뜨리는 파란색이 들어갔던 것도 한몫했던 듯해요.

첫 번째 시안

김다희 저는 처음에 이 표지를 보았을 때 우리가 아는 ‘맛있다’는 느낌에서 다소 비껴가는 인공적인 맛을 생각했었어요. 단적으로 서체 스타일이나 색감 면에서도 ‘고향의 맛 다시다’를 패러디한 느낌이 들었고요.

브릿G팀 특정 브랜드를 언급하셔서 그런지, 어떤 느낌인지 바로 연상이 되네요! ( :!: )

Assajokuna 저는 빨간 고기 색 느낌이 나서 그런지 그런지 ‘피’가 연상되더라고요.

영국쥐 맞아요, 저도 약간 고어한 느낌을 받았고 그런 류의 음식을 생각했었어요.

김나연 색상을 고르는 게 힘들었어요. 전부 다른 색을 넣자니 조화롭지 않고, 식욕을 돋우는 색상을 넣으려고 봤더니 또 막상 잘 어울리지 않았어요.

김다희 표지에 손 일부가 나오는 발상 자체가 재밌으면서도 섬뜩했죠.

김나연 네, 약간 고어한 느낌이 드는 색깔이기는 해요. 아래위로 귀신처럼 보이는 파란 손이 나오기도 하고요.(웃음)

Assajokuna ZA 문학상 작품집 표지로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

세 번째 시안

브릿G팀 하지만 아쉽게도 이 첫 번째 시안이 채택되지 않아서 다른 시안을 작업하게 되셨다고요.

김다희 처음에 미술부와 편집부에서 반응이 좋아서 첫 표지 시안으로 사장님께 보여드리러 갔는데, 다른 것보다도 제목이 잘 안 보인다고 말씀하셨어요. 세 번째 시안은 말씀이 없으셨고요.

Assajokuna 마지막 시안은 방송 프로그램 홍보 포스터 느낌이 좀 나는 것 같아요.

김나연 맞아요. 예능 프로그램 느낌이에요.

김다희 이제까지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같은 시안에서 제목만 잘 보이게 수정해서 가도 통과되긴 힘들 것 같더라고요. 마침 편집장님도 같은 의견이셨고요. 그래서 기존 시안에서 제목을 수정해 보는 동시에, 아예 다른 시안도 만들어 보자고 해서 나온 게 다음 시안들입니다.

 

새로운 두 가지 시안

브릿G팀 정말 확실히 다른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그럼 새로 작업하실 때에는 제목과 표지를 맛깔스럽게 표현하는 부분을 보다 신경 쓰신 건가요?

김나연 우선 제목을 기존보다 훨씬 잘 보이게 하려고 했어요. 또 다희 선배님이 다양한 음식을 표지에 넣는 것보다, 파스타 같은 한 가지 소재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어요. 그래서 파스타 이미지를 찾아보는데 파스타 종류가 다양하고 색도 주황색, 노란색, 연두색 딱 세 가지 색감에 맞게 변주되는 요소들이 있더라고요. 또 스파게티 면만 나오는 것보다 바질이나 방울토마토 같이 파스타 재료로 쓰이는 것들도 같이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파게티 이름으로, 라멘」에 방울토마토 얘기도 나오잖아요.

 

브릿G팀 역시 이번 책도 작업하시기 전에 다 읽어보셨군요. 그렇다면 의례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는데요, 어떤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으셨나요?( :) )

김나연 「스파게티 이름으로, 라멘」이 굉장히 웃기기도 하고 재밌어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한편 「비님이여 오시어」는 다른 작품들과 분위기가 달랐는데, 굉장히 잘 썼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브릿G팀 그렇군요. 이번에도 여러 고민이 녹아 있네요. 그럼 새로 작업한 시안 2가지 중에서 최종으로 채택된 것이 지금 표지가 된 걸까요?

Assajokuna 네, 맞아요. 빨간색(방울토마토 부분)이 들어간 데다 바탕색이 더 밝아서 상대적으로 산뜻한 느낌을 주어서 최종적으로는 그 시안을 채택하게 되었어요.

김다희 이전 시안에서는 고기의 맛이 난다면 최종 표지에는 생동감 있고 밝은 톤이 들어가서 그런지 달콤하고 싱그러운 맛이 느껴져요.

Assajokuna 처음에 봤을 때는 ‘바나나 우유’가 생각났어요.( :) )

영국쥐 저는 카레가 생각나요. 수록작 「커리우먼」이 절로 연상되기도 하고요.

브릿G팀 책 사진을 실물로 찍어 공개하니 한 작가님께서는 생각보다 귀엽다고, 계란 프라이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 )

브릿G팀 최종 표지에서는 7이라는 숫자가 굉장히 두드러져 보여요. 기존 서체를 활용하신 건가요?

김나연 처음에는 서체를 변형 없이 써봤는데, 앞으로 꺾어지는 부분이 없어서 그런지 숫자처럼 보이지 않아서 다듬어서 만들었어요.

영국쥐 지금처럼 다듬어 주지 않으셨다면 자칫 ‘ㄱ(기역)작ㄱ(기역)맛’으로 보였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김다희 맞아요. 텍스트로 있을 때랑 제목으로 크게 얹힌 때랑 글자(숫자)를 인식하는 느낌이 정말 다르더라고요.

『7맛 7작』 차례 구성

브릿G팀 총 일곱 개의 단편이 수록되었잖아요. 편집하실 때 내부 작품들 순서는 어떻게 배치하셨나요?

Assajokuna 우선 1․2회 문학상 순서대로 넣었고요. 작품의 밝기(?)랄까 성격이 다른 작품들을 번갈아 수록하려고 했어요. 출판 지원작으로 선정된 「커리우먼」은 마지막에 넣었고요.

브릿G팀 띠지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이미지를 비교했을 때, 띠지가 있는 이미지를 본 분들의 호응이 상당히 좋았어요. 대체로 귀엽다는 인상이었는데, 이런 띠지 카피는 어떻게 결정이 된 건지 궁금했어요. 회사에서 나오는 책을 생각했을 때, 굉장히 파격적인 느낌이었거든요.

Assajokuna 사실 그다지 깊은 의도 없이 그냥 써 보았는데, 편집장님도 별달리 뭐라 하지 않으셔서…( :razz: )

브릿G팀 그렇군요.(웃음) 띠지 카피까지 포함되어야, 하나로 완성된 느낌이 들기도 해요.

영국쥐 카피도 좋지만 무엇보다 띠지에 쓰인 서체도 무척 귀엽습니다! 이 서체가 뭔지 알 수 있을까요?

김나연 격동굴림이라는 서체예요.

Assajokuna 서체 이름이 마음에 드네요.( :) )

김다희 게다가 나연 씨가 책등과 뒤표지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텍스트만 얹히는 것이 아니라 표지부터 책등, 뒤표지까지 펼치면 이어지는 느낌으로 앞표지 디자인을 약간씩 변주했어요. 표지와 다르게 속표지에도 디자인 요소를 다르게 배치했고, 바코드 부분 쪽 디자인도 신경을 많이 썼죠. 면지도 다홍빛이 도는 분홍색으로 인쇄해서 식욕을 돋게 했어요. 아울러 표지의 종이 질감도 고민을 많이 했지요.

Assajokuna 표지 교정지를 받아 봤더니 인쇄 업체에서 실수로 띠지로 사용되는 종이에 표지를 인쇄해서 보내셨더라고요. 정말 우연이었는데, 그 질감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떤 종이를 쓸지 마지막까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결국은 표지 시안의 산뜻한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지금의 용지를 쓰게 되었지만요.

영국쥐 신기한 우연이네요. 띠지에 사용된 종이는 어떤 건가요?

김나연 이름처럼 정말 천의 질감이 나는 ‘매직 패브릭’이라는 종이예요.

브릿G팀 종이도 그렇고, 7맛 7작이라는 제목이 반짝거리며 빛나는 후가공의 느낌도 무척 좋게 느껴져요.

김나연 무광 표지에다가 유광 박을 사용하면 눈에 잘 띌 것 같아서, 유광 박은 꼭 써보고 싶었어요. 앞표지에 있는 방울토마토 꼭지에도 유광 박을 썼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이게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영국쥐 아, 그렇네요! 파스타 그림 곳곳에도 작은 유광 박이 들어가 있네요.

김다희 반대로 브릿G샵에서 판매하고 있는 ‘퓨처 워커’ 시리즈 노트가 무광 박으로 후가공이 들어간 제품인데, 이번 책에 쓰인 유광 박은 반짝거려서 책 사진을 찍을 때에도 빛에 따라 색깔이 달라 보여 다채롭게 느껴지더라고요.

김나연 늘 유광 박을 써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넓은 면적에 써볼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어요.( :grin: :!: )

김나연 디자이너가 작업한 황금가지 책들

브릿G팀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나 『낙원남녀』 같은 장편 표지를 작업할 때와 연속해서 작업했던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이나 『7맛 7작』 같은 단편집 표지 작업을 할 때, 특별히 다르게 느껴지는 점이 있는지 궁금해요.

김나연 장편은 아무래도 인물 위주로 생각하게 되는 편인데, 작품집은 단편들이 묶여 있는 형태다 보니 인물 중심으로 구상하는 게 어렵잖아요.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 표지를 할 때는 작품에서 하나하나 요소를 따서 디자인을 했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시안으로 통과가 되었는데, 『7맛 7작』은 그렇지 않아서 조금 더 헤맸던 것 같아요.

김다희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었어요. 그림을 그렸던 방식은 지난번과 비슷했어요?

–일동 놀라며– 이번 표지도 전부 다 그리셨다고요?! 당연히 기존 이미지를 활용한 줄 알았어요.

김나연 (웃음) 네, 이번에도 그림을 그렸는데, 지금 표지에서 흰색으로 도포된 액체 같은 부분을 그리는 게 어려웠어요.

김다희 생각보다 아름답게 그리는 게 힘들어요.

김나연 그래서 많은 후보 액체들이 있었습니다.( :) )

김다희 액체뿐만 아니라 파스타도 다양하게 그렸는데, 처음에 마카로니 파스타를 보고 곱창 같다고 했어요.( :) )

영국쥐 이런 요소들도 벡터 이미지를 (이미지 구매 사이트에서) 가져오신 줄 알았어요.

김나연 없어서 그려야 했습니다.( :eek: )

김다희 디자이너마다 작업 스타일이 다 다르지만, 옆에서 보기에 나연 씨는 이미지를 찾는 것보다 직접 그리는 편이 빠르면서도 훨씬 잘하는 것 같아요.

표지 작업 화면

브릿G팀 마지막으로, 제3회 테이스티 문학상의 주제는 뭐가 될까요?

Assajokuna 글쎄요. 주사위나 추첨 판을 돌리게 되지 않을까요?( :) )

김다희 고기랑 면을 했으니, 생선 같은 어패류는 어때요?

영국쥐 생선 좋네요.

Assajokuna 액체도 좋은 것 같아요.

김다희 액체는 안 돼요. 표지하기 힘들어요.( :cry: )

브릿G팀 그래도 Assajokuna님 의견처럼 ‘술’같이 특정된 소재라면 재밌을 것 같아요.

Assajokuna 하지만 그럼 인터뷰를 보시고 술을 소재로 한 단편을 미리미리 올려 두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브릿G팀 이건 확정된 게 아니니까요.

Assajokuna 네, 확정된 게 아닙니다. 추후 신중히 선정하여 공지하겠습니다.( :) )


다음으로는 브릿G 편집부가 각자 『7맛 7작』에 등장하는 요리를 맛 본,
미식(?) 여정을 매거진으로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계속해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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