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리포트] 텍스트를 입는 브릿G 유저들을 위한 패션 제안 이달의큐레이션

대상작품: <악마는 프라다를 입힌다> 외 7개 작품
큐레이터: , 19년 5월, 조회 203

몹시 더운 여름의 새벽 2시, 당신은 배가 출출하고 잠이 오지 않는다. 냉장고를 뒤져보니 말라비틀어진 육포 몇 조각만이 “안녕?”이라 외치고 있다. 맥주가 없다니! 끔찍한 일이다. 이윽고 당신은 시원한 수입맥주들을 떠올린다. 그 말인즉슨, 밖을 나갔다 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때 외출에 가장 적절한 패션은 무엇인가?

 

대충 푹 눌러쓸 모자, 후줄근한 추리닝, 그리고 땅바닥에 슥슥 긋기 적절한 삼선 슬리퍼. 이보다 적절한 패션이 있을까? 물론 당신이 소위 말하는 ‘패션 피플’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지겠지만, 20분간 정장을 쫙 빼입고 수입맥주 4캔을 사들고 올 괴짜는 흔치 않을 것이다.

 

 

     

야구장에 나타난 공룡 에어슈트

 

그러나 우리 인간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존재들이 아니다. 특히 ‘옷’에 관해선 괴짜들, 그리고 그들을 만든 환경, 강요라는 짐 등과 얽혀있는 것이 우리 인간들이다. 역사적으로도 갈비뼈를 부러뜨릴 정도로 코르셋을 조였고, 중고등학생의 정해진 교복, 최근엔 시상식에서의 패딩 점퍼, 야구장에서의 공룡 에어슈트까지 우리들의 ‘옷’에는 각각의 다른 의미로 기행(奇行)이라는 게 있다. 또한 후줄근한 옷차림의 민머리 모델이 ‘가고픈 대로 갈래~’라며 치아를 드러내는 쉐보레 광고만 봐도 어떤 저항심 또한 옷 안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처 탈을 쓰고 야구장에 나타난 가수 김경록

즉, 의(衣)란 객관성을 지니면서도 때때로 주관이 뚜렷한, 그야말로 난해한 철학과도 같다. 하물며 우리는 ‘패션의 끝은 면상(面像)’이라는 절대적인 진리를 알면서도, 목에 걸면 목걸이요, 발목에 걸면 발찌라는 식으로, 그 어떤 곳도 패션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기이함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글을 읽는 인간들은 ‘머릿속에 텍스트를 입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는 정말 기이한 존재들이 아닐 수 없다. 인정하기 싫다면, 한화이글스가 지는 경기를 보며 목탁을 두들겨보자. 기꺼이 부처 패션을 하리라.

 

 

 

당신의 머릿속 소설방은 어떤 패션을 선호하는가?

 

이곳 브릿G에는 화려한 화염이 가득한 판타지, 신비로운 우주선의 SF, 아찔하고 서늘한 살인마 스릴러, 하염없이 섹시한 로맨스─로맨스 속의 남자는 섹시해야 제맛이다─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지만, 정말로 의(衣)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들은 당신에게 확실한 패션을 보일 것이다. 지금부터 소개할 여덟 가지 이야기를 한 번씩 쇼핑하듯 둘러보고 머릿속에 입혀보는 걸 제안해본다.

 

 


 

 

영혼 하나 값의 프라다

 

모던-룩의 정석, 프라다. 이 땅엔 그 위용을 본 딴 수많은 짝퉁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힌다>에서의 ‘검정색 원피스 드레스’는 짝퉁이지만, 오히려 정품보다 인력(引力)에선 뛰어나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사람에게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드레스라는 것! 영혼 하나의 값이면 충분. 선물용으로 제격이다. 평소 미워하던 사람에게 선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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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화려한 인간들에게

 

여기 분노에 미쳐 날뛰는 옷들을 보라. 우리 모두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옷을 입지만, 정작 옷들은 입는 이의 진실하지 않은 모습에 분노한다. 당신은 과연 <벗어버리다>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옷들을 보고, 알몸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을까? <벗어버리다>를 둘러 보고나면, 내면의 아름다움을 닦으려고 하려는 것은 물론, 화장실로 씻으러 들어갈 때조차 옷을 함부로 벗어 던지지 못할 것. 당신의 옷은 어떤 모습일지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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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크리스마스엔 터닝메카드 W를 선물하세요

 

한 남자가 목숨을 걸고 지켜낸 이 양말을 보라. 양말을 노리는 침입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남자는 산탄총은 물론 식칼까지 마다하지 않고 사용했다. 양말의 색은 붉은 색. 붉은 색이 염료로 인한 것인지, 피로 인한 것인지는 직접 확인해보시라. 이미 남자는 양말에 손을 넣어봤고, 어두운 바다 건너편으로 날아갔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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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죽은 날에

 

살면서 슈트를 입을 땐, 반드시 무슨 일이 있기 마련이다. 회사, 결혼식, 맞선…… 그러나 그중 누군가 죽은 날에 입는 슈트는 그 무엇보다 무거운 감정을 실으리라. 여기 <윈저 노트>를 둘러보고 그 무게감을 느낀 후, 직접 넥타이를 메어보자. 왼쪽으로 두 번 감고, 감싸듯 한 번 더. 마무리로 크리스털이 박힌 넥타이핀을 꽂는 걸 잊지 말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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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면 너무나 행복한 고깔모자

여기 <고깔모자>에는 충분한 빛을 받아야 건강하게 자라는 고깔모자가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다. 그런데 모두가 땡볕 아래에서 고깔모자를 쓰고 있다. 그리고 당신을 피해 도망친다! 황당한가? 하지만 당신이 이 고깔모자를 쓴다면 희생정신을 갖고 행복을 중얼거릴 것이다. 그리고 달려라, 사람들에게서 멀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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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가 가장 어울리는 곳은 바지 주머니

 

길을 걷다 붕어빵이 먹고 싶은데, 현금이 없다면? 현란하게 꾸르륵 대는 뱃속에게 당신은 침만 삼킬 텐가? 여기 <바지 주머니 속 파란 종이>를 둘러보라.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위한 바지가 준비되어 있다. 기분이 좋든 나쁘든 바지 주머니에 지폐를 찔러넣게 될 것. 단, 물가가 오르지 않기를 늘 바라고 바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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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두가 너를 좋은 곳으로 데려가 줄 거야

 

구두를 신기 위해 인간이 된 인어공주를 아는가? 그 구두가 가진 의미를 알기 위해선 그저 광고 속 화려한 구두를 바라보는 것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리라. 당신이 구두를 신어 본 적이 별로 없어도, 비싸서 사지 못했어도, 어울리지 않아서 사지 않았어도 여기 <아찔하게 허무한>을 둘러보자. 그리고, 구두를 하나 골라 신고 잠실철교를 걸으며 시커먼 한강을 바라보는 걸 추천해본다. 알 수 없는 인생을 느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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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를 위하여!

 

교복을 입는 그 시절은 아름다운 나이이지만, 부조리함에 굴복하고 무심하고 저항하는, 그야말로 잔잔한 바다 같으면서도 풍파를 일으키는 폭풍 같다. 학창시절 당신은 치마와 바지 중 어떤 것을 입었는가? 그리고 그 옷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었는가? 여기 <치마 전쟁>을 둘러보라. 깨달음 가득한 치마와 바지가 빛을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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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당신들의 땀조차 녹여버릴 여름이 도착한다. 이번에 소개한 ‘옷’들이 여름에 어울린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선풍기나 에어컨을 켜놓고 바닥에 벌러덩 누워 시원한 수박을 입에 물고, 위 이야기들을 한 번씩 둘러보며 머릿속을 텍스트로 입혀보는 걸 제안해본다.

 

 

*위 이야기들을 방문했다면, 각 이야기에 공감을 눌러 ‘팁’주는 걸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