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선생님께 검사받는 일기장 말고, 나만 읽는 비밀 일기장이 따로 있었던 분들 계실 겁니다. 문제는, 부모님이 제 비밀 일기장을 몰래 읽고 계셨단 사실을 알았을 때였는데요…저는 곧바로 비밀일기장에 “남의 일기를 읽으시려면 ‘난중일기’나 ‘안네의 일기’를 추천해 드린다”라고 적었던 건방진 초딩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어 초중고딩 때 일기를 다시 읽어봤는데…흑역사도 이런 흑역사들이 없네요. 그 날 밤은 이불킥을 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 했고, 중고딩 때 일기는…일기가 아니라 데스노트였습니다…그러나 브릿g에는 ‘내 일기를 읽으시라’며 일기장(수필?)을 공개하신 분들이 계시니, 우리는 과거 일기장은 봉인해 두고 ‘남의 일기’를 훔쳐…아니 대놓고 읽어 볼까요? (일기라기엔 수필들에 좀 더 가깝습니다만…)
브릿g의 문장가, 이나경 작가의 소소한 일상과 비범한(?) 어린 시절, 그리고 따스한 인간미가 물씬 느껴지는 매력적인 수필입니다. 읽다 보면 이나경 작가님의 인간적인 매력이 쏠쏠한데요. ‘여하튼 설레는 날들’의 달력은 연말에 저도 만들어보고 싶네요. 단점은, 연재주기가…ㅠㅠ
이나경 어쿠스틱을 읽으시고 ‘나도 딸바보가 되고 싶어!’라고 마음먹으셨던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초반부 육아 에피소드는 알랭 드 보통 식으로 하면, ‘육아의 기쁨과 슬픔’ ‘낭만적 육아와 그 후의 일상’이라고 제목을 붙여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올라오는 작가님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들을 읽다 보면 이 작가님의 어린 시절도 만만치 않았…역시 자식은 부모를 닮는 거겠죠?(찡긋)
붕붕 작가님의 ‘오늘의 징징’이라고 하니 롸임이…말 그대로 ‘징징대는’ 일들을 쓴 글이라 비 오는 날 술과 함께 읽기 좋은 글들입니다. 30대 솔로 직업인의 애환이 행간에 넘실댑니다. 겉보기엔 그냥저냥 보통인 삶의 뒤편에서 얼마나 복잡한 감정의 파도가 치는지 알게 되면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을 애잔한 눈빛으로 보게 됩니다…어, 그런데 장아미, 유권조, 브릿찡이 나오는 ‘어둠의 탐정 장아미’는 장르가 어드벤처 판타지군요ㅎㅎ
제목 그대로 화자가 마신 술 얘기입니다. ‘바’ 라는 게 거의 없는 지방에 살았던 화자가 상경하자마자 서울의 바를 택시타고(!) 찾아가서 마시기 시작합니다. 매 회 끝에 술 레시피가 나오고 저처럼 술=소주, 맥주, 막걸리 만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생경하고 신기한 술이 잔뜩 나옵니다. 일기라기보다는 ‘오늘의 술’ 느낌이기도…
웃고 싶을 때 읽어보세요. 일기장 말고 싸이월드나 트위터에 적은 매일의 소소한 기록 같은데 작가님의 유머감각이…사석에서 뵈면 5분에 한번씩 웃게 해 주실 것 같습니다.ㅎㅎ
혹시 다른 작가님들의 일기장을 아시는 분이 계시면, 댓글로 제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