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수가 줄었습니다. 요새 말을 하는 게 귀찮아요. 말로 떠들 시간에 장문으로 쓰는 게 경제적이다. 괜히 말을 많이 해봤자 감정의 누수(漏水)일뿐이니 말 많이해서 불안함을 드러내는 것보다, 그냥 입 닫고 혼자 일기나 끄적이기로 했답니다.
그래도 게시글 단위로야 괜찮죠. 작정하고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다듬는 글이니까. 특히나 아이디어의 원천을 거슬러 올라가며 스스로의 ‘계보’를 짚어 자기 작품을 계보화하는 기회라니,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아쉬운 건, 이렇게 좋은 이벤트를 두고 제가 작년에 쓴 작품은 엽편까지 탈탈 포함해서 다섯 개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도 대충 끄적여보자면…
작년에 쓴 첫 작품입니다. 게임 <앨런 웨이크> 시리즈와 닐 게이먼 작품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냥 한 몇 년 만에 글을 쓰기 시작해서 스스로의 쌓인 감정을 털어내는 단계의 글이라, 볼 것 없고 먹을 것 없습니다.
<불사자의 노래>는 좀 ‘장르적인 거’ ‘재밌는 거’ 해 보려고 노력한 시도입니다. <시이의 세계>는 솔직히 재미없었거든요. 일단 작품에 무슨 노래구절이 등장하는 건 일단 <앨런 웨이크> 적인 물건입니다. 저는 레메디 엔터테인먼트가 좋아요. 리우는 켄 리우에서 따온 거지만 실제 행동거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요.
유쾌한 도시 소란은 <디스크 월드> 시리즈의 앙크 모포크, 혹은 그 원류가 되는 <파프나르와 그레이 마우저> 시리즈의 도시 ‘란크마르’에서 따왔습니다. 이땐 영미 판타지 특유의 ‘개판난 도시’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사실 지금도 있지만, 이 도시로망의 분위기는 서구적 풍경보다는 현대적으로 바뀌었답니다)
<드래곤 볶음면, 혹은 그 희생자들>은 제 인생의 역작입니다. 솔직히 청환검보다 이게 더 재밌습니다.
‘소란’을 연작화하고 싶었기 때문에, 소란 배경으로 뭔가 웃긴거 쓰고 싶었습니다. 피츠제럴드나, 허먼 멜빌이나, 오스카 와일드. 특히 ‘로알드 달’ 같은 거 쓰고 싶었습니다. ‘세계문학 단편인데, 엔딩 부분에서 트릭적인 요소를 활용하면서 겁나게 웃기고 다들 바보되는 소설’ 같은 걸 쓰고 싶었어요. 근데 배경이 정통 판타지인.
특히 제목 짓는 방식부터 문장 쓰는 방식은 대놓고 허먼 멜빌을 모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아, 솔직히 청환검보다 이게 더 잘 쓴 것 같아요.
<청춘 환상 검무곡>은 지금 생각해보면 아픈 손가락입니다. 사실 처음에 귀신 나오면서 귀신 소동 할 것 처럼 하더니 무협이 되어버렸습니다. 최종보스 떡밥 덜 깔렸고, 어디 투고하려면 한번 싹 고쳐서 다듬어야 할 겁니다. 근데 그럼 못 쓴 작품이냐구요? 그런 말을 하시려거든 저와 1:1 맞다이를 뜨셔야 할 겁니다. 찾아가는 서비스를 하고 싶었는데 교통비가 없어서 봐 드립니다.
‘신전기 라이트노벨’이라는 걸 써보고 싶었습니다. 아니면 ‘신전기 소년 만화’에서 캐릭터들 다 여자애들로 바꾼 거요. 신전기에서 ‘전기’란 사무라이 나오는 역사전기소설 같은 거라, 그래서 결국 무협 비스무리한 뭔가가 되었습니다.
<카구라바치> <벚꽃사중주> <사카모토 데이즈> 이런 걸 좋아하다가 쓰기 시작했구요, 중간에 휴재는 <체인소 맨> 읽고 내상을 크게 입어버렸습니다.
후기 란에서 주제적인 측면에서 뭐 있는 것처럼 쓰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별 거 없습니다. 그때 야간알바 하면서 완결쳐서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이건 아직은 유일한 올해 작품이네요. 사실 별 거 없습니다. 잡지 공모전에 투고했었는데, 딱히 호러는 아니고 개그에 가까운 엽편입니다. 그 옛날 다음 웹툰 중에 <헌티드 스쿨> 뭐 이런 거 생각하고 썼습니다.
어제 깨달은 건데 저는 호러나 괴이물이랑 안 맞는 것 같아요. 괴이나 뭐 그런것보다, 사람이 더 무섭더라구요.
그래서 요즘 생각중인 건, 딱히 없습니다. 아니, 있습니다. 있는데 없습니다.
작가들 다 뭐가 ‘번뜩이는 순간’ 메모해서 다 글 쓰는데, 요새 그런 번뜩임을 느끼질 못했어요. 아마 사랑니를 뽑아서일 겁니다. 한 2주 아파서 죽는 줄 알았는데 그제 뽑은 자리에 묶어둔 실을 제거하고 나니 살 것 같습니다.
쓰고 싶은 건 있습니다. 근데 ‘빠릿’하고 감이 안 오는 게, 뭔가 공부를 덜 한 건지 경험을 덜 가꾼 건지, 아니면 아직 피곤한 건지 쓰기가 힘이 드네요.
뭐 그래도 잘 되겠죠. 말 많이 하면 안 되니까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