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픽은 편집부 추천작이 발표되는 매월 1, 3주 수요일에 제가 뽑는 추천 작품 다섯 편의 목록입니다. 원래는 트위터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편집부 추천작 예상 목록을 올리던 것이었는데, 앞으로는 이곳에 공유하려 합니다.
실제로 편집부 추천작과 일치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저와 비슷한 취향을 가지신 분들이 새로운 작품을 발견하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개씩 스타킹에 구멍이 나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에요. 왼쪽 엄지발가락이 자꾸만 스타킹을 뚫고 나오는 거예요. 발톱 손질에 심혈을 기울여도 소용이 없어요. 읽다 보니 이게 대체 무슨 사연일까 궁금해지더라고요. 약간은 추리물 느낌으로 그 이유를 찾아가는데요. 스타킹에 구멍이 나는 날은 곧 스타킹을 신는 날과 관련이 있고, 그것은 또 스타킹을 신는 이유와 관련이 있어요. 짧은 단편이니 직접 확인하시죠.
다른 큐레이션에서도 언급한 적 있지만, 저는 워낙에 자매가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게다가 자매가 탄생한다니요. 어떤 의미일까 물음표를 품고 읽기 시작했죠. 실용적인 옷차림의 언니 혜진에게 동생 리아는 여성성을 강조하며 핀잔을 줍니다. 그런 사이예요. 그러다 혜진은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마주치고, 리아는 정체성에 큰 위기가 닥칩니다. 퀴어 여성이 겪는 고민과 특히 대한민국에서의 고난이 씩씩한 문장에 담겨 있어요. 응원합니다.
어둑시니, 그슨대, 또는 어스름이라 불리는 귀물이 등장하는 오싹한 이야기입니다. 고등학교로 교생 실습을 나간 주인공이 이상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도우려다 (사실은 마음에 드는 여자 교생과 함께 하려다) 어둠속으로 끌려들어가는 내용이에요. 속도감 있는 진행이 흡인력 있고, 대사와 분위기 묘사가 좋아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중단편 코너에 10매 정도의 엽편 길이로 연재를 하고 계시는데, 이 게재 방식에 대한 찬반 여부와 관계 없이, 뒷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계속 다음 편을 찾게 되네요. 꼭 끝까지 쓰시는 것을 강권하는 의미에서 픽했어요.
5년째 공무원시험을 치르고 있는 주인공은 우연인지, 운명인지, 그도 아니면 행운인지, 대형사고를 비껴나가게 됩니다. 엄밀히 말하면 사고의 생존자가 아니지만, 얼떨결에 거짓말을 하고 어마어마한 주목을 받는 존재가 돼요. 자존감이 바닥이었던 고시원 투명인간이 갑자기 변한 세상에 괴리감을 느끼고…….
고백하자면 저는 처음부터 이 작품을 아주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제 취향에서 다소 벗어난 부분이 있었고, 내용의 진행도 어쩐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면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는 것을 보고 제가 놓친 부분이 무엇일까 궁금한 마음에 몇 차례 더 읽고, 올라온 리뷰들도 공부하는 심정으로 찬찬히 다 읽었어요. 결론은, 제 취향에서 살짝 벗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아주 매력적인 단편이다라는 것입니다.
위래 작가님께서 태그를 붙인 대로 #좀비펑크 한 단어로 요약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암울한 미래상을 차가운 터치로 그려냈다고 할까요. 꽤 무겁고 깊은 주제가 가벼운 문체와 스토리에 감춰져 있어요. 여러분도 한번 읽어보세요. 단번에 재미를 느끼셨다면, 다행입니다. 아니라면, 리뷰들을 읽고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이런 읽기 방식도 좋은 것 같아요.
[1월 2차 편집부 추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