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윗누이 자, 손아랫누이 매

대상작품: <오직 달님만이> 외 5개 작품
큐레이터: 오메르타, 21년 12월, 조회 429

이야기들을 감상하다 보면, 등장 인물들의 관계가 서사에 큰 틀을 마련해 주곤 하지요. 인연과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 무한한 애정과 영원한 애틋함의 모자, 헌신과 희생을 상정하는 부녀, 전부 이해하면서도 사소한 걸 이해하지 못 하는 모녀, 의지와 존경의 부자, 계급과 의리의 형제 등. 이런 관계성이나 역할들이 전복될 때, 이야기는 흥미와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합니다.

이번 큐레이션에서는 자매를 다뤄 보려 해요. 이야기에 등장하는 가족 관계 중에서는 가장 매력적인 관계가 아닐까 싶어요. 서로를 사랑하기도 하고, 질투와 경쟁의 심리가 끼어들기도 하죠. 최근에는 여성 서사를 다루며 가족 내 약자들의 연대를 이끌어 내는 작품들도 있고요. 오만과 편견, 작은 아씨들, 콩쥐 팥쥐전, 장화 홍련전 등등의 고전 작품들에서도 자매라는 관계가 이야기의 진행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브릿G에는 어떤 자매들이 있을까요?

 

 

장아미

역모죄로 몰락한 가문의 자매 모현과 희현은 외딴 섬에 버려집니다. 섬에 호환이 일어나자 인신공양을 위해 무당이 제물을 간택하는데요. 이날 지목된 언니 희현을 대신해 동생 모현이 산을 오르게 됩니다. 판타지와 로맨스가 무당의 굿판처럼 어지러이 펼쳐지는 깊은 곳에 자매의 양가감정이 자리잡고 있어요.

 

 

이연인

물론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플롯은 진원과 선우의 얽히고 설킨 로맨스입니다. 하지만 그 얽히고 설키는 넝쿨의 뿌리는 진원이 천한국의 여덟 황녀들 중 두 번째라는 사정이 있습니다. 여덟 자매들 중에는 서로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황권을 두고 비밀과 음모와 배신이 도사리고 있기도 하거든요. 

 

 

입양된 언니는 예쁘고 공부도 잘해요. 주인공은 그런 언니에 대한 질투와 시샘으로 언니를 남의 둥지에 자리 잡고 잘난 척 하는 뻐꾸기라고 부르지요. 그런데 그 언니가 갑자기 망가진 것처럼 돌변하고, 인기 좋은 남학생이 주인공에게 다가와 미래를 위해 언니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박하

이 작품의 언니는 죽었습니다. 대화를 나누지 않은 지 십 년이 넘은 동생이 언니가 남긴 소설들을 읽으며, 완결된 작품이 하나도 없는 그 글들에서 조각난 언니의 삶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언니를 추억하고 잊혀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요.

 

 

이효

언니는 극성팬입니다. 그 대상은 별로 인기도 없는 웹소설 작가인 D작가예요. 동생의 이런저런 핀잔에도 언니는 D작가의 찬란한 미래를 보는 예지몽을 꾸었다며 응원의 팬레터를 써내려 가요. 그 작가의 좋은 점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언니와의 대화에서 동생은 점점 다른 감정이 생기는데요. 더보기.

 

 

주아

중국 한나라 성황제의 황후인 조비연은 미모가 뛰어났지만, 궁중에서 온갖 악행과 문란한 짓을 일삼았다고 전해지지요. 그런 황후가 친동생이자 후궁인 조합덕을 은밀한 방으로 불러들입니다. 자매의 대화를 통해 앞으로의 이야기들을 상상하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