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 않은 호랑이 소설들

대상작품: <호귀(虎鬼)> 외 9개 작품
큐레이터: 브리엔, 21년 12월, 조회 198

다가오는 2022년은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합니다. 호랑이에 관한, 호랑이가 등장하는 소설을 모아봤습니다.

 

연암 박지원의 <호질전>을 모티프로 한 소설. 박지원의 아들 ‘박출’은 열병을 심하게 앓은 후 깨어나 박수(남자 무당)가 된다. 양반 집안에 무당이 있을 수 없다는 이유로 쫓겨난 그는 이후 팔도를 떠돌다 호랑이 때문에 더는 사람이 살 수 없게 되었다는 ‘호산촌’으로 향한다.

 

호랑이의 화를 달래기 위한 제물로 선택된 소녀 모현은 제물이 되기 위해 산길을 걷던 중에 함께 온 형부에게 겁탈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 겁탈을 당하느니 죽겠다고 결심한 모현이 자신을 해하려던 그때, 웬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잠시후 호랑이가 나타나 모현을 구한다. 호랑이 덕분에 목숨을 구한 모현은 마을로 돌아가지만 언니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모현을 차갑게 대한다.

 

아주 먼 옛날 강원도에 서예 실력이 매우 뛰어난 유 대감이라는 양반이 살았다. 어느 날 유 대감의 집에 손님이 찾아와 글씨를 청했는데, 유 대감이 범에 관한 시구를 쓰는 순간 유 대감의 딸 ‘연’은 담 너머로 실제 호랑이가 펄쩍 뛰어오르는 광경을 본다. 연은 자신도 아버지처럼 실제 호랑이가 나타날 만한 글씨를 쓰겠다고 다짐하지만, 유 대감은 딸인 연을 제쳐두고 아들에게 글씨를 가르친다.

 

민간수사관인 ‘나’는 어느 작은 동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수사를 맡는다. 알고보니 피해자가 사람이 아니라 호랑이라서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아 경찰이 수사하지 않고 민간수사관인 나에게 맡겨진 것이었는데, 조사하면 할수록 보통 사건이 아닌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오랜만에 외할머니 집을 방문한 준희는 사진을 찍으려고 산을 오르다가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심하게 때리고는 구덩이를 파서 생매장한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촬영한 준희는 남자가 떠난 후 여자를 구하려고 구덩이로 다가간다. 바로 그때,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나 준희를 덮치는데…

 

방정환의 전래동화를 패러디한 작품. 옛날 옛적 한 마을에서 산기슭에 사는 가난한 나무꾼의 호랑이 형님을 두고 송사가 일어난다. 소를 제기한 황 부자는 나무꾼이 형님으로 모시는 호랑이가 나무꾼의 노모에게 매달 두 마리의 돼지를 가져다 주었다고 나무꾼이 말했는데 그게 사실일 리 없다며 돼지 값을 물어내라고 말한다. 과연 황 부자는 돼지 값을 받을 수 있을까.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12간지 동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한다면 어떨까. 한국 지부 회장 호랑이의 모두 발언으로 시작된 회의는 ‘상상의 동물’인 용을 12간지에 포함시키는 게 맞는지, 소와 토끼, 양처럼 풀을 먹는 ‘채식주의자’ 동물들과 그 밖의 육식을 하는 동물들이 함께 회의를 하는 것이 맞는지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한다. 시작은 유쾌하지만 결말은 씁쓸하다.

 

야근을 마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여자. 7층에서 멈춘 엘리베이터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존재가 올라탄다. 그것은 바로 동물원에서나 스크린 너머로나 보았을 호.랑.이. 놀람도 잠시. 호랑이는 여자와 같은 층에 내리더니 옆집으로 들어간다. 대체 이 호랑이의 정체는 뭘까.

 

아기 호랑이들이 배가 고프다고 칭얼거리자 보다 못한 엄마 호랑이가 서낭신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옛날과 달리 이제는 서낭신에게 공물을 바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서낭신도 배가 고프다는데… 산을 떠나면서 이제는 적어도 굶을 일은 없을 거라며 안도하는 엄마 호랑이의 모습이 긴 여운을 남긴다.

 

호랑이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로맨스 판타지 소설. 우리는 과연 인간과 동물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랑할 수 있을까. 대대로 서로를 죽이고 또 죽였던 과거를 청산하고 완전한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