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원로 공포만화가 히노 히데시가 방한 후 인터뷰에서 “호러 만화에서 괴물, 귀신들은 사람들의 손에 죽는데 이는 소외된 사람들의 가련함, 슬픔과 연결된다”는 요지의 대답을 한 적이 있습니다. (* 참고 기사 :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020&aid=0000389243)
길지 않은 인터뷰였지만 이 인터뷰는 개인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어디에서 주워 본 글이긴 합니다만 원래 공포라는 장르가 사회적으로 배제된 인간들의 아픔을 그리며 그들의 원한을 가공의 이야기로나마 해소함으로써 사회의 죄의식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는 해석을 본 적도 있습니다.
브릿G에 올라오는 공포소설들 중에서는 사람들의 슬픔이나 고통이 공포에 가까운 상황을 이끌어내는 작품이 많다고 생각되는데 제가 여기서 읽은 소설들 중 그런 취지와 가장 맞다고 생각되는 중단편들을 한번 골라봤습니다. 소설에 따라선 고통받은 사람들이 흑막이 되어 공포를 안겨주는 입장이 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날것 그대로 전달되어 그에 이입되어 공포를 유발하는 작품들도 있어요.
이른 새벽의 울음소리. 육아의 현실적인 고통과 드러나는 반전이 큰 충격을 안겨주는 작품입니다. 어찌 보면 이번 리뷰의 주제와 가장 부합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놋쇠 황소. 학교 폭력 피해자의 고통과 복수를 생생하게 그려낸 단편. 슬픔보다는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치미는 소설이긴 합니다만 외면당한 사람들의 고통을 그렸다는 점에서 주제에 부합된다고 생각해요.
환상괴담 단편선 : 귀한 딸. 과거 남아선호 사상과 아동학대의 피해자들의 겪는 고통을 생생하게 그린 단편. 그리고 인과응보적인 결말이 주제에 많이 부합합니다.
빨간 꽃신. 부인에게 정신적인 학대를 일삼는 남편과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의 이야기.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과거의 망령들조차 시대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주제와 부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