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과 현실 사이의 모호함, [빨간 눈] 감상

대상작품: 빨간 눈 (작가: 소현수, 작품정보)
리뷰어: youngeun, 1시간 전, 조회 2

작가님의 [악(惡)업이 귀(鬼)를 부른다] 글을 보고 감명을 받아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다가 이 글을 읽게 되었는데..

이 작가님은 호러 장르 쪽에 대가이신 듯하다.

원래 공포의 강점은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법한 도시 괴담이 진가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인데

이 작품 역시 누구에게나 일어날 것 같은 이야기라서 좀 더 소름이 돋았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1인극을 보는 것처럼 몰입감이 상당했다.

마치… 자꾸 끝이 없는 의미 없는 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느낌이랄까.

정신 없는 듯 하면서도 주인공의 머릿속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왜 빨간 눈이었을까. 그리고 그 안에 타오르던 갈구와 욕망은 무엇이었을까.

주인공은 과연 무엇을 보았던 걸까.

 

이 작품에서 [공포의 본질은 무지다] 이 문장이 매우 기억에 남는다.

빨간 눈 자체도 무서웠지만 그 무서움을 알면서도 작가로서 이야기를 써내려간다는 것 자체가

또 다른 공포처럼 느껴졌다.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린 주인공의 처량하고도 힘없는 뒷모습이 그려지는 부분이었다.

 

아내의 손이 차가웠다는 이유만으로 아내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장면 역시 어이가 없을 정도로 무서웠다.

아내의 증오심이었을까, 아님 단순한 착각이었을까,

산책도 하고 장도 함께 볼 정도라면 아내와의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일들 모두가 주인공의 망상이었던 걸까.

 

주인공이 들으라는 식으로 말했던 마트에서 만난 아주머니의 이야기도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알 수 없다.

어디서부터가 허상이고 어디서부터가 사실인지 알 수 없는,

이 모호함 자체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하나라도 확신하기 어렵게 만들어놓은 그 경계 때문에

오히려 이야기가 끝이 난 이후에도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이 작품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귀신이나 빨간 눈이 아니라

주인공이 처해 있던 현실이었을 것 같다.

작가로서 성공하지 못하고 아내에게서조차 외면당하며 결국 일을 하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상황,

이러한 과정 속에서 생겨난 우울증과 편집증, 그리고 아내에 대한 복잡한 감정들이

결국 이런 비극적인 결말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아내를 죽인 사람이 자신이었음에도 아내의 죽음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며 살 주인공이 삶이

가여우면서도 기이하다.

결국 가장 무서운 존재는 귀신도 빨간 눈도 아닌 주인공 자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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