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게 도달한 그날에 대한 불완전한 이해 감상

대상작품: 우리 (작가: 권선율, 작품정보)
리뷰어: JIMOO, 1일 전, 조회 26

하지만 그 마음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 수없이 많은 수정을 거듭하며 그녀가 이해한 주인공의 감정이 무엇일지 가늠해보려 한 것을. 그러다 결국 실패한 것을.

긴 연결음 동안 묻고 싶었던 것들과 전하고 싶었던 것들을 떠올렸지만 수화기를 놓는 순간 하얗게 잊어버린 것을.

이별 후 보내온 희진의 이메일에 반년 동안 답장하지 못한 경원이, 답장을 써내려가면서 과거를 회상해 나가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써내려 가다가 보내지 못 하고 전부 지워버렸는지. 보낼지 말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경원은 아빠와 자신을 ‘우리’라고 표현한다. 아빠의 삶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면 그날 자신이 왜 희진을 붙잡을 수 없었는지 말하기 어렵다고 경원은 생각했던 것 같다. 경원은 희진을 만나던 과거에도 지금도 안정적이지 못하고 불안한 자신의 상황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 반면 희진은 배우를 그만두었지만 극본가로서의 실력을 인정받았는지 파리 극본팀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온다.

그들의 과거가 모르는 사이에 많은 영향을 미쳐서 포기하고 단절 시켜버리게 되는 상황이 먹먹하게 느껴졌다. 경원은 자신과 이별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아빠의 삶을 떠올려야 했고, 그에게 받은 영향을 헤아려야 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왜 그렇게 힘든 걸까?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가족조차도 삶의 요약 줄거리를 대충 아는 것뿐이지 온전히 그 사람이 되어 살아보지는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어떤 사람에 대해 정말 알려면 나와 상대방의 지나온 시간들 뿐만 아니라 많은 영향을 끼친 주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던 장면은 경원과 희진이 이별을 하게 된 마지막 여행길 풍경이었다. 경원은 불안하게 밤 운전을 하면서 길을 잃고 있는 상황이라 희진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 한다. 희진이 하고 있는 말이 중요한 말이라는 것과 무슨 말이든 해줘야 한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지만 경원은 눈 앞에 닥친 운전에 그럴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다. 경원이 운전에 서툴다는 걸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하필이면 그날 그 순간에 꺼내지 않으면 안 되는 말들을 쏟아내느라 희진은 절박했고, 경원에게 어떤 말도 들을 수 없었다. 혼자서 그 밤에 차에서 내리는 것을 선택할 정도로 희진은 정신적으로 기댈 수 없는 경원을 견딜 수 없다 느꼈던 걸까? 내뱉은 말들로 그녀를 평가하고 견디지를 못해 경원이 침묵만을 유지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차라리 내리는 것이 낫겠다 생각했을까? 만약 그때 이렇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면 서로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고 덜 아픈 이별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였다. 어쩌면 그런 후회로 경원은 그럴 수밖에 없던 부족한 자신을 이해해 보려 애를 쓰고 있다.

사실 이해 자체가 중요했던 게 아니라, 그들이 잘못된 상황에서 서로를 만났다는 이유가 그들을 이별로 이끌었던 것 같다. 어둡고 불안한 여행에서 차라는 하나의 공간에 같이 있었으면서도 서로를 바라볼 수 없었고, 이야기를 잘 들을 수가 없었다. 경원은 더 늦지 않고 제때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중요했던 사람이었고, 희진은 자신에게 집중해 주고 삶을 지탱할 수 있도록 붙잡을 말을 해줄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 필요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