Умом Россию не понять 의뢰(감상)

대상작품: 나방은 해협을 넘었다 (작가: 김밀세, 작품정보)
리뷰어: 난네코, 14시간 전, 조회 27

Умом Россию не понять

이성으로는 러시아를 이해할 수 없네

 

 

 

 

 

 

 

난네코

 

 

 

 

 

 

 

 

 

1. 작품에 대한 분석, 감상, 해석

1914년~1917년까지 사용된 러시아 제국 국기. 1917년 러시아 혁명(2월 혁명, 10월 혁명) 이후 사용하지 않음.

 

 

 

김밀세 작가님의 <나방은 해협을 넘었다>는 제정 러시아에서 혁명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러시아를 배경으로 집필된 소설입니다. 헬베티아(=스위스에서 1798년부터 1803년까지 존속한 헬베티아 공화국), 독일 제국(=독일에서 1871년부터 1918년까지 존속), 스베리예(=스웨덴의 자국 국호 명칭.)이라는 국명들과 시베리아(=러시아 영토), 예까쩨린부르크(=러시아 지명), 스톡홀름(=스웨덴 수도), 라이프찌히(=독일 지명)라는 지명들과 19세기~20세기를 뒤흔든 칼 맑스의 맑스주의, 카를 요한 카우츠키, 로자 룩셈부르크 그리고 작중 서술 중에 ‘인민들을 향해 황가가 발포를 했다’는 구절로 피의 일요일 사건(1905년) 이후이자 1917년 2월 혁명(러시아 혁명)에 성공한 전야이자 4월 테제가 발표되기 이전 제정 러시아에서 러시아 혁명을 통해 소비에트 연방으로 나아가는 혁명 과도기적 단계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창작한 판타지 장르 소설이라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은 유럽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블라디미르 스바보드니 넵스키(=알렉산드르 넵스키 대공에게서 따온 이름 같아요), 레프 페로비치 스와로프스키(=러시아 남성 이름 레프와 보석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에서 영감을 받은 듯 합니다), 바실리 미하일로비치 수호이(=소련 항공 공학자 파벨 수호이에게서 따온 이름 같아요), 길버트 가우스(=영국의 물리학자 ‘윌리엄 길버트’와 독일의 수학자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의 성씨에서 따온 이름 같아요), 울리히 피셔(=독일의 대학 교수 이름), 마리아 디 베르가모 백작부인(=이탈리아 사람 같습니다. 이름의 모티브는 마리아 테레사 펠리시타스 데스테 공작부인에게서 따온 이름 같아요)라는 이름들이 굉장히 익숙해서 러시아 문학 작품을 읽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리뷰의뢰 메세지로 텍스트가 난해하다고 하셨지만 문체와 묘사가 러시아 소설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소설의 전개 또한 주인공을 스웨덴의 스톡홀름으로 운반하는 동안 벌어지는 드라마가 일품입니다.

주인공 블라디미르 스바보드니 넵스키는 헬베티아(스위스)를 떠나는 열차를 탑니다. 동행인으로 고향 사람인 레프 페로비 스와로브스키는 귀국하는데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또한 K라는 가고일상 같은 감시자 여성도 만납니다. 열차 안에서 의사 길버트 가우스도 만나고 혁명가로서 유형살이를 했던 바실리 미하일로비치 수호이도 만납니다. 열차 식당에서 수프(수용소에서 주는 것보다 맛있음)를 먹으면서 레프가 3단 아이스크림을 분해하는 동안 열차의 차장 울리히도 만납니다. 울리히는 열차 내에서 불편한 것 없이 주인공 넵스키가 스웨덴에 도착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줍니다. 울리히는 넵스키의 사인을 받고, 혁명가 일행들은 객실로 돌아갑니다. 열차 승무원이 2시간 뒤에 뉘른베르크(=독일 지명)에 도착할 것이라 알립니다. 레프는 적들에게 폭탄 테러를 당하게 될까봐 걱정을 하지만, 수호이는 이 열차가 헬베티아(=스위스)의 민간 회사 소유라고 웃으며 안심시킵니다.

또한 헬베티아 은행(=스위스 은행)에 있는 러시아 황실(=로마노프 가문)이 비자금 때문에라도 혁명가들이 탄 열차를 절대 폭파시키지 못한다고 설명합니다. 시베리아 유형지에서 탄압받던 지식인들을 떠올리며 넵스키는 ‘하얀 폭풍 속을 헤매는 한 마리의 나방’이었다고 회상합니다. 레프는 ‘나방’이라는 단어에 놀라고, 수호이는 경청할 준비를 합니다. 주인공 넵스키가 자신을 루스의 오지, 타이가에서 동물 피를 빨던 흡혈나방이라고 비유하자 레프는 격분합니다. 레프는 왈라키아(=루마니아 남부, 드라큘라의 모티브가 되는 왈라키아 공국의 공작 블라드 3세 체페슈로 유명함) 흡혈귀는 박쥐 같은 압제자라고 비난합니다. 넵스키는 바바야가(=동유럽, 슬라브 민속 설화에 등장하는 마녀)가 잡아갈 수 있다고 진정시킵니다. 수호이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맑스주의에서 유산계급을 탄압하고 노동자 계급 정부를 구성하는 권력 체제)를 거쳐서 공산주의 이상을 실현시키겠다고 합니다. 흡혈귀(여기선 황실이나 귀족이나 부르주아 계급을 뜻하는 듯 합니다)라고 구체제와 영합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루스 황실(=러시아의 로마노프 왕조)은 독수리(=러시아 제국의 문장)의 피가 아니라 올빼미(=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지혜의 여신 아테네/미네르바의 상징입니다. 작중 묘사에 따르면 지식인 계급을 상징하는 동물이 올빼미 같습니다.)의 피가 흐른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러시아의 차르(황제)와 러시아 황실인 로마노프 왕조는 독일계이기 때문입니다. 올빼미, 쌍두독수리, 흡혈나방으로 비유하며 평화롭게 행진하는 인민들을 향해 황제가 발포를 명령한 ‘피의 일요일 사건'(1905년)이 터진 이후로도 인민의 신체가 지배계급에게 예속된 현 상황이 넵스키가 씁쓸하게 느끼는 부분입니다. 레프는 올빼미건 독수리건 인민을 억압하는 압제자라는 점에선 똑같다고 합니다. 혁명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민족주의적 근시안을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냅니다. 맑스도 게르만이지만 게르만 민족(=러시아 황실의 혈통이 독일계라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칼 맑스라는 예외도 있지만 튜튼 기사단(=3차 십자군 전쟁 때 예루살렘에서 탄생한 카톨릭 기사단으로 1300년대 부턴 독일에 본부를 둠 ‘예루살렘의 성모 마리아의 독일 형제회’라고 불립니다)처럼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했을 때 십자군으로 쳐들어 올 것도 걱정합니다. 넵스키와 수호이의 논쟁을 레프가 ‘넵스키가 사람(=혁명가)이 되었는지’ 알고 싶다며 제동을 겁니다. 넵스키는 원래부터 사람으로 태어났지 태어날 때부터 혁명가는 아니었다고 대답합니다. 예카쩨린부르크에서 두 번의 수형생활을 하고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카자크(=’코사크’라고 불리며 기마 전사로 유명한 반유목 생활을 하는 슬라브 계통 민족)인들에게 포박당한 흡혈나방이 되어 예카쩨린부르크에 갇혔다고 고백합니다. 이백년 쯤이라고 하는 걸로 보아 수형 기간이 길게 느껴질 정도로 고통스러웠을 것이라 짐작이 됩니다. 그리고 넵스키는 수형 생활 동안 사상범들과 어울리며 많은 걸 배웠다고 합니다.

아마도 맑스주의 사상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수호이는 넵스키가 궁정생활에 타락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합니다. 넵스키의 명성은 궁전에도 흘러들어가서 넵스키는 귀족 분장을 하고 수도에 있는 고관대작들과 어울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넵스키는 다시 귀양살이를 하게 됩니다. 넵스키는 귀족 생활을 포기하고 시베리아 횡단 철도에 통나무를 대어 탈선한 기차를 털어서 혁명 자금을 들고 도망치다가 유형지로 잡혀가게 됩니다. 넵스키의 이야기 도중에 일행은 멈춰버린 열차가 보일러가 폭발할 뻔했기 때문에 멈춘 것이란 걸 알게 됩니다. 수호이는 사고로 위장한 사보타주의 가능성도 제시합니다. 폭탄보다 덜 이목을 끌면서 혁명가들을 모두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열차에 석탄을 너무 많이 넣어서 엔진이 한도를 초과한 상태라고 합니다. 열차가 멈춘 동안 수호이는 주구(=앞잡이)를 찾으러 가고 레프는 넵스키를 따르겠다고 합니다.

넵스키와 레프는 녹색드레스를 입은 호박색 머리의 귀족 여성인 마리아 디 베르가모 백작부인을 만납니다. 길버트 가우스와 동행한 백작부인은 사회진보에 관심이 많은 여성입니다. 마리아 디 베르가모 백작부인은 젊었을 때 존 스튜어트 밀 부부의 <여성의 종속> (The Subjection of Women)이라는 책에 푹 빠져 여성 참정권 투사로 열렬하게 활동하다가 철도 부호와 결혼하고 트로피 와이프가 되었다고 합니다. 백작부인은 남편이 죽으면 남편의 재산으로 혁명운동에 투자할 계획도 있습니다. 넵스키는 계급이 철폐되면 여성의 해방도 뒤따라올 것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백작부인은 가정이 해체되고 차르가 망하는 꼴을 보고 싶긴 하지만 남성들의 근본적인 시선은 바뀌지 않는다고 대답합니다. 홍차를 마시면서 넵스키는 러시아 황실의 미래가 끝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차의 차장 울리히는 열차가 출발한다고 고지합니다. 넵스키와 레프는 객실로 돌아가고 수호이와 만납니다. 수호이는 승무원으로 위장한 공작원이 있다고 알립니다. 넵스키 일행은 울리히를 의심합니다.

그래서 레프는 암구호를 사용하자고 제안했지만 아무도 진지하게 듣지 않습니다. 복도에서 회담이 끝나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으나 기계가 고장나서 먹지 못한 레프가 쏘르볫(=셔벗)을 먹고 싶다고 하자 객실 문을 두드리고 울리히 피셔 차장이 들어옵니다. 그것도 칼부림을 하면서요. 넵스키는 기절했다가 깨어납니다. 마리아 디 베르가모 백작부인과 의사가 눈앞에 등장합니다. 넵스키는 울리히 차장을 살해했다고 추궁당합니다. 울리히 피셔를 불러서 차갑게 얼려서 살해하고 피를 빨아먹으려 했다는 누명이 씌워집니다. 하지만 넵스키는 그런 적이 없다고 대답합니다. 의사와 백작부인은 흡혈나방인 넵스키가 어떤 마법을 부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같이 온 레프는 열차는 치외법권이라고 합니다. 백작부인은 넵스키를 불신합니다. 넵스키가 무작위로 무차별 살인을 저지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넵스키는 자신을 변호할 시간을 달라고 합니다.

넵스키는 간이 유치장에서 풀려나서 벽에 기대어 숨습니다. 수호이에게 자초지정을 듣게 됩니다. 모두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차장이 실종되었다는 걸 알게 되어 의사와 기관사가 잠긴 객실 문을 열었는데 울리히 차장이 죽고 넵스키가 기절하였으며 의사가 검시를 수행하고 백작부인이 정보를 조합하여 넵스키가 살인범이라고 추리를 했다고 합니다. 넵스키는 상황을 조합하여 울리히 피셔가 러시아 제국의 공작원이라고 가정했으나 병풍 같이 서있는 K에게 정보를 알리지 않기로 합니다. 넵스키는 오전 7시 5분에 열차 꼬리칸인 식당칸에 가서 식사를 하려고 합니다. 주방장은 넵스키를 보고 깜짝놀랍니다. 혁명에 관심이 없다고 넵스키 일행과 선을 긋지요. 아이스크림을 못 먹는 이유는 액체질소가 사라져서라고 합니다. 레프가 주방장을 추궁하자 백작부인이 한참 동안 잡아놨다고 합니다. 수호이는 권총을 들이대며 주방장에게서 중요한 정보(차장이 밥을 먹으러 오지 않음)를 말합니다.

넵스키 일행(=레프, 수호이, 넵스키)은 직원칸에서 승무원(전신수)을 만납니다. 전신수가 카우츠키의 대적자(=레닌을 뜻하는 듯)냐고 물어보니 맑스주의에 교황(=독재자를 뜻하는 듯합니다)이라니 이상하다고 답합니다. 그리고 로자 룩셈부르크를 지지한다고 대답합니다. 넵스키와 레프는 전신수의 근무표와 증언으로 증거를 수집합니다. 숙직실에 가봐도 정보를 얻지 못합니다. 객차 안에는 6개의 객실과 2개의 화장실과 10명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울리히 피셔 차장의 죽음부터 추리소설의 느낌이 나기 시작합니다. 여성용 객실(=백작부인의 객실)에서 조사를 하던 넵스키 일행은 잠긴 객실(=K의 객실)의 문을 열고 흉기를 발견합니다. 또한 성경을 발견하는데요. ‘모든 권력은 소비에트로’로 시작하는 문장이라서 대중을 영도할 슬로건으로 안성맞춤입니다. 백작부인과 의사는 검시를 위해서 울리히 피셔 차장의 나신으로 둡니다. 백작부인은 넵스키가 자백만 하면 열차가 움직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혼란스러워하는 넵스키는 울리히 차장의 시신을 확인하고 넵스키 일행은 증거를 더 찾아냅니다. 의사 길버트 가우스의 객실에 들어온 넵스키 일행은 양탄자가 수상한 것을 눈치챕니다. 의료용 도구들과 아산화질소 가스통도 발견합니다. 물이 흐른 흔적을 확인한 넵스키 일행은 환풍구를 조사해서 식당 쪽으로 난 환풍구가 막혀있다는 것과 밀실의 범위가 확장되었다는 걸 파악합니다. 레프는 범인이 의사라고 확신하지만 넵스키는 백작부인을 인도해야 한다고 합니다. 베르가모에게 증거들을 보여준 뒤에 범행현장과 사람들의 증언을 모아서 해결하기 시작합니다. 레프가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은 우유나 과일에 액체질소를 부어서 단숨에 얼리는 방식으로 만듭니다. 울리히 피셔 차장을 해친 범인은 의사 길버트 가우스의 방에 액체질소를 부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방의 온도가 내려가는 기화열 현상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참고로 울리히 피셔 차장의 사인은 저체온증이지만 진짜 사인은 질식사라고 합니다. 의사 길버트 가우스가 대량의 액체질소를 훔쳐서 밀실을 연결해 액체질소를 붓는 것으로 원격 살인을 저질렀다고 추론해냅니다. 그리고 현장 증거를 조작하여 넵스키가 범인인 걸로 꾸밉니다. 의사 길버트 가우스의 객실 카펫엔 족적이 있어서 액체질소를 부은 흔적이 있다고 알립니다. 넵스키의 발과 족적의 크기가 맞지 않고, 의사 길버트 가우스는 동상에 걸리지 않도록 천으로 발을 감싼 것입니다. 의사 길버트 가우스(작중에선 길버트 가우스를 ‘경’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걸로 보아 길버트 가우스는 의사이면서 sir 이라는 경칭을 사용할 수 있는 준남작이나 기사 작위 소지자일 겁니다.)는 자신의 객실과 넵스키의 객실을 연결한 밀실을 만들어서 액체질소를 부어서 넵스키를 살해하려고 했으나 울리히 피셔가 휘말려서 사망한 것이란 추론이 나옵니다.

본인이 저지른 범죄의 전말이 모두 들통나자 의사 길버트 가우스는 넵스키를 제거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고 고백합니다. 그러자 레프는 총을 쏴서 길버트 가우스의 배, 머리, 가슴에 맞춥니다. 사람을 총으로 쏴죽인 충격으로 일종에 망상과 환영에 빠져있던 레프에게 ‘괴물! 내 기차에서 내려! 당장!’이라는 고함을 백작부인에게 듣습니다. 넵스키는 레프의 눈물을 닦아줍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호이는 도망을 쳤는지 사라졌습니다. 열차 안은 카오스가 됩니다. 수호이는 충수염에 걸려서 괴로워합니다. K가 자신의 정체를 맞추면 도와주겠다고 하지만, 레프는 믿지 않습니다. 레프는 백작부인에게 수호이를 수술해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백작부인은 거부합니다. 결국 레프와 넵스키가 수술실에서 수호이의 수술을 집도합니다. 모르핀이 든 주사기를 수호이에게 놓고, 레프가 오른쪽 복부를 절개하는 수술을 합니다. 넵스키는 수호이의 지시대로 배액관을 삽입합니다.

붉게 부풀어오른 충수를 찾아내어 자릅니다. 레프는 두개의 절단면을 봉합합니다. 레프는 수호이를 간호하고, 넵스키는 티타임이 되어서 설탕이 없는 홍차를 가져옵니다. 레프는 진정한 전위가 되어서 인민의 적을 처리하고 전열에서 봉사하여 동무를 살려낸 업적을 달성합니다. 넵스키는 묵묵히 타자를 치며 나방이 되어 유형지에서 작업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스톡홀름을 향해 3번 정차한 열차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 도착합니다. 하늘을 올려다본 넵스키는 4월에 휘날리며 내리는 눈을 바라봅니다. 이렇게 소설이 끝납니다. 러시아 혁명, 맑스주의, 살인사건 추리, 열차, 티타임 등이 밀도있게 짜여진 소설이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역사 판타지 장르에서 고증을 어디까지 지키고 쓰는 게 좋을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소설이기도 했습니다. 재미를 위해서 고증을 포기하거나, 고증을 위해서 재미를 포기하는 이지선다 선택지에 부딪히는 창작자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 중에 하나고요. 물론 고증과 재미를 둘 다 낚아채는 굉장한 굇수들도 있습니다. 작가님께서도 대중적인 재미와 역사적 고증 사이에서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하시고 소설을 집필하셨을 것 같습니다. 역사와 서브컬쳐를 좋아하는 역덕으로선 흥미로운 소재들이지만, 이영도 작가님 때문에 브릿G에 들어온 판타지를 좋아하는 일반인 독자의 기준에선 읽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결말 이후에 에필로그로 제가 감히 예측을 해보자면, 스톡홀름에 도착한 넵스키는 계속 혁명가로 활동하다가 러시아 혁명으로 로마노프 왕조가 무너지면 1917년이 되면 소비에트 연방으로 망명할 것 같습니다. 그가 나방이 아니라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세상일테니까요. 블라디미르 넵스키는 레닌의 대체이고, 2월 혁명 이후 알렉산드르 표도로비치 케렌스키(러시아 제국 총리) 정부를 무너뜨리려고 귀국 중일테니까요. 레프는 총으로 사람을 쏴서 죽였기 때문에 열차에서 내리면 살인범으로 처벌을 받을 것입니다. 길버트 가우스가 ‘경’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귀족출신 의사라는 점 때문에 형량이 높게 나올 수 있어요.

수호이는 의사면허도 없는 일반인에게 수술을 받은 후유증으로 병이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2026년에도 의사에게 수술받고도 사람이 죽는 사례가 존재하는데, 이 시대에 살던 사람이라면 세균 감염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열차 내 수술실이 완전 무균실도 아닐테고 약품으로 깨끗하게 손톱 밑까지 소독한 손으로 수술을 집도한 것도 아니고요. 페니실린이 1928년에 등장했으니… 안타깝게도 수호이는 수술 이후 사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브컬쳐적으로 마리아 디 베르가모 백작부인의 캐릭터성은 마음에 듭니다. 귀족 영애 시절엔 여성 참정권 운동을 할 정도로 깨어있었지만 결혼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곤 부자 남편의 돈을 펑펑쓰면서 무슨일이 생기면 남편의 돈과 백작부인이란 권력으로 잡도리하는 귀족 부인의 역할이 상당히 핍진성이 있어요. 실제로 현실 여성들도 결혼을 하면 성향이 많이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의 투표권이 보장된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대범하고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여성들조차도 결혼하게 되면 남편과 아이 때문에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높은 자리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도 기혼여성들은 그 기회를 잡을지 말지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합니다.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록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가정(남편, 자녀)에 집중하기 어려워지거든요. 그래서, 결혼하고 아예 일을 관두고 가정주부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워킹맘들을 진짜 존경합니다. 21세기도 이런데 하물며 1900년대 초반에 살던 여성이라면 인생에서 선택지가 그리 많지도 않았을 겁니다. 결혼을 하지 않은 귀족 여성이 살아갈 방법도 마땅치 않을 것이고요. 그래서 굉장히 현실적으로 캐릭터들이 조형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밀도있는 서사를 가진 작품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국에서 혁명으로 이행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흡혈나방 블라디미르 스바보드니 넵스키가 눈을 맞으며 자신있게 걸어갈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작품을 읽고 집필한 팬픽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 국기(1954–1991)

 

 

 

 

 

 

사회주의의 이념으로 설립된 소비에트 연방은 자유로운 공화국들의 굳건한 단합을 위대한 러시아로서 영원토록 결속시켰다!

영원하라, 인민의 의지로 만들어진 단일하고 강성한 소비에트 연방!

우리 소비에트 연방은 동방의 거대한 곰처럼 전 세계를 정복한다!

목적 없이 떠도는 양이 있다면 아무런 두려움 없이 소비에트의 곰은 사냥을 시작한다!

우리의 동지는 행복한 삶을 누리니 우리의 관대함은 무엇과도 비교되지 않으리라!

함께 할 가치가 없는 민족들은 우리가 잿더미로 불살라 버리리라!

공손히 경배하며 감사하여라!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국가에게 함께 할 가치가 없는 민족들은 우리가 잿더미로 불살라 버리리라!

 

 

 

 

 

 

 

소련에서 태어난 모든 이들은 붉은 군대가 가장 강력하다는 노래를 부른다. 소련에선 인류 최초로 우주에 사람을 보냈다. 소련은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위대한 국가이다. 보드카를 마시며 길바닥에 눕고, 자동차 접촉사고가 나면 야구 배트로 상대방 차량의 유리창을 깨부시고, 중국산 칼보다 더 단단한 소시지를 먹고, 시베리아 숲속에서 임산부의 양수가 터지면 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하늘을 향해 총을 쏘며 아기를 출산한다. 나의 할아버지인 블라디미르 스바보드니 넵스키가 말하길, “너는 천국에서 태어난 거란다. 시베리아 유형지가 아니라 안전한 집에서 태어났잖니? 스탈린이 독재를 오래하긴 했지만, 인민을 노예처럼 부리는 차르(황제)도 없잖아! 여긴 지상낙원이야.” 할아버지의 친구인 레프 페로비치 스와로프스키도 이렇게 말한다.

“그럼! 너희 할아버지 말씀이 백번 옳다! 너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진찰을 받을 수 있잖아! 의사도 아닌 내가 수술을 집도하지도 않고, 내가 의사를 총으로 쏴죽이지도 않는다니까! 진짜 세상이 좋아졌어!” 권총에 탄환을 집어넣고 깡통을 총으로 쏴서 맞추는 놀이를 하며, 할아버지와 할아버지 절친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레프 톨스토이와 표도르 도스토옙프스키의 소설이 떠오른다. 웃음이 나오지가 않는다. 이유 없는 웃음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눈이 내리는 나이지리아가 진정으로 지상낙원이라고 생각하시는 걸까? 할아버지 친구 중에선 레프 할아버지에게 수술받고 세균 감염으로 죽은 바실리 미하일로비치 수호이라는 남자도 있고, 돈많은 이탈리아 백작부인도 있었는데 이탈리아가 1946년에 왕정을 폐지해서 해외로 망명을 시도하려고 했다.

그러다 왕족과 귀족에게 반감을 가진 프롤레타리아들에게 발각되어서 남편이랑 같이 교수형을 당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이런 이야기를 40도가 넘는 보드카를 마시면서 즐겁게 웃으며 말하곤 하신다. 그리고 술을 드시면서 죽은 친구인 바실리 미하일로비치 수호이의 유골함(할아버지는 먼저 죽은 친구들의 유골이 담긴 유골함을 주방에 있는 식탁 위에 올려놓고 말을 건다)을 향해 소리를 친다. “마! 고작 의사면허 없는 일반인에게 충수염 수술받고 세균 감염으로 인생하직하면 어떡하냐? 세균이 몸속에 들어와도 악으로 깡으로 버텨서 나랑 같이 살았어야지! 살인죄로 감옥에 다녀온 레프도 형량 다 채워서 출소한 뒤엔 펄펄하게 잘만 살아있는데! 썩다리처럼 약해빠져가지고! 너가 살아있었으면 소련 투표율이 140퍼센트가 아니라 240퍼센트가 되었을 거다!

육시럴! 내가 그때 너한테 40도짜리 보드카로 소독이나 해줄 걸! 에잇! 천국에선 잘먹고 잘살아라!” 할아버지는 애석하고 아쉬운 듯이 유골함들을 손으로 쓸면서 보드카를 들이킨다. 어머니랑 아버지는 그러려니 할아버지를 이해하라고 하는데, 나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등 뒤로 단검에 찔리면 보드카로 소독한 뒤에 흉기를 뽑으면 되고, 타이가 숲과 캄차카 반도에 서식하는 불곰이 우리집에 쳐들어오면 ‘먹을 게 없어서 여기까지 왔구나! 가엾은 미샤(Misha)!’ 하면서 길고양이 돌봐주는 것처럼 집밥 먹이면서 애완용 불곰으로 키우면 된다. 그럼, 소련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 나는 내가 태어난 고국이 자랑스럽지 않다. 시베리아 벌목장 노예보다 내가 훨씬 잘 살고 있긴 하지만, 나는 행복하지 않다. 

어째서일까? 나는 할아버지가 수집한 유골함의 뚜껑을 열어서 새하얀 유분(유골 가루)을 손가락으로 만지작 거린다. 그리고 고인이 된 유분에게 말을 건다. “소련에서 살면 행복한가요? 아니면 천국에서 살면 행복한가요?” 당연하게도 아무런 응답은 없었다. 그럼 그렇지. 나는 유골함 뚜껑을 닫고 길냥이처럼 우리집 마당에서 낮잠을 자는 불곰 미샤에게 줄 연어 통조림을 깐다. 4월에 눈이 테제처럼 휘날린다. 영원히 겨울이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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