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구 작가님의 서정적인 소설 감상

대상작품: 가장 높은 곳의 사랑 (작가: 이사구, 작품정보)
리뷰어: 매미상과, 3시간 전, 조회 13

비 오는 날 읽어서인지 『가장 높은 곳의 사랑』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분위기로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창밖에서 실제로 들리던 빗소리와 소설 속에 흐르는 습기 어린 공기가 겹쳐지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시선에 동화되었고, 읽는 환경 자체가 작품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어떤 이야기들은 내용보다도 감각으로 먼저 남는데, 이 소설이 딱 그랬다.

연화를 처음 마주하는 장면은 특히 인상 깊었다.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존재처럼 보이면서도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위태로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과장된 설명 없이 인물의 분위기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이 오히려 더 깊게 다가왔다. 옥상이라는 공간 역시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가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치처럼 작동한다. 처음엔 낯설고 불안했던 장소가 점차 둘만의 세계로 변해가는 흐름이 매우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연화의 독백, 특히 “아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면…”이라는 고백에서는 잠시 책을 덮고 싶을 만큼 현실적인 감정이 전해졌다. 그러나 그 이후 이어지는 ‘버텨보려는 마음’이 억지 희망처럼 보이지 않아 더 진솔하게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구원받는 이야기가 아니라, 스스로 살아보고 싶어지는 순간을 담아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호러와 로맨스라는 장르가 동시에 표기되어 있지만, 작품은 그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다. 상큼하면서도 축축한,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서늘한 감정이 끝까지 균형을 유지한다. 장르적 긴장감이 오히려 몰입을 높였고, 독자는 계속해서 이야기의 정체를 탐색하게 된다.

바위가 날아가며 시선이 전환되는 장면은 작품의 백미였다. 직접 설명하지 않으면서 ‘나’의 정체를 깨닫게 만드는 방식이 영리했고, 자연스럽게 앞부분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이게 나의 사랑이야.” 설명 없이 멈춰서는 결말이 오래 남는다. 결국 이 작품은 사랑을 말하면서도 존재와 시선, 그리고 살아간다는 감각을 조용히 되묻는 이야기였다. 읽고 난 뒤에도 마음속에 빗소리처럼 잔잔히 남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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