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진정한 의미의 ■■ 단편—2 공모(감상)

대상작품: 진정한 의미의 수정 단편 (작가: 유권조, 작품정보)
리뷰어: 슬픈거북이, 2시간 전, 조회 9

■■■  있었다.
아주 먼 옛날 거대한 ■■ 이 있었다는.

그것은 신께서 주신 말씀의 골자를 담았다는 언약의 수정이었다.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그것은 어찌나 거대한지, 바위라는 말만으로는 도저히 모자랄 정도였다고 했다.

말씀을 보관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신전을 지었다고 했다.
대리석이었는지, 아니면 화강암이었는지. 바닥의 재질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신전의 규모만큼은 실로 엄청났다고 했다.

■■■ 씩이나 되는 문을 지나면 거대한 광장 같은 공동에 바위 만한 수정이 보관되어 있었다고 했다.
문이 열릴 때 마다. 햇빛을 받은 수정은 영롱한 광채를 내뿜었으며, 보는 이들마다 그것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는 이야기.
사제들의 전승과 노래로 매일 같이 산이 울렸다는 전설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 지어낸 거짓말임에 틀림없었다. 설령 한때 존재했다 한들, 분명 과장이 덧씌워졌을 것이 뻔했다.
신전은 터조차 없이 사라졌고. 수정이 있었다는 자리에는 광채가 아니라 진흙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사제들을 붙잡고 물어도 마찬가지였다. “무엇이 적혀있었느냐”는 질문.
거기에 수천 년을 넘게 전해졌다는 그 말씀을 제대로 기억하는 이는 단 한 ■■도 없었다.

사람들은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그저 전설.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 거북한 수도승 하나가 무언가의 탁본을 들고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이것이 바로 그 전설의 수정의 원본이요.”
수도승이 자랑스럽게 내놓은 문서엔 형태도 알아보기 힘든 고어와, 끌로 ■■■ 문장들이 있었다.


진정한 의미의 ■■ ■■

대리석■ 놓은 복도 위로 젊은 신관의 걸음이 조심스러웠다. 길을 안내하는 늙은 신관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 듯 조용히 발을 디뎠다.

다섯 개의 문을 지나 다다른 공동에 거대한 수정이 놓였다. 담는 것만도 벅찬 광경에 젊은 신관은 눈만 끔뻑였다. 늙은 신관은 말로 걸음을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젊은 신관이 다시 발을 떼기까지 가만히 서서 기다렸다.

수정에 기댄 층대가 곳곳에 있었다. 두 사람이 그 중 하나를 올랐다. 가장 높은 단에는 끝이 가느다란 끌과 나무망치가 놓였다. 수정 겉면에 새겨진 글자들이 선명했다. 늙은 신관이 그 위를 가볍게 쓸었다.

“신께서 주신 말씀의 골자를 담는 것이 이 수정의 목적이고 그 줄기를 새기는 것이 내 사명이었네.”

늙은 신관이 천천히 허리를 숙여 끌을 쥐고 나무망치를 쥐었다. 젊은 신관에게 건네며 말을 이었다.

“나는 이제 사명을 ■었으니.”
“무얼 새겨야 하는지 아직 듣지 못하였습니다.”
“말씀의 주인이 내가 아니니 들려줄 것도 내게는 없다네.”
“예?”
“이 수정은 수천 년 전부터 이 자리에 있었지. 왕조가 쓰러지고 새로이 제왕이 탄생하여도 이 수정만큼은 자리를 지켰어. 그 세월 동안 새겨진 말씀을 잘 살펴보게. 그리고 기도하게. 언젠가는 자네에게도 말씀이 들릴 테지.”

늙은 신관이 발을 뗐다. 그가 층대를 내려려 하나 젊은 신관이 마른침을 삼켰다.

“들리지 않으면 어찌 합니까?”
“걱정하지 말게. 이 수정은 만 년이 지나도록 여기 있을 것이고 말씀들은 그보다도 오래 남을 테니.”

늙은 신관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젊은 신관도 그를 붙들지 못했다. 홀로 공동에 남은 젊은 신관은 나무망치와 끌을 내려놓고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가슴께에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그가 기도문을 외웠다. 그런데 귓가에 울리는 말소리는 없었다. 무수하게 많은 홈으로 파인 글귀들이 울림을 집어삼키는 것만 같은 고요만이 질었다.

한참의 기도 끝에 젊은 신관이 일어났다. 나무망치와 끌을 쥐지는 않았다. 그는 층대 끝트머리에 서서 수■ 겉면에 쓰인 글을 소리 내어 읽었다.

“지울 수 없는 것은 없으나 지우는 일은 존재한 바가 없다.”

어려서부터 여태껏 읽은 어떤 경전에서도 본 바가 없는 말이었다. 젊은 신관이 눈살을 찌푸렸다. 누가 새긴 것인지 알 수 없이 반듯하게 쓴 글자들 위, 아래, 옆으로 곧바로 글이 이어졌다. 사이사이를 구분 짓는 것은 마침표가 고작이었다.

“기도는 헛되고 말씀은 흩어지나 수정만은 영원하니 남은 것은 공백일 뿐이라.”

여러 해가 지나고 젊은 신관은 끌을 쥐었다.


사람들은 그 문서를 들여다본 뒤, ■■■을 향해 저마다 반문했다.

“[지울 수 없는 것은 없으나 지우는 일은 존재한 바가 없다.] 이게 대체 뭔 소리야?”

“[기도는 헛되고 말씀은 흩어지나 수정만은 영원하니 남은 것은 공백일 뿐이라.] 이딴게 그 말씀일리가 없잖아?”

“신의 말씀이 이런 형편없는 비문이라는게 말이 된다고 보는가? 젊은 신관은? 끌을 쥐고는 뭘 쓴건데?”

수도승은 신성한 문서의 ■■ 앞에서 감히 불경을 저지르지 말라고 외쳤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사람들의 구타와 욕설이었다.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았다.
아니 그것이 ■■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수도승은 그 자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혹시나… 정말 ■짜는 아닐까?’
스스로에게 반문하다, 검은 돌판 위에 탁본의 글귀를 옮겨 새기고는 세상을 떠났다.

결국, 오래 전 전승은 누군가의 손에 남았다는 전승이 남았다.
찬란한 수정에는 신약의 ■이 담겨있었고, 그것이 누군가의 손에 남아 검은 돌판에 남겨졌다는 전승이 내려져왔다.

하지만 누구도 몰랐다.
검은 돌판 그것이 수정 그대로 인지, 아니면 그저 수정된 ■■■에 불과한 것인지.

그것의 ■■은 결국 누군가의 기■에 달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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