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건 주고 챙길 건 챙긴 재미있는 아포칼립스 호러물 감상

대상작품: 푸른 하늘이 오기까지 (작가: 파둥어,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9시간 전, 조회 8

작가 분들이 글을 쓰다 보면 아무래도 작품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는 것 같습니다. 속도 감도 있고 이야기 구조도 훌륭하며 인물 설정도 꼼꼼한데 인물들 간의 관계까지 완벽하게 설정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겠지만, 모든 부분을 다 챙기기가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그래서 기성 작가 분들 같은 경우에도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푸른 하늘이 오기까지]는 자연 재해로 인한 재난과 좀비 아포칼립스를 절묘하게 섞어 놓은 장편 호러 물입니다. 요즘 연재하는 작품들을 보면 초반 진행이 굉장히 매끄러운데 이 작품 또한 이야기의 초반 부가 눈에 잘 들어오고 재미도 있습니다. 어차피 곧 큰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초반 부에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잘 만들어두는 건 특히 긴 호흡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장편 웹 소설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B급 호러 영화중에 [THE BLOB]라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우주에서 온 슬라임 같은 점액질이 지구의 생명들을 흡수하면서 몸집을 키우는데 그 과정이 상당히 자극적이어서 기억에 남았던 영화네요. 이 작품에 등장하는 괴물(?) 또한 물의 형태로 사람들을 집어 삼키는데, 그렇게 삼켜진 사람들을 마치 좀비처럼 되살아나 살아있는 사람들을 해치려 합니다.

작품의 초반에는 쓰나미와 같은 자연 재해가 소재인 재난 스릴러물인것처럼 방향을 잡다가 절묘하게 방향을 꺾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과 좀비화 된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크리쳐 호러물이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의 흐름이 중간에 바뀌게 되면 중구난방으로 뻗어가면서 집중력이 흩어질 수도 있는데 실제로 읽어보면 몰입도와 가독성이 상당히 좋습니다. 제 생각에는 작가님이 이야기의 진행 속도를 잘 조절하시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주인공 성준이 친구를 구하다 다치게 되는 초반부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점, 그리고 새로운 동료가 생기거나 은신처를 옮기게 되는 과정이 모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됩니다. 부자연스럽거나 어색한 부분이 없으니 읽어나가는데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아포칼립스 소설의 매력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보여지는 인간 군상극을 보는 맛이겠지요. 솔직히 이 작품은 그 부분에서는 조금 평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 인물들의 성격은 어디선가 많이 보아왔던 그런 모습들입니다. 28화 까지의 내용이 전체 이야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진행을 보자면 사실 후반부의 내용 또한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고 할 수 있지요. 이 작품이 지속적으로 독자 분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려면 재난물이나 좀비물에서 등장할 법한 클리셰가 한 번씩 나온 이 시점에 주위를 환기시키고 이야기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뭔가를 보여주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8화까지 이 작품을 읽고 난 개인적인 느낌은 신선한 스토리나 반전 같은 건 일단 접어두고 순수한 이야기의 재미와 자연스러운 흐름에 흐름에 힘을 준 소설 같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부분은 이 작품을 더 좋은 곳으로 올려줄 작가님이 탁월한 선택이 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래서 중반부와 후반부에 작가님이 보여주실 이야기에 더 기대가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다른 건 몰라도 읽기 편하고 잘 쓰여진 장편 호러물이라는 점은 모두 동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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