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브를 기념하여 재미있게 보고 있는 작품 하나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저 나름대로는 상세히 분석했는데, 그러다 보니 중간중간 스포일러가 포함된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 부분은 모두 스포일러 처리를 하였으니, 리뷰만 보실 분들은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
미스터리와 스릴러는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스릴러를 일종의 기법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스릴러 영화, 스릴러 드라마… 모두 스릴러라는 특정 기법을 솜씨 좋게 활용했을 때 분류되는 장르(카테고리, 키워드)죠.
그에 비해 미스터리는 제게 기법이라기보단, 하나의 장르로 여겨집니다. 미스터리 장르라는 표현은 사용해도 미스터리 기법이라는 표현은… 좀 어색하죠. 다만 미스터리는 그 자체로서는 기능을 활용하기 어렵고, 다른 장르와 결합됐을 때 그 진면목을 드러냅니다.
판타지와 결합될 수도 있고(제 소설 ^^;) 로맨스와 결합될 수도 있습니다(백야행, 제3의 남자). 모험과 결합될 수도 있습니다(다빈치코드, 인디아나 존스). 결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리고 여기, 호러와 결합된 미스터리가 있습니다. <루시: 마녀가 죽었던 집>. 이하 <루시>로 표기하겠습니다.
저는 32화(2부 8화)까지 보았으나, 리뷰를 위한 내용은 24화(1부)까지만 분석이 이루어진 점 미리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럼 분석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브릿g리뷰노트시즌2’의 힘을 빌려
(오랜만에 특별출연…)
인물 관계도부터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더 이상 저의 악필을 공개할 수 없기에 이제부터는 디지털의 힘을 빌리겠습니다.
미스터리는 쓰기가 참 어렵습니다. 작중 내내 보는 사람 궁금해서 팔짝 뛰게 만들면서도, 현재 진행되는 정보와 더불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에 대한 정보도 제공을 해야 합니다.
단 제공되는 정보가 너무 적어도 안 되고, 너무 많아도 안 되죠. 정보가 너무 적으면 나중에 비밀이 풀릴 때 독자는 스토리가 ‘뜬금없이 전개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정보가 너무 많으면 재미도 반감될 뿐더러 잘못하면 설명충 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럼 1부에서 제시되는 정보를 살펴보겠습니다. 저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1. 지수-지나 자매 관계 설정.
– 계모에게 학대당하던 자매. 언니 지수는 동생 지나와 함께 계모와 함께 살던 집을 탈출하려 한다. 지수는 탈출하나 지나는 끝내 나오지 못한다. 창문을 돌아보자 그곳에는 어떤 형체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다시 지나를 찾으러 들어간 지수는 집안에서 동생의 시신과 마주한다.
2.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 지수.
– 지수는 10년 후 자신이 도망친 집을 ‘신혼집’으로 얻게 된다. 계모가 그 집을 지수에게 유산으로 남겼기 때문.
– 즉, 지수는 유년 시절 자기가 살던 동네로 돌아온 것. 지수는 그 집에서 예비 남편과 지내면서 집과 관련된 정보를 얻게 된다.
– ‘집’은 동생과 함께 도망치려다가 동생은 탈출 못하고 죽은 곳.
– 공교롭게도 지수가 도망친 그날, 계모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 지수는 늘 동생의 죽음이 자기 탓이라고 자책하고 있다.
– 그래서일까? 지수는 집에서 종종 섬뜩한 시선을 느끼거나 헛것을 본다.
3.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
– ‘집’이 있는 마을, 즉 지수가 옛날에 살던 마을에서는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 마을에는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마을을 관장하는 ‘마녀’의 전설. 마을 사람들은 이 마녀가 아이들을 데려간다고 믿고 있다.
– 그에 더해 마을 사람들은 이 마녀의 전설을 지수와 연관지어 생각한다. 왜냐하면…
– 지수가 ‘집’을 탈출한 날 계모, 즉 집 주인도 죽었다.
– 사람들은 전설 속 마녀가 ‘집’의 일가족을 데려갔다고 생각했다.
– 그런데 알고보니, 10년간 비어 있었을 그 집에서 사람의 형체가 목격되었다. 비만 오면 어떤 여자가 나타난다고.
– 마을 사람들은 그 빈 집의 ‘마녀’가 아이들을 데려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집’의 일가족을 데려간 것처럼.
– 10년이 지난 지금 지수는 ‘집’에 돌아왔다.
– 마을 사람들은 과거에 지수가 계모를 죽이고 도망쳤으며, 현재 사라지는 아이들도 지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지수가 마녀다!
– 엄밀히 따지면 실종은 지수가 마을에 돌아오기 전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런 오차는 신경 안 쓰는 듯.
4. 유하
– 마녀와 지수가 관련이 있음을 계속해서 꾸준히 어필한다.
– 의도적으로 지수에게 접근하고 있다.
1부 전체에서 제공되는 정보입니다. 많아 보이지만 이야기에 빠져들어 보다 보면 정말 자연스럽게 하나 둘 머릿속에 콕콕 박힙니다. ‘설정 설명’ 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너무 훌륭하게 전달하고 있어요.
저의 생각이지만, <루시>는 이 정보 제공 부분은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은, 적당량의 정보를 뿌려두었어요. 그것도 아주 흥미진진하게, 스토리와 엮어내면서 잘 풀어가고 있습니다. 마치 할머니가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요.
지금 리뷰를 쓰면서 문득 든 생각인데, 미스터리 게임에서 유저에게 스토리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과도 조금 비슷하게 느껴지네요. <회색도시> 같은 게임이요.
1부의 정보로부터 어떤 추론을 할 수 있을까요? 이제부터는 제 상상을 섞은 추측이 나옵니다.
지수는 다시 돌아온 집에서 낯선 시선을 느끼며, 계속해서 동생의 환영을 본다.
-> 아무래도 이 시선과 환영은 지수의 죄책감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 어쩌면 죄책감에서 비롯된 환영은 아닐까? 자기가 동생에게 몹쓸 짓을 해놓고 그걸 기억 못하거나 스스로 기억을 봉인해버리고, 죄책감만 남았다. 그로부터 비롯된 환영을 보는 게 아닐까.
-> 아니면 처음부터 동생은 없는 존재인데 자기 혼자만 동생이 있다고 착각하거나?
장편 미스터리 소설이니만큼, 앞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지금껏 제시된 정보가 이리저리 짜맞춰지며 떡밥이 설명될 것입니다. 다만 1부에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정보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 흥미진진하게 설명하다 보니, 정작 사건은 별로 진행되지 않았다.
해나나 선우, 미자 할머니 같은 새로운 인물들이 하나 둘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모르는 어떤 비밀을 간직한 것 같습니다. 다만 주인공이 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기만 했을 뿐, 주인공이 겪는 어떤 ‘세부 에피소드’로서의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요.
1부에서 주인공이 겪은 커다란 사건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것. 그리고 본인의 경험과 자신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경험 간 괴리. 저에게는 1부의 큰 사건이 이것 하나로만 생각이 되어서… 그래서인지 사건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간혹 들었습니다.
그래도 워낙 가독성이 좋고 이야기 자체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셔서, 정체가 되어 있거나 같은 자리 빙글빙글 도는 지루한 느낌은 없었습니다! 오해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진행되는 사건이 얼마 없었다’는 의미로만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리뷰는 제가 작가님께 드리는 깜짝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