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사는 마을 감상

대상작품: 이계리 판타지아 (작가: 이시우, 작품정보)
리뷰어: 청새치, 23년 10월, 조회 14

시골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인상뿐이다. 가로등이 드문드문 있는 도로로 나뉜 넓은 밭과 논, 가끔은 산이 보이고 민가는 도시의 별처럼 더 드물게 존재하는 넓디넓고 크디큰 외로운 땅. 그래도 이웃이 있고, 버스가 있고, 읍내가 있지만, 외부인인 내가 알 길은 없는 낯선 세계였다.

거기에 이제 판타지가 더해진다. 이세계의 경계에 놓인 이계리는 사람이 빼곡히 모여 사는 도시라면 금방 화제가 되어 떠나야만 했을 존재들이 버젓이 살고 있는, 조용한 듯 시끄럽고 위험천만한 마을이 된다.

마을이다. 마을이 맞다. 이장과 청년회가 있고, 잔치가 열리면 주민들이 모이며 읍내에는 빵집과 치과가 있는 곳을 마을이라고 하지 않으면 뭐라고 하겠는가. 비록 새벽이면 공포를 먹고 커진 괴이가 주인공의 머리를 씹어먹고 싶어하며, 어째 이웃은 물론 마을 전체에 인간이라곤 하나도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마을은 마을이다.

개인적으로 어반 판타지에서 재미를 느끼는 부분은 판타지스러운 설정이 독자에게 낯설지언정 작품 구성원에겐 놀랄 것 없는 일상이라는 점이다. 외부인인 내게는 매번 새롭게 놀라운데도! 주인공인 미호도 처음엔 겁먹거나 당황했지만, 이 격차를 점차 줄여나가며 마을에 동화하는 미호를 보고 있노라면 귀촌 모범사례로 홍보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이장님께 그럴 의향이 있을 것 같진 않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건과 사고가 일어났다. 어떤 건 웃기기도 하고, 어떤 건 오싹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불합리한 일들을 지나서, 무엇 하나 단순명료하게 편을 가를 수 없었던 이계리 판타지아라는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다. 하지만 살아남은 캐릭터와 변한 캐릭터가 앞으로 이 세계의 어떤 상황에 처해서, 또 고군분투하게 될지 눈을 감고 상상하고픈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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