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가득한 리뷰 공모(비평)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미르난데의 아이들 (작가: 조나단, 작품정보)
리뷰어: 사피엔스, 23년 5월, 조회 119

0. 들어가며

 

이 리뷰는 미르난데의 아이들과 미르난데의 전령들을 모두 읽고 두 작품 모두에 대해 쓰는 리뷰입니다. 자유게시판에 작가님이 올리신 글을 보니 작품에 대한 감상보다는 개선 방향을 얻고 싶어하신 것 같았습니다. 저는 SF를 쓰는 작가이기 이전에 SF애독자입니다. 우리나라 SF의 부흥을 간절히 원하고 있고요. 그래서 작가님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고, 제가 이 두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점을 솔직하게 작성해 보고자 합니다. 따라서 이건 오로지 작가님을 위한 리뷰입니다. 스포일러가 다수 포진돼 있음을 미리 경고 드립니다. 쓴소리도 가득함을 미리 사과 드립니다.

미리 말씀드릴 것은 미르난데의 전령들은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다는 겁니다. 반면 미르난데의 아이들은 지루하게 읽었습니다. 리뷰 때문에 읽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를 아래에서 차근차근 밝혀보겠습니다.

 

1. 미르난데의 아이들에 한해서-하나의 소설이라 보기에 완결성이 부족

 

엄마 아빠의 실종, 화성 정부의 음모를 반복해서 언급해놓고(즉, 떡밥을 던져놓고) 결말에서 ‘다음 기회에’ 하고 끝난다.(떡밥 미수습) 아예 미르난데의 전령들과 한 작품으로 합친 뒤 1부라고 제시하면 읽는 사람이 덜 허탈할 듯 하다.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 봐도 불충분한 느낌이다. 이유는, 소설이라면 갖춰야 할 ‘기-승-전-결’ 혹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같은 구조가 또렷이 보여야 하는데 이 작품은 그런 구조가 희미하기 때문이다. 즉, 주인공인 한나가 게임 속에서 이리저리 구르고 부딪히고 얻어맞고 좌절하고, 그런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 그리 극적이지 않다는 거다.

비유하자면, 독자는 주인공이 골이 깊은 험한 산을 오르내리고 한 번쯤은 길을 잃거나 벼랑에서 굴러 떨어지고 팔다리가 부러져 너덜너덜해지기를 원하나,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주요 스토리인 ‘게임 내의 성장’이란 부분에서 완만한 능선을 유랑하는 모습밖에 보여주지 않는다. 매 미션에서 한나와 친구들(새매와 친구들)은 매우 간단한 방법(야바위)이나 그다지 힘들지 않은 방법(자살을 원하는 마법사에게 거래를 제시)으로 미션을 통과한다. 드래곤을 처치할 때에도 주인공이 무슨 어려움을 겪었는지 잘 모르겠다. 드래곤을 유인할 때 두려움을 느꼈다는 점? 그나마도 단 한 문장으로 표현돼 있고,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협공으로 금방 드래곤을 처치한다.(이것도 묘사가 너무 간단해서 마치 몇 분 만에 처치한 것처럼 비친다.) 따라서 그런 과정에서 새매의 인기가 점점 오르고 영웅 대접을 받는 게 솔직히 공감이 되지 않는다. 새매한테 미안한 말이지만, 이 미르난데라는 게임이 그렇게 대단하고 인기 있는 게임이라면 새매 정도의 실력을 갖춘 플레이어는 발이 차이고도 남을 것만 같다.

극중 가장 극적인 사건은 친구인 윤슬의 죽음인데 한나는 그것도 곧바로 범인을 찾아내 끝장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버린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작가가 집필 내내 주인공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것, 갈등의 한 가운데에 주인공을 처박아 버리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모름지기 이런 게임에서는 지인들이 다치고 죽어나가고(윤슬을 제외하면 주인공 친구들 중에서는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없음) 주인공도 다치거나 죽을 뻔 하고 팀원들 간에 배신과 음모와 재결합 이런 것들이 나와 줘야 스릴이 넘치는데 한나와 친구들이 겪는 것은 윤슬의 죽음을 제외하면 그저 애들 게임이지 어떤 역경이나 고난이랄 게 없어 보인다. 즉, 윤슬의 죽음이 게임의 일부가 아니라 그저 우연히 일어난 사고처럼 보인다는 거다.(전령들까지 읽고 나면 윤슬의 죽음은 작가가 주인공을 화성으로 보내기 위한 도구였음을 깨닫게 된다. 즉 작위성이 엿보인다는 거다. 차라리 주인공이 처음부터 부모가 화성에 간 걸 알고 부모를 만나려고 미르난데에 참가한 거였다면 더욱 그럴 듯 할 것 같다.) 그러므로 작품을 읽는 내내 소설보다는 주인공의 브이로그를 보는 느낌이었다. 이 작품이 하나의 작품-전체 작품의 일부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 되려면 현재보다 더욱 극적인 긴장과 갈등과 역경과 고난이 나와 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작품을 읽는 내내 헝거게임, 메이즈러너, 다이버전트 시리즈들이 떠올랐다. 이 시리즈들의 공통적인 구조는 십대들이 어떤 생존 게임에 참가하는데 그 뒤에는 기성세대들이 짜 놓은 더 큰 음모가 있다는 거다. 현재 미르난데의 아이들도 이런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는데 그 ‘더 큰 음모’에만 너무 치중돼 있어서 ‘생존 게임’ 부분에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이 약해져 버렸다. 앞서 언급한 세 작품의 1편들을 보면 독자는 읽는 내내 이 아이들이 당장 눈앞의 생존 때문에 고생하는 걸 보면서 짜릿한 스릴과 재미를 느끼는 한편 뭔가 거대한 세력이 이 아이들을 이렇게 굴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1편이 끝났다고 해서 ‘뭐지? 이게 끝이라고?’ 이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왜냐면, 더 큰 고난이 시작될 것은 알고 있으나, 일단 현재 닥친 고난은 충분히 고생스럽게 이겨나갔음을 알고 그 과정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르난데의 아이들을 읽으면서는 설마 뭔가 더 있겠지 더 있겠지 하다가 뭐야 이게 끝이라고? 하는 느낌이었다.

 

2. 미르난데라는 게임의 독창성이 부족함 (1부에 한해서)

 

작중에서 미르난데라는 게임은 전 지구인과 전 화성인이 열광할 정도로 대단한 게임인 것으로 설명된다.(앞으로 자주 언급하겠지만, 이 작품은 묘사가 불충분하다. 상당 부분이 보여주기가 아니라 말하기 방식으로 서술돼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어리둥절해졌다. 마법사, 용, 트롤, 드래곤 이런 것들은 이미 여러 게임에서 나온 것들 아닌가? 현재 그 게임들이 전 지구인이 열광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가? 다들 고개를 저을 것 같다. 한마디로 진부한 컨셉의 게임인데 그게 그리도 대단하다는 식의 설명이 자꾸 나오니 공감이 되지 않았다.

2부인 미르난데의 전령들에서 나오는 게임은 (게임은 보드게임 외에는 안 하는 사람이라 장담은 못 하겠고, 류츠신의 삼체 같은 작품들을 연상시키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독창성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든 생각이, 차라리 지구에서 하는 미르난데 게임도 처음부터 이 설정이면 어떨까? 첫 번째 세상부터 방랑자에게 사로잡혀 기억상실자가 속출하는 무시무시한 게임이라면? 그 정도는 돼야 작중에서 유토피아 행 티켓처럼 묘사되는 화성 행 티켓 당첨에 어울리는 게임이 되지 않을까? 작가가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1부를 먼저 쓴 다음 한참 뒤에 2부를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은데 이제 2부를 다 썼으니 게임에 관한 설정을 그렇게 바꿔서 (그럼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겠지만) 1부부터 제대로 된 게임을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다. 그래야 미르난데의 전령의 결말부분에서 독자들이 황당해하는 반응도 덜 할 것 같다. 고대 화성인과 지성체 외계인 이야기는 흥미로운 동시에 황당했다. 외계인, 이러면 SF보다는 ‘공상’과학소설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리기에 아까운 세계관이다. 따라서 1부부터 조금씩 복선을 깔아놓고 마지막에 가서 빵 터트리면 “뭐야, 갑자기 외계인이라니?”하는 황당해하는 반응은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덧붙여 말하자면, 본 작품에서 기존의 유명 작품들에서 등장하는 것들이 자주 나오는데 이미 미르난데라는 게임이 헝거게임과 엔더의 게임과 같은 기존의 영어덜트 소설과 유사하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조합들이 오마주가 아니라 짜깁기처럼 느껴지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오마주에 대한 염원은 잠시 접어두고 이 소설만의, 작가만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캐릭터와 설정이 나와 줬으면 하는 소망이다. (솔직히 새매라는 작명에서 실망했다. 다른 주변인물이면 몰라도 적어도 주인공이라면 주인공만의 독특한 본령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이 작품이 이러저러한 작품의 아류작처럼 비치지 않으려면 말이다.)

 

3. 전반적으로 묘사가 단순하고 직설적임

 

작가가 이 작품을 웹소설을 염두에 두고 쓴 건지 공모전이나 단행본 출간을 목표로 쓴 건지 모르겠다. 일단 웹소설은 거의 읽어보지 않은 독자라서 웹소설은 원래 그렇게 쓰는 거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 작품으로 공모전이나 단행본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설정의 문제 외에도 묘사를 두 세 배 정도 풍부하게 그리고 적절한 비유와 은유를 섞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모든 장면이 너무 짧다. 장면의 전환도 너무 자주 이뤄진다. 그건 묘사가 간단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어떤 거대한 갈등이나 싸움이 일어나는 장면에서 그러하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그 무서운 드래곤을 처치하는데 할애한 문장이 몇 개 안 된다. 후루룩 읽다 보면 몇 분 만에 처치한 느낌이라 드래곤이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주인공이 드래곤 때문에 두려움을 느꼈다면 단순히 ‘두려웠다’가 아니라 그 감정을 여러 감각적인 표현을 총동원해 묘사해야 독자는 그것을 내 감정처럼 느끼게 된다. 심장이 거세게 두근거리고 땀이 삐질삐질 흐르고 속이 쓰리고 당장 어디론가 내빼버리고 싶고 그런 것들 말이다. 이건 화성에 가서 치른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전 우승자들이 전부 탈락해버린 그 어려운 게임을 새매와 친구들은 역시나 별 어려움 없이 통과하는 듯한 모습이다. 독자에게 그런 착각을 주지 않으려면 게임 속 빌런이 얼마나 강력하고 무서운지를 충분히 묘사하고 그놈과 싸우는 이쪽의 신체적 정서적 반응이 얼마나 생생한지를 묘사해주면 좋을 것 같다. (그러려면 분량이 확 늘어날 것이다.) 윤슬의 죽음 이후에 한나가 느낀 감정도 너무 단기간에 마무리돼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화성에 가서도 윤슬의 죽음을 기억하고 괴로워하고 그런 모습이 나와 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장면은 별로 보기가 힘들었다. 오로지 윤슬의 죽음에 대한 음모를 밝히겠다는 의지만 느껴졌다.

이 작품의 묘사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하필 이 작품을 읽기 직전에 정유정 작가의 작품을 읽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정유정 작가의 작품은 모든 묘사가 마치 나 스스로가 보고 듣고 느끼듯이 생생하다. 책의 분량이 상당한데도 푹 빠져서 미친 듯이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4. 화성 정부의 음모가 개연성이 있지만 제시 방식이 역시나 직설적임.

 

2부인 미르난데의 전령은 ‘아이들’과 다르게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 본격적으로 화성 정부의 음모가 밝혀지기 때문이다. 고통의 눈물을 인류에게 적응시키기 위해 10~20대들을 게임에 끌어들였다는 설정이 그럴 듯 했다. 억지스럽지 않았다는 거다. 솔직히 “오오~” 할 정도였다. 외계인의 등장은 조금 황당했지만 이건 위에서 언급했듯이 1부에서부터 조금씩 복선을 깔아놓으면 황당할 일이 없을 것 같다.

다만 아쉬운 것은 화성 정부의 음모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1부부터 존재해왔는데 그들이 그렇게 주장한 근거가 나오지 않는다는 거다. 그들은 왜 화성정부가 음모를 꾸민다고 생각하는가? 한나의 부모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뭇사람이 아닌 미르난데에 고용돼 일하는 사람이라면 그럴 듯한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런 것들에 대한 근거가 나와 있지 않아서 억지로 믿음을 강요하는 것 같아 거부감이 일었다.

 

5. 3인칭과 1인칭이 왔다 갔다 하는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음.

 

한나로 시작되는 3인칭 서술이 계속 나오다가 갑자기 ‘나’로 시작되는 1인칭 서술이 나와서 어리둥절했다. 처음에는 작가가 ‘한나’를 ‘나’로 잘못 쓴 줄 알았는데 계속 읽어보니 아니었다. 또한 문장도 과거형으로 죽 나가다가 언제부턴가는 갑자기 현재형만 나왔다. 중반쯤 가서야 깨달았다. 현실에서는 3인칭+과거형으로 게임 속에서는 1인칭+현재형으로 쓰는 패턴이었던 것이다. 독자에게 혼란을 주면서까지 이렇게 쓴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딱히 예술적인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 일관된 표현이 좋을 것 같다.

 

***

 

이상 솔직하기 짝이 없는 리뷰였습니다. 저번에 다른 작품에서도 쓴소리만 가득 써 놨었는데 이번에도 이래서 작가님께 송구스럽네요. 하지만 이런 리뷰를 쓴 것은 작가님이 밉거나 작품이 싫어서가 아닙니다. ‘전령들’의 세계관이 아주아주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설정을 바꾸고 묘사를 풍부하게 덧붙인다면 훌륭한 작품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