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포함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각종 위성을 가진 행성들, 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별의 파편들, 그 모든 것이 모여 만들어진 은하들. 우주란 옛날부터 상상력을 자극하는 곳이었다. 고대의 점성술부터 현대의 천문학까지, 사람들은 끊임없이 우주를 탐구했다. 닿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는 늘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냈고, 스타워즈, 스타트랙, 마션, 인터스텔라같은 명작들이 탄생할 수 있는 풍부한 수원이 되어주었다. 우주를 소재로 한 창작물은 무척이나 다양하며, 주제도 밤하늘에 뿌려진 별들만큼이나 다채롭다.
<떠나가는 관들에게>에서도 우주가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정확하게는 우주탐사가 가능해진 미래의 어느 날이 배경이다. 우주탐사, 우주여행,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 무척이나 흥미롭고 가슴뛰는 말이다. 작가에 따라 이야기가 각양각색으로 전개될 수 있는데, 여기서는 ‘고려장’이라는 소재와 결합해 참신하게 스토리를 풀어내었다.
서진의 선택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서진의 선택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서진에게 공감하는 편이고. 인서에 묶인 서진과 병원에 묶인 인서 둘 중에서 아무래도 서진에 이입하기가 더 쉬웠다. 인서는 내가 너무 오래 전에 흘려보낸 과거고, 서진은 혹여나 나의 현재이자 미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나도 언젠가 그렇게 나가보고 싶었어. 내 한계까지, 누구도 붙잡을 수 없을 정도로 먼 곳까지.
서진의 독백을 보며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다. 서진의 고민과는 결이 다르긴 하지만 현실에 묶여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한 건 똑같았던 내 과거가 떠올라서.
서진은 자신의 결정이 옳은 것인지, 잘못된 것은 아닌지 결말까지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서진은 인서가 필요하지 않았다. 동시에 몹시도, 애가 닳도록 필요했다.
이 말은 서진의 고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기 선택이 아이를 위한 일인지, 아니면 자기를 위한 일인지 서진도 간절히 알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일은 양면성이 있듯이, 서진의 선택도 마찬가지였다. 인서는 자신의 삶에 끼어든 방해물이면서도 삶을 지탱할 수 있게 해준 버팀목이었을테니 어떻게 한 마디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을까. 서진과 같이 아이를 위해 요람호를 신청한 또 다른 엄마 정화는 결국은 신청을 철회한다. 아이가 살 수 있는 가능성에 걸겠다며 아이를 우주로 보낼거라던 정화지만, 끝내는 자신의 곁에서 아이의 마지막을 마무리하겠다고 서진에게 연락하며 말한다.
서진씨는 답을 얻었나요?
답이 어디 있겠어. 서진도 그 답을 모른다.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관짝’에 담아 버리는 것은 아닌지, 혹시나 탐사에 성공해 아이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에 걸어봐야 하는지, 아이를 앞세우더라도 엄마 옆에 두어야 하는지, 정작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를 거의 볼 수도 없이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러면 아이를 옆에 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결말까지 서진은 답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한다. 그리고 꿈을 꾼다. 인서가 새로운 곳에서 건강한 몸으로 살아가는 꿈을. 물론 꿈이니 실제로 인서가 요람호 탐사에 성공해 건강한 몸을 갖게 될지, 아니면 실패해 우주에서 죽어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인서가 튼튼한 몸으로 새로운 곳에서, 누구보다 멀리 나가고 싶었던 서진을 대신해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여행하며 삶을 살아가는 결말일 것이라고 멋대로 상상하기로 했다.
살다보면 다양한 선택을 하게 된다. 선택을 한다는 것은 돌려말하면 내가 포기해야 했다는 것이 생긴다는 말이다.
늘 그런 법이었다. 다른 세계를 상상하더라도 결국 우리가 도착해 있는 우리의 현실은 이곳이기 때문에.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해 추측하기란 너무나 쉽고, 우리가 선택해서 도착한 길보다 가보지 못한 길이 더 빛나 보이기 때문에.
맞는 말이다. 나도 내 선택으로 인해 포기해야 했던 것들이 아직도 더 빛나 보인다. 그렇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그 당시의 선택이 최선이라고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그렇게 믿는 것도 때때로 지치지만 어쩔 수 없다. 가끔씩은 자기 합리화도 하면서 살아야겠지.
서진이 본인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시엔 그게 최선이었고 최고의 선택이었을 테니까.
길고 긴 우주여행이 심심하지 않게 이 소설을 읽어보는 것은 어떠세요? 생각할 거리가 많아 탑승 시간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