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역시 두 사람의 미래가 ‘은혜 갚은 황새’ 같은 식으로 전개된다고 하는 상상은 영 인간중심적이라 미묘한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어차피 황새가 아이를 물어다주는 당위 같은 것에 전혀 밝혀진 바가 없다면 한 번 더 그 기회가 둘에게 찾아와 주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어릴 적에야 (엄마) 다리 밑에서 자식인 나를 주워왔다는 말 같은 건 자주 주워들어봤어도 서양식의 황새가 물어다주는 아이 같은 것을 진지하게 여겨 본 일은 솔직히 없는데, 그런 세상이 도래한다면 고통스러운 출산 없이도 아이를 데려다 키우고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꽤 좋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이 공상이 그 아이의 대학 진학 이후까지 정부에서 전액 교육비를 지원해준다는 상상으로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전 지구인이 생식 능력을 상실했다는 설정에서는 P. D. 제임스의 《사람의 아이들》이 살짝 떠올랐는데, 마지막 세대인 ‘오메가’를 끝으로 세계가 서서히 저물어가는 가운데 그 속에서는 어째서 ‘복제 인간’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이제야 의문이 드는 시점이다. 물론 그랬다가는 이야기 전개가 원활해지지 않는 탓이겠지마는.
황새가 물어다주는 아이에게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설정에서도 무릎을 탁 쳤는데, 아마 그렇지 않았더라면 모두가 아이를 갖겠다고 끝간데 없는 혈투를 벌였을지도 모를 것이다. 사실은 검사를 통해 누구에게로 전해진 아기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고 해도 그 룰을 우리 인간들이 잘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에는 다소 회의감이 들기는 하지만.
‘나만 망할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상대 진영으로 날아드는 황새를 쏘아 죽인다는 설정도 재밌었는데, 역시 그보다는 지구인 모두가 하루빨리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모두의 황새를 보호하고 존중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더불어 황새 개체수도 수월히 증가하게 되기를 염원해본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