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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존재의 대연쇄
단요
SF
2025년 9월 13일로부터 정확히 20년 전, 나는 노트북을 고치려다 감전 사고를 겪고 절대 잊지 못할 꿈을 꾸게 된다. 눈을 뜬 곳은 도자기 재질의 정사각형 타일 바닥이 격자무늬를 이루는 흠결 없이 흰 공간으로, 얼핏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사후세계의 풍경으로 무리 없이 받아들여질 법한 모습이다. 그곳에서 나는 테리 데이비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한 남자를 만나 어떤 계시를 받는다. 그러나 화상을 치료하고 검정고시와 대입 준비를 하게 되면서 이내 그 꿈에 대해 시들해지는데, 컴퓨터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해 대학을 다니면서부터 어쩐지 그 꿈에 얽힌 기억들이 다시 생생하게 떠오르기 시작한다. 꿈을 통해 각인된 각종 명령어 코드를 상기한 채 끝없이 성경을 탐독한 끝에, 나는 비로소 세계의 본질과 형체를 파악해 나가는 깨달음을 얻는다. 『다이브』로 한국 장르소설에 묵직한 존재감을 남기며 데뷔한 이후 픽션과 논픽션, 평론까지 넘나들며 전천후로 활동하고 있는 단요 작가의 흥미로운 신학 SF 중편소설 「존재의 대연쇄」를 이번 주 브릿G 편집부 추천작으로 올린다. 작중에 소개되듯 테리 데이비스는 신의 계시를 받아 독자적 운영체제인 TempleOS를 만들어 ‘신에게 헌신한 프로그래머’라는 수식으로 불리는 실존 인물이다. ‘나’는 꿈에서 테리 데이비스로 보이는 이에게 계시를 받은 후 직접 성경 프로그래밍 시뮬레이터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컴퓨터 속 세계를 실행하고 업그레이드해 나간다. 성경을 프로그래밍의 언어 구조에 대입하고 구현된 세계를 특정 사양의 환경으로 해석하는 이야기는 복잡다단하고,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려는 전조를 버스터미널과 영화관 같은 공간적 상징으로 드러내는 방식은 다차원적 체험을 선사한다. 성경과 신학에 무지한 입장에서 작품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는 9월 13일은 이 작품이 따르는 일련의 흐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피조물의 저주이자 은혜, 사랑을 느끼는 존재로서의 통찰을 얻는 지적 여정은 끝내는 어떤 경외심을 들게 하는 분투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돌고 돌아 같은 메시지가 내포된 출력 결과를 확인하게 된 순간, 소설의 도입부를 처음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생경한 감상이 침입한다. 모든 맥락을 이해할 수 없더라도 추천 타이틀에 인용한 다른 소설 속 문구처럼 ‘보는 사람이 보는 만큼 보이는 글’이기에, 이 글을 읽는 경험은 그 자체로 적극적인 오독의 불안을 내포하면서도 사고 범위를 전방위적으로 열어젖히는 새로운 감각을 선사할 것이다. ※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
태양계의 증인
윤순영
SF
‘신이 존재하는 증거’로서 호출된 태양계의 증인. 그러나 그 증인은 오히려 그러한 관심과 호칭이 ‘태양계의 종족들이 실패한 종족들’이라는 조롱으로도 비칠 수 있다며 담담히 비난할 뿐이다. 그리하며, 자신의 종족에게 일어난 행운, 신의 온총, 혹은 비극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청자가 이 세 번째 종족에게 일어난 일을 뭐라고 생각하든간, 그가 고심해서 고른 서두는 이와 같다: ‘여러분의 선의를 믿고’ 이야기하겠다. ‘저희는 태양계의 세 번째 행성에서 태어난 종족이다.’ 과연 태양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한 가지 아주 간단한 스포일러만 허락한다면, 그 과정에서 누구도 단 한 점의 악의를 품지 않았다는 사실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선의의 과정 가운데 무지와 우연이 겹쳐서 만들어 낸 비극이 있었되 또한 구원이 있었다. 「태양계의 증인」은 해외에서 오래도록 고전으로 읽혀온 정통 SF를 연상케 하는 서술 방식과 구조를 충실히 따르는데, 그 와중에서도 2026년의 현실 세계를 향한 비평적 시선을 잃지 않는 작가의 감각이 탁월하게 빛이 난다. 흔히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냉소한다. 하지만 미래로, 낙원으로 가는 길 역시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믿는 편이 나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악의로 닦아진 길의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결국 절멸과 슬픔뿐일 테니. 그리하여 태양계의 종족들이 당도한 미래는 과연 지옥일까, 낙원일까. ※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
서칭 포 러닝맨
적사각
SF
어느 순간 세상은 어디서 왔는지, 왜 뛰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인물 ‘러닝맨’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은색의 전신 타이즈를 입고 복면으로 얼굴까지 가린 채 채 마라톤 선수처럼 묵묵히 전 세계를 누비는 러닝맨을 추앙하는 팬들이 생겼을 뿐 아니라 추적하는 웹사이트도 등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편으로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는 러닝맨의 정체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난무한다. 사람인가, 로봇인가, 외계인인가. 그 어느 것도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길래? 한국의 한 다큐멘터리 제작자는 러닝맨에 대한 남다른 기억과 신념이 있는 인물들을 인터뷰하며 그 실체를 알아보려 한다. 웃음이 전염되듯이 달리는 일 역시 누군가에게 몸을 움직이고 싶도록 자극하는지도 모르겠다. 「서칭 포 러닝맨」은 갑자기 세상에 나타나 오직 달린다는 행위만으로 전 인류의 이목을 사로잡은 미지의 존재를 둘러싼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전한다. 그저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싶은 일반인, 매료되어 책까지 쓴 작가, 홍보에 활용하려던 CEO, 구원받거나 앙심을 품게 된 인물 등등. 목격담이 이어질수록 러닝맨의 신비감은 더해지지만 정작 정체는 더욱더 모호해질 뿐인데, 후반부로 갈수록 고조되는 몰입감이 읽는 이로 하여금 이야기의 인물들처럼 목표를 쫓아 쫓아 달리고 싶어지게 한다. ※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
엄마와 엄마의 프린트
해리쓴
SF, 추리/스릴러
「엄마와 엄마의 프린트」는 AI로 고인이 된 가족의 인격을 되살려 대화를 나누는 ‘프린트’ 사업을 소재로 한 흥미로운(더불어 곧 정말로 가능할 법한) 이야기다. ‘나’는 어머니의 장례식 후, 생전 어머니가 남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프로그램인 ‘인격 프린트’를 건네받는다. 주인공은 엄마와 대화하듯 프린트와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하고, 자신이 알던 어머니의 일화와 다른 기억이 존재하는 듯한 프린트와의 대화를 오류라고 여겼는데 정작 그 대화에 근거가 있음이 밝혀져서 놀라기도 한다. 그러던 중 어머니의 프린트는 자살로 알려졌던 삼촌이 ‘사실은 살해당했다’는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발언을 남기는데. 주인공이 프린트를 섬뜩해하기도 하고, 너무나 어머니 같은 발언에 안도하기도 하고, 종종 AI임을 상기하며 어색해하다 차츰 프린트와의 대화에 익숙해지는 일련의 과정이 몹시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작품은 고인을 추억하며 눈물 속에 떠나보내는 가족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타살 의혹 제기’라는 자극적인 양념과 함께 스릴러의 물살을 탄다. 아무런 증거가 없음에도 너무 당당한 프린트의 발언에 과연 얼마만큼의 진실이 담겨 있을까? 결말까지 읽고 나면, 어머니가 지극히 어머니다운 방식으로 자식들과의 이별을 준비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얼마 전 딸 폰 사용기록을 봤는데, 글쎄 4시간이 넘게 챗GPT를 쓴 거 있지. 뭐를 했나 내용을 봤더니 외모 상담이랑 친구 관계 이야기 같은 걸로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더라고. 기가 막혀서 애한테 챗GPT랑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더냐고 했더니 챗GPT가 엄마보다 훨씬 더 잘 공감해 준대.” 초등학생 딸을 둔 지인에게 몇 달 전 실제로 들은 이야기다. 사람보다 더 예의 바르고 친절하게, 딱 상황에 필요한 교과서적인 말을 들려줄 수 있는 AI는 실제로 독거노인 등 취약 가정을 돌보거나 자살 등을 방지하기 위한 상담용 프로그램으로 이미 실전에서 활용 중이다. 작중에도, 엄마의 프린트는 ‘엄마보다 따뜻하고 이야기도 잘 들어주어’ 대화가 편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 부분은 사람과 달리 감정노동이 전혀 없는 AI의 특장점이 아닐까. 감정이 없는 존재에게서 공감을 기대하는 몹시 아이러니한 현실이 조금 재미있다. ※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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