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 반드시 복수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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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서지도 못할 정도로 기력을 소진한 요요가 수척해진 얼굴로 소파에 쓰러지듯 앉았다. 하루 종일 호랭이를 치료하느라 쉬지도 못했다. 마고가 걱정과 감사가 뒤섞인 표정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당장 죽지는 않을 정도로 막아 두긴 했지만, 저 상태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대체 가슴에 뭐가 박힌 거야?”

 

“용의 이빨.”

 

“갑자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체포한 서색연대 부대원이 나와 깊은 인연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정부 놈들이 내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서 내 앞에 호랭이 녀석을 들이밀었을 때, 미로 그 놈은 한 가지 보험을 더 들어 두었어. 이천 년 전에 호랭이의 목숨을 앗아갔던 용의 이빨에서 티끌만한 조각을 떼어서 호랭이의 심장에 박아 둔 거야. 언제든 스위치만 누르면 용의 이빨 전체가 그 애의 심장을 꿰뚫을 거라는 협박을 덧붙이더군.”

 

“미로 그 자식, 죽여버리겠어.”

 

기린이 주먹을 쥐고 이를 바득 갈았다.

 

“미로가 단독으로 벌인 짓은 아닐 거야. 배후에 틀림없이 가인이 있겠지.”

 

요요가 진정하라는 듯 기린을 토닥였다.

 

“가인? 그게 누구였지?”

 

“사아보호소 소장. 여간해선 밖으로 드러나는 일이 없는 비밀스런 여자야. 폐례다를 이용해서 사아들을 칸자로 만들고 있다니 대체 무슨 사악한 짓을 꾸미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네.”

 

그때 집 주변을 살피고 대원들을 경계 배치한 오가 들어오며 말을 받았다.

 

“어쨌든 한 가지는 확실해. 아직까지 별 다른 움직임이 없는 걸 보면, 가인이 벌이고 있는 작업이 정부 몰래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바로 우리를 쫓지 못하고 상황을 수습하는 중인 것 같아. 자기들이 하는 짓이 밖으로 새어나갈까 걱정되는 거지. 호랭이는 좀 어때?”

 

요요는 암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안정되었는데, 용의 이빨을 뽑으면 즉사할 거야. 당장은 이빨이 출혈을 막고 있어서 생명이나마 유지되고 있는 거야. 수술을 해야 할텐데, 내 능력 밖의 일이야. 과연 이런 수술을 할 수 있는 외과의사가 비원에 있을까?”

 

기린은 스마트폰을 두 손으로 쥐고 만지작거렸다. 호랭이가 차 안에서 피를 토하고 고통에 휩싸여 정신을 잃는 와중에도 기린의 손에 꼭 쥐여 준 것이었다. 저 바보, 제 몸이나 챙길 것이지.

 

말은 못 했지만 폰을 건내준 이유는 확실했다. 미로의 컴퓨터 화면을 찍은 사진을 보라는 뜻이다. ‘아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아들의 목록. 용의 이빨에 심장을 다시 한 번 찔리면서도 나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야?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왜 그렇게까지?

 

“그거 호랭이 폰인가?”

 

“아, 으응.”

 

“근데 기린은 휴대폰 없어?”

 

“사실 나는 핸드폰이 있는데….”

 

“뭐?”

 

요요와 기린의 대화를 듣던 오가 관심을 보였다.

 

“나도 얘기는 들은 적 있어. 위층에선 요즘 손에 폰을 직접 이식한다고. 주변에 죽은 지 오래 된 사자들 뿐이어서 반신반의 했는데. 인공적으로 이식한 건 비원으로 올 때는 사라지기 때문에 본 적이 없기도 했고. 한 번 보여줄 수 있을까?”

 

“오른손에 있는데, 어떻게 보여줘야 할 지 모르겠네. 서비스도 안 돼.”

 

“그거야 비원의 통신사에 가입을 하면 되지 않을까? 내가 도와줄게. 칩 교환 없이 가능할 거야. 설정창을 보여 줘봐.”

 

과하게 적극적인 오의 모습에 당황하는 기린을 보며 요요가 피식 웃었다.

 

“네가 이해해. 오는 칼잡이 주제에 새로운 기계만 보면 환장을 하거든. 비슷한 라이트소드도 수십 개나 갖고 있어.”

 

“걔네가 각자 특징이 있다니깐. 넌 좀 빠져 있어.”

 

“특징은 개뿔. 손잡이 색만 다르면서.”

 

요요가 마고와 함께 티비 연속극을 보는 동안, 오는 기린의 오른손을 붙들고 한참을 씨름했다. 칩의 형식도 살짝 달랐고, 기린은 비원에 등록된 사자가 아니어서 자꾸 에러가 났다.

 

“일단 주소지를 한밭으로 변경하고….”

 

오는 이 손가락 저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 하며 쌍검을 휘두를 때 보다도 집중한 모습이었다. 그러다 마침내 마고의 명의로 기기를 추가하는 형식으로 기린의 핸드폰을 개통하는 데 성공했다.

 

“오케이, 됐다! 내 번호로 전화 걸어 봐.”

 

오가 호들갑을 떨며 내민 번호를 읽으니 과연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오의 손가락이 통화 버튼을 향해 움직이는 순간, 기린의 머릿속에 궁금증이 툭하고 생겨났다. 과연 뭐라고 전화를 받을까? 여보세요, 라고 하지는 않겠지? 그것도 엄연히 높임말이니까.

 

“헬로.”

 

영어였냐!? 참나. 기린은 뭔가 허탈하고 괜히 속은 기분이 들어 대답도 않고 주먹을 쥐어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좀 더 구경하고 싶어 하는 오를 뿌리치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지하실에 있던 큰 테이블을 치우고 깔아 둔 매트리스에 호랭이가 누워 있었…?!

 

“무당! 뭐 하는 거야?”

 

“딱딱딱!!!”

 

무당이 호랭이의 전신에 부적을 덕지덕지 붙여 노란 미이라를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기린은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계단을 마저 내려갔다.

 

“아니, 치료를 위해서 그러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얼굴까지 다 덮어버리면 어떡해! 눈구멍 콧구멍은 열어 줘야지. 아냐! 그래도 이상해! 꼭 이미 죽어서 염한 것처럼 보이잖아!”

 

“치료!”

 

기린이 부적을 떼어내려 하자 무당이 단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