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 점성을 가진 검은 액체

— 본 작품은 무료이지만, 로그인해야 읽을 수 있습니다. —
미리보기

직접 트럭을 운전하고 온 태준은 마당 한가운데 주차를 하고, 현관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호랭이가 대체 무슨 꿍꿍인지, 뭔가 난처한 상황을 겪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도와줄 일은 없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 초인종은 생략하고 문을 벌컥 열었다.

 

기세 좋게 소파를 향해 걸음을 옮겼는데, 마고 옆에 어마어마한 덩치의 사자가 앉아 있었다. 어, 이게 아닌데. 움찔하며 멈춰 서서 현관쪽을 돌아 보니 피부가 까마귀처럼 검은 사자가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망했다.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망한 건 확실히 알겠다.

 

소파에 앉아 있던 덩치가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거의 천장에 닿을 것 같은 게 족히 이 미터는 될 것 같다. 검은 민소매로 밖으로 드러난 태준의 팔뚝이 초라하게 움츠러들었다. 그러고 보니 저 얼굴, 낯이 익은데.

 

“서, 서색연대?”

 

소리없이 다가온 오가 태준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우리를 알고 있다니, 순순히 보내 주긴 어렵겠네.”

 

“아, 아니 그냥 해본 소린데… 으악?”

 

기범이 변명을 주절대는 태준의 목을 잡고 번쩍 들어 올렸다. 태준은 겁에 질려서 금방이라도 광화할 것처럼 밝은 빛을 뿜어냈다. 기범은 태준을 마고의 옆자리에 던지듯이 앉혔다. 그제서야 맞은 편에 앉은 기린이 태준의 눈에 들어왔다.

 

“이런… 조수 너도 잡혀있는 거야?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편안해 보이네?”

 

“넌 보통은 눈치가 참 없구나. 아까는 잠깐 놀랐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눈치라니?”

 

“이게 잡혀있는 걸로 보여? 에휴 됐고, 대체 왜 여기까지 그렇게 급하게 쫓아온 거야?”

 

“그거야 호랭이가 걱정돼서… 아, 호랭이는 어딨어?”

 

“좀 다쳐서 쉬고 있어.”

 

태준은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기범이 다시 어깨를 눌러 앉혔다.

 

“역시 안 좋은 예감이 들더라니. 나 때문에 그런 건가?”

 

중얼거리는 태준을 보며 기린은 헛웃음이 나왔다. 저건 또 무슨 자의식 과잉이람. 호랭이가 뭘 너 때문에 다쳐?

 

“그건 또 뭔 소리야?”

 

“소라가 호랭이를 계속 노리는 눈치였는데, 내 욕심에 경고를 못 해줬어. 소라 그것이 우리 둘을 연결시켜 준다고 해서…. 한 달 전에 발견한 그 이상한 기계로 돈도 많이 받고 해가지고….”

 

기린은 순간적으로 눈이 번쩍 뜨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소라는 미로를 좋아하고, 나는 호랭이를 좋아하니까, 둘이 합심해서 미로와 호랭이를 떼어 놓고, 각자 좋아하는 사자를 차지하자. 이렇게 나를 꼬드겼어. 소라 걔가 호랭이 집도 몇 번 들어갔었어. 약점이 될 만한 것을 찾는다나. 난 아냐! 나는 좋아하는 여자 집에 몰래 들어가는 추잡한 짓은 하지 않는다고. 귀찮게 쫓아 다니지도 않았고.”

 

“아니 그거 말고.”

 

“그럼?”

 

“아까 이상한 기계 어쩌고 했잖아.”

 

“아아, 사실 내가 밴타리움 반지 여러 개를 살 정도로 큰 돈이 생긴 게 한 달 전에 있었던 일 덕분이거든. 그때 사낭 하나를 열었는데, 사아가 아니고 이상한 기계가 나온 거야. 그게 궤도 바퀴가 달려서 카메라로 촬영을 하면서 이동을 하더라고.”

 

호퍼튜니티다! 그걸 발견한 게 너였냐. 게다가 진짜로 나처럼 삼베에 싸서 지노귀굿을 하고 보낸 거였냐.

 

“아무리 봐도 수상해서 내가 직접 사아보호소로 가져갔지. 나 그날 가인 소장 처음 봤잖아. 뭔가 음산한 것이 되게 무섭더라. 암튼 그거에 대해서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큰 보상을 받았어. 경찰한테도 알리지 말라더라.”

 

“근데 여기 와서 다 얘기하고 있네.”

 

“그, 그거야, 호랭이의 부상과 관련이 있을까 해서. 아, 나중에 소라한테 들은 얘긴데, 그 기계가 위층에서 온 거래. 가인이 그것에 대해서 무슨 대책을 세운다고 업무를 엄청나게 늘렸다면서 나를 원망하더라고.”

 

“입이 가벼운 건 소라도 마찬가지네. 둘이 만나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왜 호랭이를 귀찮게 한 거야.”

 

“으으, 내 취향 아니야.”

 

태준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저었다. 너도 호랭이 취향 아니거든. 호랭이 취향은… 나라구. 후훗.

 

“왜 베실거리고 있어?”

 

“크흠, 아, 아니야.”

 

“근데 조수 너 서색연대였어?”

 

“그런 건 아니지만….”

 

“호랭이는?”

 

“호랭이는… 맞다고 할 수 있지.”

 

기린의 말에 기범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서색연대에 들어갈게!”

 

태준의 갑작스러운 선언에 기범은 깜짝 놀란 듯이 그의 어깨를 누르고 있던 손을 떼었다. 태준을 제외한 모든 사자와 세인 한 명이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영혼공명을 한 고준, 노준도 함께야.”

 

너도 별론데, 그 바보 콤비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기린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켰다.

 

“우리가 너를 해칠까봐 그러는 거라면….”

 

“아니, 호랭이와 함께 하겠어! 나를 받아 줘.”

 

오가 좋은 말로 타이르려 시도했는데 태준이 단호한 의지를 표명했다. 오와 기범은 난감한 눈빛을 교환했다.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