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의 모험 1권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제게는 참 짧고도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시오레와 펠리엇을 지켜봐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에도 중요한 공지를 먼저 한 후에 잡담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1권을 완결한 기념으로 리뷰를 공모합니다. 마감은 3월 10일이며 동일 작품에 대해 여러 번 공모를 할 수 있다면 매 권을 마칠 때마다 공모를 하고자 합니다.
다음 주는 연재를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미리 작성한 원고 없이 주 5일 연재를 했더니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알차게 2권을 준비해서 3월 6일부터 다시금 주 5일 연재를 시작하겠습니다. 2권의 제목은 『두억시니 퇴치 작전』입니다.
* 지금부터는 잡담과 개인적 감상입니다. 부담스러우신 분은 여기까지 읽으셔도 좋습니다.
오늘은 세계관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한국적 판타지란 말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그슨대나 어둑시니, 두억시니와 같은 존재를 등장시키니 피부에 와 닿더군요. 용사의 모험에서 그슨대는 오크와 다를 것 없이 그려졌고 마법사는 그냥 마법사이며 도깨비는 때로 드워프처럼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새로운 소재가 주는 매력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전형적인 줄거리와 약간의 신선함에서 재미를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전과 다를 것이 없는 이야기는 지루하지만 아예 새로운 이야기는 난해하기 마련이니까요. 제게 도깨비와 어둑시니에게는 그런 신선함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설화 속 존재들인데 오크나 엘프보다 낯설다는 것은 슬프면서도 우습지요.
매일 새로운 패턴을 찾아다니는 이야기꾼으로서 우리나라 설화는 매력적인 부분이 정말 많습니다. 왜 이걸 주워가지 않았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리고 직접 주우니 이걸 어디에 어떻게 끼워야 할지 알 수 없어 그제야 머리가 핑 돌더군요.
이번 휴재는 엉성했던 세계관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 주가 될 것 같습니다. 손가락 운동도 겸해서요.
여담으로 잉겔센이 빠르게 퇴장한 것이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 제게는 가장 부담스러운 인물이었죠. 어딘가 나사가 풀린 것만 같은 모습은 마음에 들었으나 지나치게 소모적인 등장인물이었습니다. 사실상 1권에서 펠리엇과 함께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가장 가까운 존재로 쓰였죠.
그가 죽었다고 믄달시니의 신도가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피부가 검다고 전부 믄달시니의 신도인 것 역시 아닙니다. 기회가 된다면 총 완결 전에 그들을 등장시키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번 1권에서 가장 고생한 사람을 꼽자면 역시 시오레일 것입니다. 이야기를 구상하던 당시에는 굉장히 씩씩하고 무슨 일에도 꺾이지 않는 소위 강철 멘탈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마음과 달리 실제로 사건에 부딪친 등장인물은 1인칭의 관점으로 눈앞만 보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보니 춘향이와 동갑인데다 허드렛일만 하던 시오레로서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난관만 가득하더군요. 플롯과 전혀 상관없이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저는 어떻게든 시오레가 견디기만을 바랐습니다. 이기는 건 바라지도 못했죠.
펠리엇은 다른 이유로 위치가 굉장히 애매했습니다. 마법을 쓰자니 너무 강하고 못쓰자니 너무 약한 존재였죠. 그래서 2권부터는 펠리엇을 빼고 이야기를 진행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제 맘처럼 되지는 않네요.
20편을 쓰고 보니 이야기를 시작하는 건 작가이지만, 끌고 가는 건 등장인물이고 끝내는 건 독자인가 봅니다. 이번 공지도 10매가 넘기 전에 이만 마무리 짓겠습니다. 다시금 감사드리며 조만간 시작될 2권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