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제가 한 오케스트라 축제에 참여하게 된다는 말씀을 드렸었죠? 지난 9월 말에 막을 내린 제4회 서울국제새활예술오케스트라축제(Seoul International Community Orchestra Festival)이 그 것인데요, 저는 페스티벌 매니저로 참여해서 이런저런 일(잡무)를 진행했습니다.
아무튼 축제도 끝났고 이제 슬슬 이런 저런 영상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래서 여러분들께 참가 단체들의 공연을 하나씩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의외로 베토벤 곡을 한 단체가 많지 않아서 아쉽지만요, 첫번째로는 특별 초청단체인 영국의 North Devon Sinfonia라는 단체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North Devon Sinfonia의 로고
노스데본신포니아(이하 NDS)의 근거지인 노스 데본은 인구가 10만명도 안 되는 정말 작은 마을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충 군과 면 사이 정도로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노스데본신포니아는 이 작은 마을의 주민들이 모여 만든 관현악단 입니다.
이 작은 마을의 시골 사람들이 이번에 특별초청으로 서울에 방문하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하게 된 데에는 길고 긴 여정이 있습니다. 지휘자 엠마켄트와 그의 남편이자 콘서트 마스터인 댄 켄트씨가 주축이 되어 연습을 하던 노스데본신포니아는 그저 오케스트라의 사기를 돋울 마음으로 BBC에서 주최한 민간 오케스트라 경연대회인 “The great Orchestra Challange”에 참가하게 됩니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판 쇼미더 머니 같은 프로그램이죠. 그런데 이 작은 마을의 오케스트라가 이 대회에서 덜컥 우승을 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Great Orchestra Challange 에서 우승하여 로얄 알버트 홀에서 공연중인 North Devon Sonfonia
이들은 잘 다듬어진 연주와 지향점 분명한 선곡으로 심사단의 귀를 완전히 사로잡았고 결국 이 우승을 계기로 여러분에게도 잘 알려진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축제 중 하나인 Proms(프롬나드 콘서트)에도 참여하게 되고 로얄 알버트 홀에서도 공연을 하게 됩니다.
“Proms in the park”에 참여중인 NDS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만든 축제인 서울국제생활예술오케스트라축제에 이 오케스트라가 좋은 메시지를 전달해 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여 이번 축제에 초청하였고 역시 그들은 훌륭한 음악으로 화답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즐기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습니다. 모든 극장, 모든 관객에게 최선을 다 했고 공연이 끝난 후에는 서울의 모든 곳을 사랑에 빠진 눈으로 돌아다니는 그들에게 뭐라도 하나 더 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기억 납니다. 작은 마을이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볼 것도 없지만 언젠가 꼭 놀러오라고 당부하던 그들의 눈빛이 너무 선명히 기억에 남아 있네요.
North Devon Sinfonia – English Folk song
‘본 윌리엄스’의 영국 민요 모음
North Devon Sinfonia – Water Music suite
헨델의 수상음악 중 알라혼파이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 이번 축제의 폐막공연 영상입니다. 클릭하시면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킬링파트는 영국민요 모음곡 공연시작 직전 오케스트라를 독려하는 지휘자 엠마켄트씨의 표정입니다. 그들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 무대를 대하는 태도가 잘 함축된 한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