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이영도 타자님께서 말씀하셨듯, 설정이란 건 길게 나불거리지 않고 소설 내에서 직접 보여줌이 올바르겠죠.
저 역시 이 말에 동의합니다. 동시에 저는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 세계관을 선호합니다. 이야기가 끝맺음 나고도 남아있는 떡밥. 저는 그게 세계관을 살아있게 만든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제 글을 읽으신 분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하고 있다면, 그건 분명 저의 능력 부족일 겁니다.
세계관은 깊되, 이야기는 맑아야겠죠.
그래서 이후에 읽으실 독자분들의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최소한의 설정을 정리해 봤습니다.
음, 설득력을 높일 수 있게 달리 표현하자면
한 인물의 책을 몰래 빼돌려 왔습니다.
들키기 전에 얼른 보고 갖다 놓읍시다.
<게르마니아 생활에 도움이 되는 친절하고 상냥한 상식 설명서>, 케네스 저
들어가기에 앞서
오늘날 게르마니아의 교육 수준은 평균을 냈을 때 낮은 편이다. 오딘 왕의 교육 방침은 바늘 하나 들어갈 흠도 없이 훌륭하나, 문제는 우리의 태도에 있다. 우린 교육 환경을 논할 때 항상 엘프 아이를 제외한다. 어리석은 짓이다. 그래선 에레시카를 평생 넘을 수 없다. 에레시카의 교육 방침은 우리보다 한참 수준이 떨어진다. 실제로 지적 수준도 낮다. 그곳의 환경을 직접 본 적 있는가? 아이가 버젓이 거닐고 있는 거리에서 창남과 창녀가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엘프도 함께 가르친다. 아무리 후진 곳이라도 교육 대상에 예외를 두지 않는다. 이점은 확실히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우리 소환사가 진짜로 엔키의 물병과 난나의 천칭을 소환하기를 원한다면 엘프에게도 마음을 열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상식 교육이 필수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펴낸 이유이며, 교회와 성당에 배포한 연유다. 관계자는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동을 데려다 낭송해 주길 바란다. 오딘 왕의 명령이기도 하므로 충성을 다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부터 뒤에 이어질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는 모르는 용어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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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마력
환수와 월귀, 소환사가 가지고 있는 기초적인 힘.
환수와 월귀는 마력을 써서 자신이 지닌 고유의 능력을 발휘하고, 소환사는 마력을 써서 환수를 소환한다.
환수가 쓰는 마력을 ‘염수鹽水’라 하고, 소환사가 쓰는 마력을 ‘담수淡水’라 한다.
“모든 환수는 담수를 원한다.”
1. 황도
지금의 소환술을 있게 해준 개념이다. 최초의 소환사가 구축했다고 전해진다. 별하늘에 빛나는 황금색 별자리 12개가 그것이다. 오딘 왕의 나라 게르마니아에선 황도 자체를 국교로 삼고 있다.
월귀의 잉태를 억제한다. 양, 황소, 쌍령, 귀여수龜輿獸, 사자, 처녀, 천칭, 전갈, 켄타우로스, 합성수, 물병, 해어가 해당된다. 이들의 형태를 한 월귀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물병은 우리 소환사의 상징이다.
자세히 보면 텅 빈 진이 별자리를 둘러싸고 있다. 대부분의 소환진은 이 골자를 기초로 두고 만들어진다.
2. 진陣
소환술이나 환술에 사용하는 둥근 원.
소환술에 쓰이는 걸 ‘소환진‘, 환술에 쓰이는 걸 ‘환술진‘이라 부른다. 환수가 귀환할 때 나타나는 진을 ‘귀한진‘이라고 얘기하지만 정식 용어는 아니다. 귀환진 역시 소환진에 해당된다. 주로 원 안에 술식과 별자리를 그려넣어 사용한다.
황도의 힘이 원천이다.
소환사의 사유를 걸쳐야만 완성되기에, 소환사는 오직 자기 힘으로 만든 소환진만을 온전하게 볼 수 있다.
따라서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소환진 중엔 높은 수준이 드물고, 난이도가 높은 진일수록 소환사 개인의 성향이 짙게 반영된다.
연성하는 실력이 뛰어난 자는 보다 쉽게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소환진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상대방보다 한 수 위일 경우에도 술식이 보인다.
간혹 삼류 소환사가 자기 소환진을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것을 두고 자찬할 때도 있다. 이건 단지 진도 공유 못할 정도로 실력이 형편없는 것이다. 너무 개인의 생각에 갇혀 있으면 이런 일이 발생한다.
진을 구축할 때 쓰이는 별자리는 총 666개다.
3. 환령
환수의 근원.
별자리는 그들이 세상에 남긴 흔적이다.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소환사의 마력에만 반응하며, 다른 방식의 소통을 일절 거부한다.
마력을 대가로 환수나 환수의 힘을 제공해 준다. 때론 그 대가가 잔혹하다.
4.환령의 공간
환령이 거처한다고 전해지는 공간.
어디에 있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환수가 자라는 자궁이요, 요람이다.
5. 환수
환령의 분신.
환령의 공간에서 창조되어 환수의 영역에서 태어난다.
다양한 개체가 존재하며 똑같은 환령에서 비롯되었더라도 별개의 자아를 가진다.
주로 별이 뜬 밤에 현세로 넘어온다.
소환사가 소환술로 이들을 불렀을 땐 소환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재까지 발견된 환수는 약 5,000종으로, 어째서인지 인간형 환수 중엔 수컷이 존재하지 않는다.
6. 환수의 영역
환수가 잉태되는 곳이자 서식하는 영역.
환수가 밀집된 영역은 환수의 영역화가 이루어진다.
환수의 힘이 강할 경우, 영역 내의 지형이나 기후가 바뀌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사람들에게 위험을 제공해 주는 한편, 막대한 풍요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현 소환사의 세상은 이 환수의 영역에서 나온 부수물 위에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령은 환수의 영역 중 가장 은밀한 곳에 환수를 내놓는다.
이곳을 환수의 영역의 중심이라 부른다.
7. 환술
환수나 환도구에게서 힘을 빌린 소환사가 마력을 써서 응용하는 것을 총칭한다.
환수가 불을 뿜을 수 있다면 소환사가 그 힘을 빌려와 화염구를 만들거나 불의 창으로 만드는 식이다.
에레시카의 소환사가 이에 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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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월귀
소환사의 숙적이다.
환수의 대척점에 있는 생물이다. 매우 아름답지만 결코 공존할 수 없다.
인간을 보면 분노하고 죽이려 드는 것이 월귀의 본능이다.
주로 달이 뜨는 밤에 태어난다.
이 땅에 존재하는 환수의 모습을 취하지만, 황도 12자리의 형태는 따라 하지 못한다.
또 월귀에겐 불쾌한 특징이 더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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