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작품을 엑세스 중입니다.

꼭 읽지 않으셔도 무관한 이야기

20년 9월

<망국의 황녀님에게>는 몇 년 전 꾸었던 인상 깊은 어느 밤의 꿈에서 얻은 소재를 생각날 때마다 들여다보며 살을 붙여 토대를 만든 저의 첫 장편 픽션입니다.

 

소꿉친구처럼 왕자와 함께 자란 하녀가 지금 우리가 보기엔 명백히 부당한 이유로 성에서 쫓겨나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어느 날 자신을 몹시 걱정하고 있는 왕자님에게 소식을 알리고 싶어 하지만 방법이 없을 때, 사소한 인연으로 알게 된 초현실적인 능력이 있는 존재의 도움을 통해 자신의 진실한 마음을 편지 한 통으로 전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존재는 소녀에게 정말 너의 모든 마음을 그에게 알려 주어도 되느냐고 한번 확인하고는 편지를 보내 주는데, 그 안에는 소녀의 복잡하고 깊은 감정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깊은 애정과 왕자를 소중하게 대하는 마음, 걱정과 자신의 안부에 대한 설명, 그리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도 다른 세상을 경험하면서 소녀가 느낀 굴종, 모멸감, 질투까지요.

 

이 편지는 왕자에게 큰 충격을 주고, 둘은 각자의 공간에서 모험을 계속하다 클라이맥스에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깨어나자마자 내용을 메모하고 소중하게 간직해온 소재이면서도 이야기를 더 진행할 수 없었던 것은 이 꿈을 꾸었던 당시부터 지금까지 저의 가장 큰 고민이자 의문을 적확히 설명할 언어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이제는 언어로 적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답을 찾고 있고, 아마도 계속 고민할 것이며, 지금은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함께 고민해줄 거라 믿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같은 시공간을 살면서도 전혀 다른 맥락으로 경험하고 이해되는 우리가, 이토록 큰 몰이해에도 불구하고 진정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가.’

 

단순히 로맨스 영역에서 출발했던 이 질문이 지금은 모든 종류의 ‘사랑’을 포함하여 영원히 치열하게 고민할 한 문장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문장으로 적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이 이야기를 제대로 쓰기 시작할 수 있었고요.

 

제 꿈에서 ‘왕자님’과 ‘소녀’는 지금 등장하는 네 주인공보다 훨씬 어린 나이였고, 지금의 소설 형태보다는 동화에 가까운 초고로 옮겨 적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왕자와 하녀 출신의 소녀가 등장하지만 로맨스도 없고, 남자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왕자를 공주로 바꾸고, 그 애가 쌍둥이로 나뉘고, 벨로타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지금 형태로 세계관을 그린 후 본격적인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목의 <망국의 황녀님에게>는 언젠가 다르샤가 에르타에게 쓸 편지의 도입부가 되겠지요.

 

<망국의 황녀님에게>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약 300편 정도로 마지막 장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담은)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1부는 네 주인공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소개하며 각자가 처한 상황의 맥락 틈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2부로 연결될 어떤 선택들을 결정 짓는지 설명하는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각자가 겪은 지난한 과정을 통해 내린 결론으로 오랜 시간 공고히 이어진 부당한 세계에 맞서는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그것이 혁명과 같이 커다란 구조의 변화를 끌어낼지, 작은 주춧돌을 놓는 시도 하나가 될지는 아마 앞으로의 이야기와 결말을 통해 읽는 분들이 받아들이기 나름이겠지요.

벨로타가 말한, 아버지가 만든 나라의 모든 좋은 것을 잃는 ‘망국’은 어떤 형태이며 주인공들이 만들어 낼 ‘망국’은 어떤 모습일지 함께 상상하며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강하고, 올곧으며, 연대의 시선을 보낼 줄 알고, 그러면서 때때로는 답답하며 실수를 하고 못마땅해 보일 때도 있는 여자아이들. 곧 우리가 늘상 마주하기 마련인 ‘인간’인 여성 캐릭터들의 비범하고 평범한 성장 이야기를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는 분들에게 단 한 마디 마음 깊숙이 와닿는 문장을 쓸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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