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연재 중단 후감상

분류: 내글홍보, 글쓴이: 영선, 18년 7월, 읽음: 115

연재했던 글은 이미 삭제한 후입니다만 “모모 작품을 연재하던 중이었는데 중단했습니다”라고 하려다보니 , 아무리 생각해봐도 역시 “이건 내 글 홍보다”라고 판단되어 카테고리를 저렇게 잡았습니다.

 

으음 “스프링힐드 쉴루”라는 걸 연재하고 있었고요.

 

연재를 하면서 장사?가 잘 안 되다보니 실망한 게 분명히 있습니다마는, 그것보다는 이래저래 글의 못난 점들이 자꾸 보인다는 점이 있었습니다.

 

종이원고 -> 워드프로세서 -> 연재게시판 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올리는 글인데도 구성상에서 문제가 있고 심지어 문장에서도 문제가 있어서, 아시는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는데 글 올려놓은 다음에 이래저래 왕창 고치고 또 고쳤습니다. 글 수정했다는 공지도 자주 올렸죠. 문장다듬기 같은 정도는 공지 없이 수정했습니다. 공지는 내용이 추가되거나 글 구성이 뒤바뀌는 경우에나 했습니다.

그런데 그저께, “지금 연재중인 글은 소소하게 고치는 정도로 결함을 해소할 수 없다..” 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뗌질식으로 고치는 데 머무르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시 고찰해보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이미 연재된 내용이 있는 상태에서 그런 스케일의 수정은 아무래도 불가능하다 싶었고요.

 

그러나 연재를 중단하기로 한 건, 엄밀히 말해 그 이유때문은 아닙니다.

 

다른 글 잘 쓰시는 분들 작품 보며 시기 질투심에 시달리다가(저는 굉장한 소인배입니다) 제 글의 결함을 알게 되고, 그 결함에 대해 이리저리 궁리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이야 이거는 대한민국에 길이 남을 명작이야! 분명 황금가지에서 하드커버 애장판을 찍을 거고 드래곤 라자 옆자리에 꽂혀서 팔리게 될 거야! 같은 말도 안 되는 오만한 망상이나 하며 행복해하다가, 연재를 하고 나서야 인실ㅈ을 맛보고 콩깍지가 벗겨지고 나니, 혼자 종이에 원고 쓰는 동안에는 몰랐던 부분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오더군요. 따라서 연재를 접기는 합니다만, 확실한 레벨업을 했다는 점에서 후회는 없습니다. 이건 자기위안용 허세가 아니라 정말로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조차도 연재중단의 이유는 아닙니다.

 

문제는 『스프링힐드 쉴루』는 레벨업용 습작으로 소모하기에는 제게 너무나 소중한 세계관이고, 등장인물들이고, 좀 쑥쓰러운 고백입니다만, 제 라이프워크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인 쉴루가 나이를 먹어가고 그녀가 살아가는 세계가 바뀌어가는 과정을 그려나가고 싶거든요.

따라서 이 작품은 레벨업용이 아니라 저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만 합니다.

 

여기서 글 카테고리를 “내 글 홍보”로 올린 진의가 드러납니다…. 네. 다시 잘 보강해서 다시 돌아올 계획입니다. 한 달 이내에 돌아오자…라고 맘 먹고 있습니다.

물론 막상 다시 연재를 시작하면 또 결함이 보이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만(그리고 여전히 장사는 잘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 번 장사 접고 도망나왔으면 쪽팔려서라도 또 도망치는 일은 없겠죠 ㅋㅋ 최소한 지금 깨달은 결점들은 반드시 보강해야지, 하고 각오를 다지는 중에 있습니다.

 

다음번에 돌아오면 많은 사랑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생활형 괴물사냥꾼 쉴루와 애교많은 연하남(골렘) 코라드가 나와요….

 

“쉴루”를 브릿G에 연재하기로 한 전날 밤 무지 떨리고 들떴었는데(물론 그는 이후에 여러가지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됩니다) 지금도 그 때와 비슷한 떨림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글 쓰는 게 무슨 자랑은 아닙니다만, 그래서 쓰지 말아야 한다고도 생각했지만, 연재 성과가 별볼일없어서 연재 접는 마당에 소리소문 없이 글만 내리면, 꼭 망신당해서 야반도주하는 것처럼 느껴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끝이라고 보느냐! 다음에 또 만나자 용사여!” 하고 껄껄 웃는 3류 페이크보스같은 허세를 부려보고자 이런 글을 쓰기로 한 것입니다.

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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