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노슬립] 나에게만 보이는 글들이 있다.

분류: 수다, 글쓴이: 슬픈거북이, 1시간 전, 댓글18, 읽음: 25

1.
자주 가는 플랫폼 자유게시판에서 자꾸 이상한 글들이 올라온다.

[노슬립] 어쩌구 어쩌구. 전부 G시라는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내용이다.
어떤 사람은 에너지 드링크를, 어떤 사람은 닭과 희민이라는 여자 이야기를, 어떤 사람은 아파트를… 각자가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핸드폰을 넘기다가 크게 웃었다. 괴담? 재밌다. 물론 진짜는 아니니까. 시시하지만 정말 창의적이다.

화면을 쓸어내릴 때마다 비슷한 제목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내 커피잔에는 얼음이 반쯤 녹아 있었고, 카페 안에서는 조용하게 깔린 음악과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뒤섞였다.

그런 내 웃음을 보던 여자친구가 물었다.

“오빠 뭐가 그렇게 재밌어?”

“응? 이거 봐봐.”
그녀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여자친구는 빨대를 입에서 떼고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봤다. 눈동자가 위아래로 몇 번 움직였다.

“뭔데?”

“[노슬립] 안보여?”

“뭔 소리야. 뭐가 있다는 건데?”
여자친구가 화면을 한 번 쓸어내렸다. 그리고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뭐? 내 머릿속에 물음이 떳다.
황급히 핸드폰을 낚아챈 뒤 여자친구와 핸드폰을 번갈아가며 살펴봤다.
있었다. [노슬립] 수많은 괴담들. 하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는 저 모습에 거짓은 없었다.

나는 자세를 고쳐잡으면서 그녀에게 다시 물었다.

“안보여? 진짜로?”

“응.”

나한테만 보인다는 건가? 도대체… 어째서?
여자친구는 재미없는 장난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맞은 편 자리에 다시 앉은 후 자기 핸드폰을 펼쳤다. 숏츠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심각한 건 나 혼자였다.

계산서를 들고 일어섰다.

“2만 4천원입니다.”

“저…”

“네?”

“혹시 여기 [노슬립] 이라는 태그 보이세요?”

핸드폰을 받아든 직원의 얼굴이 잠시 일그러졌다.

“보이는데요? 괴담? 왜요?”

“아,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직원에게서 핸드폰을 돌려받았다. 괜히 얼굴이 뜨거워졌다.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혼자 심각해졌다는 생각에 헛웃음까지 나왔다.

에휴. 역시 그럼 그렇지. [노슬립]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괴담이 나한테도 실재하는 줄 알았다. 내 여자친구지만, 역시 머리가 좋은 것 같다.

웃으면서 자유게시판을 다시 눌러보았다.
작가는 작가인가? 괴담을 아주 잘 쓰는 것 같다. 마치 진짜처럼.

2.
“나갔냐?”

“네.”

“여자친구가 어딨다고. 미친새끼.”

 


슬픈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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