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고민이라는 게 있답니다

저는 딱히 ‘내글구려병’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 글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오고 가며 재밌게 읽어주시고,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뭐라 딱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제 글의 한계가 보입니다.
그렇다고 ‘나는 여기까지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이왕 글을 쓸 거라면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제가 하고 싶은 말까지 담아낼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작가도 아니고, 그냥 글 쓰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인데 왜 이런 고민을 하는 걸까요. 그런데도 이런 고민을 한다는 건 결국 지금의 한계를 넘고 싶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어떻게?
어릴 때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커서는 거의 읽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다시 꾸준히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 알라딘에 책 몇 권을 팔았습니다. 재밌어 보여서 샀는데 막상 읽어보니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면서 또 고민이 되더군요. 무슨 책을 사서 읽어야 할까.
저는 재밌는 책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재미만 있는 것도 싫습니다. 가벼운 건 좋은데 너무 가벼운 것도 싫습니다. 따뜻한 것도 좋은데 너무 따뜻하기만 한 것도 싫습니다. 사랑 이야기만으로 가득한 작품도 별로입니다. 읽고 싶은 책보다 읽기 싫은 책이 더 많습니다.
구린 감성도 싫습니다. 지들만의 세상에 갇혀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나 끼치는 짱구네 옆집 신혼부부 같은 커플이라든가, 주인공 안에 지독한 흑염룡 한 마리가 깃들어 버린 작품은 영 안 맞습니다. (<급류>, <구의 증명>, <호밀밭의 파수꾼> 저격인가…)
음울한 것도 별로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도 선호하지 않습니다. <인간 실격>, <위대한 개츠비>, <1984>도 끝까지 다 읽긴 했지만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독일 사람이 왜 인도의 부처 이야기를 썼는지부터 이해가 안 돼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싯다르타> 같은 작품도 있습니다.
일문과 출신이지만 소신 발언 하나 하자면, 일본 소설도 제 취향인 작품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은 정말 안 맞았습니다. 엔도 슈사쿠도 저와는 잘 안 맞았습니다. 제가 무교라 그런지 작품에서 다루는 종교적인 고민에 공감하기 어려웠고, 재미도 크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번역 작업에도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도 그 작가 작품에는 손이 잘 안 갑니다.
개인적으로는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이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몽>이 재밌었습니다. <도련님>은 주인공 성격이 저와 비슷해서 공감이 갔고, <라쇼몽>은 기기괴괴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에세이도 잘 안 읽습니다. 친한 친구 이야기조차 궁금할까 말까 한데, 굳이 남의 인생을 책으로까지 읽고 싶지는 않습니다.
뉴스나 다큐멘터리로 접할 수 있는 내용을 굳이 책으로 읽고 싶지도 않습니다.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원합니다. (그게 뭔데?)
저렇게 쓰지도 못하고 읽는 주제에 드럽게 까다롭죠…? 죄송합니다…
그래서 답은 결국 고전이 아닐까 싶어서 <파우스트>, <프랑켄슈타인>, <폭풍의 언덕>(초딩 때 읽었는데 리커버가 예뻐서 다시 샀습니다), <체호프 단편선>(존잼 스멜이 나서 샀는데 몇 달 뒤 유퀴즈에서 언급되더라고요), <백년의 고독>, <뇌우>를 사두긴 했습니다.
저 같은 사람은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어떤 책을 사서 읽고 소장해야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