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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슬립] 이런 거 보신 분 계실까요?

글쓴이: 이도건, 2시간 전, 댓글14, 읽음: 30

안녕하세요.

인터넷에 글을 남기는 게 처음이라 조금 민망하지만 너무 이상한 일이 생겨서 몇 자 적어봅니다.

저는 G시 외곽에 있는 B 아파트에 살면서 시내로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밤늦게까지 잔업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집 앞 현관에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시켜둔 택배인가 싶어서 열어보려고 보니, 송장이 붙어있지 않더라구요. 혹시나 해서 옆집에 물어보니, 자기들 물건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택배기사가 실수라도 했나 싶어, 상자를 집 안으로 들였습니다. 흔들어봐도 특별히 소리도 나지 않더군요. 그런데 열어보니 사진에 보이시는 것처럼, 작은 천사상 하나와 편지봉투가 하나 들어있었습니다.

네, 편지를 열어봤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좀 이상해서 그대로 옮겨봅니다.

 


상자를 받으신 분께

 

아마도 이 편지를 읽고 계신 거라면 상자는 집 안으로 무사히 들어간 모양입니다. 갑작스레 현관 앞에 놓인 상자 때문에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직접 초인종을 누르고 드렸다면 서로 더 부담스러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상자를 열어보시고, 편지를 읽고 계신 거라면 관심이 있으시다는 뜻으로 알아도 되겠지요?

보내드린 맹인 천사상은 가능하시다면 처음 받으신 후 상태를 사진으로 남겨두시는 것도 좋습니다.

아, 다른 뜻은 없습니다.

오래된 조각상은 작은 손상에도 꽤나 가치가 많이 떨어지니까요. 오른쪽 날개 끝이 깨진 것과 왼쪽 날개의 검은 얼룩은 제가 받았을 때부터 손상 되어 있었습니다. 

혹시나 눈을 가린 헝겊이 풀려있다면, 다시 묶어두시길 바랍니다. 천사상을 닦는 과정에서 잠시 헝겊을 푼 적이 있는데 그 아래 두 눈이 검은 실로 굵게 꿰매어져 있더군요. 꽤나 그로테스크한 느낌이라 굳이 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천사상을 받고서 별일 아닌 일들이 몇 번 있었습니다. 천사상이 처음 둔 자리보다 살짝 옆으로 가 있었다든지 하는 일 말입니다.

아, 오해는 마십시오. 저는 미신을 믿지는 않으니까요. 지금도 이 천사상이 저주받았다거나, 귀신이 들렸다던가 하는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찝찝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었습니다.

뭐, 멀쩡한 물건을 버릴 수는 없지 않을까요. 선생님에게 필요한 물건이실 수도 있구요. 

이게 이 물건에 대해 제가 아는 전부입니다.

이제 선생님께서 이대로 보관하실지, 아니면 버리실지 판단하시면 될 것 같네요.

혹시나, 다른 분에게 넘기실 생각이라면 이 편지도 함께 넣어주세요. 그분도 아무 설명 없이 받고 싶지는 않으실 테니까요.

아,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될까요?

지금 맹인 천사상이 웃고 있습니까?

혹시 아니라면 죄송합니다.

제가 착각했나 봅니다.

상자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체 이게 뭘까요?

그냥 장난이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편지를 읽고서 막상 집 안에 두려니 찝찝한 기분이 드네요.

혹시 비슷한 상자를 받아보셨거나, 이런 천사상을 보신 적 있으신 분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이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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