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슬립] G시 아파트 사건 관련해서 저의 경험 공유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여기 올라오는 G시 관련 글들을 며칠 동안 읽다가 저도 예전에 겪었던 일이 생각나서 글을 남깁니다.
지금은 그 아파트에서 이사한 상태입니다.
아파트 이름이나 정확한 지역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아직 제 명의로 된 집이기도 하고, 괜히 해당 아파트에 피해가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몇 년 전 G시 신도시에 있는 신축 아파트에 청약이 돼서 입주했습니다.
당시에는 막 지어진 새 아파트였고, 저희가 첫 입주자였습니다. 그래서 처음 이상한 일이 생겼을 때도 귀신 같은 건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안방 화장실 센서등이 문제였습니다.
새벽에 자다가 눈을 떴는데 화장실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아내가 화장실에 갔나 싶어서 옆을 봤는데 자고 있었고, 아이도 자고 있었습니다. 반려견도 침대 밑에서 자고 있었고요.
시간을 확인해보니 새벽 3시쯤이었습니다.
신축 아파트라 센서가 예민한가 보다 했습니다. 날벌레나 먼지 때문에 켜질 수도 있다고 해서 크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도 비슷한 일이 계속됐습니다.
매일 그러는 건 아니었고,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였습니다. 이상하게 새벽 2시 반에서 3시 반 사이에 안방 화장실 불이 혼자 켜졌습니다.
화장실 문을 닫아놓은 상태에서도 켜졌습니다.
관리사무소에 이야기해서 센서도 교체했는데 똑같았습니다.
그러다가 욕실 라디오까지 혼자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신축 아파트 욕실에 라디오랑 천장 스피커가 달려 있는 경우가 있는데 저희 집에도 있었습니다.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입주했을 때 제대로 작동하는지만 확인한 게 전부였습니다.
어느 날 새벽에 욕실에서 갑자기 라디오가 아주 큰 소리로 켜졌습니다.
처음에는 남자 진행자가 무슨 사연을 읽는 방송이 나왔습니다. 놀라서 화장실로 들어가 끄려고 하니 갑자기 주파수가 맞지 않는 것처럼 지직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 소리 사이에서 여러 사람이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라디오를 껐는데도 몇 초 동안 소리가 계속 났습니다.
무언가를 바닥에 끄는 것 같은 소리였습니다. 천이나 긴 옷 같은 걸 끌고 가는 소리라고 해야 할까요.
그 뒤로 욕실 라디오 전원을 꺼놓았는데도 두 번 정도 더 혼자 켜졌습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전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신축 아파트라 하자가 많았고, 입주민 단체 채팅방에도 월패드나 조명 오작동 이야기가 종종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 위층에서 나는 소리 때문이었습니다.
새벽마다 아이가 뛰어다니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거실 위쪽에서 타닥타닥 몇 걸음 정도 뛰는 소리가 나다가 멈췄습니다. 나중에는 거실 끝에서 안방 쪽까지 달려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소리가 반복됐습니다.
시간은 항상 새벽 3시 전후였습니다.
저희도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처음에는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어린아이가 새벽에 깨서 뛰어다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동안 계속되니 참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느 날에는 구슬 같은 것을 떨어뜨리고 바닥에 굴리는 소리도 났습니다. 결국 경비실에 연락해서 위층에 주의를 부탁드렸습니다.
그런데 경비실 직원이 저희 집 호수를 확인하더니 잠시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고는 위층은 아직 입주하지 않은 공실이라고 했습니다.
입주자 키도 발급되지 않았고, 하자 보수 작업자가 낮에 몇 번 출입한 기록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경비실 직원이 올라가서 확인했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음 날 관리사무소에서는 다른 층에서 나는 소리가 배관이나 벽을 타고 위층 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런가 보다 하려고 했습니다.
제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문화 투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직업 때문에 민속이나 무속 관련 일을 하는 분들을 알고 있어서, 술자리에서 제가 겪었던 일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아는 민속 연구자 한 분이 아파트 위치를 물어서 지도를 보여드렸습니다.
그분이 지도를 보더니 그 지역의 옛 지명을 하나 말했습니다.
저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습니다.
그분 말로는 현재 G시 신도시 일부 지역이 과거 궁에서 나온 궁녀들을 묻었던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했습니다.
옛날에는 궁녀가 궁에 한번 들어가면 죽어서야 나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궁 안에서 죽어도 시신이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왕실 내부의 사건이나 비밀과 관련된 궁녀들은 공식적인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밤에 몰래 옮겨졌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시신들을 묻던 곳 중 하나가 지금의 G시 일대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문헌으로 명확하게 확인된 사실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지역에 전해지는 이야기와 옛 지명, 개발 전 주민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완전히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고만 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그 일대에 일본인들이 집을 짓고 살았는데, 집과 길을 만들면서 오래된 무덤들이 많이 훼손됐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했습니다.
누구의 무덤인지 기록이 없어서 유골이 제대로 수습됐는지도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며칠 뒤에는 알고 지내는 무속인에게도 물어봤습니다.
민속 연구자에게 들었던 이야기는 말하지 않고, 제가 겪은 일과 아파트 위치만 이야기했습니다.
그분이 지도를 한참 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집에 들어와 있는 게 아니라 땅 밑에서 계속 올라오는 거예요.”
제가 위층에서 아이가 뛰어다니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고 했더니 아이가 아닐 거라고 했습니다.
맨발로 급하게 뛰어다니는 여자들의 소리 같다고 했습니다.
한 명도 아닌 것 같다고 했고요.
그 말을 들은 뒤부터는 위층 소리가 들릴 때마다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래도 바로 이사하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귀신보다 무서운 게 대출이자와 부동산 가격이었습니다.
청약에 당첨돼서 겨우 마련한 신축 아파트였고, 입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이유로 나갈 수는 없었습니다.
화장실 불은 센서 문제고, 라디오는 전기 문제고, 위층 소리는 배관을 타고 오는 소리라고 계속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이사를 결심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도 새벽 3시쯤 위층에서 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평소보다 훨씬 심했습니다.
한두 명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거실 위를 계속 뛰어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중간중간 무거운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도 났습니다.
저는 바로 경비실에 전화했습니다.
이번에는 경비실 직원이 통화를 끊지 않고 직접 위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잠시 뒤 전화기 너머로 위층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났습니다.
경비실 직원이 안으로 들어가 집을 확인하더니 아무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에도 저희 집 천장에서는 계속 뛰는 소리가 났습니다.
제가 지금도 소리가 난다고 말하자 직원이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자기는 지금 위층 집 안에 있는데, 자기 발밑에서 사람들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습니다.
즉 위층에 있던 직원에게는 저희 집 쪽에서 소리가 들렸고, 저희 집에서는 위층에서 소리가 들리고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안방 화장실 불이 켜졌습니다.
화장실 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바로 이어서 꺼놓은 욕실 라디오도 켜졌습니다.
이번에는 방송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직거리는 소리 사이로 여러 사람이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언가를 바닥에 질질 끌고 가는 소리도 났습니다.
그리고 현관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복도 먼 쪽에서부터 누군가 맨발로 뛰어오는 소리였습니다.
처음에는 한 사람 같았는데 점점 여러 사람의 발소리처럼 들렸습니다.
그 소리는 저희 집 현관문 앞에서 멈췄습니다.
한동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습니다.
누가 벨을 누르거나 문을 두드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현관 센서등이 켜졌습니다.
저는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날 아침에 아내와 아이를 먼저 처가로 보냈고, 저도 며칠 뒤 집에서 나왔습니다.
급하게 팔면 손해가 너무 커서 집은 아직 제 명의로 가지고 있습니다. 한동안 비워두었다가 지금은 다른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새로 들어간 분에게는 욕실 센서와 전기 계통에 문제가 있어서 모두 점검했다고만 이야기했습니다.
그 뒤로 별다른 연락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제는 끝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아파트 관리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하다가 입주민 질문 글 하나를 봤습니다.
제목은 ‘욕실 라디오 중앙제어 문의’였습니다.
새벽 3시쯤 꺼둔 욕실 라디오가 반복해서 켜지는데, 관리사무소에서 안내방송 같은 것을 원격으로 내보내는 경우가 있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관리사무소의 답변은 짧았습니다.
욕실 라디오는 세대 내부 기기라 관리사무소에서 원격으로 켤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제가 살던 집의 현재 세입자가 쓴 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작성자가 어느 동인지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 G시에서 있었던 일들이 계속 올라오는 것을 보니 혹시 저희 아파트만의 문제는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 경험을 공유합니다.
G시 신축 아파트에 거주하시는 분 중에 새벽 2시 반에서 3시 반 사이 화장실 센서등이 혼자 켜지거나, 사용하지 않는 욕실 라디오가 갑자기 켜지는 분이 계시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아파트 이름이나 동·호수는 밝히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위층에서 새벽마다 아이가 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면 층간소음 항의부터 하지 마시고, 먼저 관리사무소에 위층 입주 여부부터 확인해보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