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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슬립] B 아파트 10x동 30x호

글쓴이: 김뭐시기, 2시간 전, 댓글9, 읽음: 32

안녕하세요. 저는 G시에 살고 있는 김희민입니다. 네 살 때 B 아파트로 이사 온 뒤,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사하지 않고 그 집에서 계속 살고 있습니다.

한평생 같은 곳에서 살다 보니, 예전에 친하게 지내던 이웃들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어릴 적에는 누가 어느 집에 사는지 모두 알고 있었고, 서로 집에 놀러 가거나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지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이웃일 뿐입니다.

물론 아는 이웃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평범하게 다른 곳으로 이사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과 가장 가깝게 지냈던 윗집, 옆집, 아랫집은 어째서인지 하나같이 좋지 않은 일을 겪었습니다. 그 일을 겪은 뒤 이사를 갔거나, 정신적으로 무너진 채 살아가고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제는 저희가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고, 저희 역시 먼저 인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윗집에는 덩치가 큰 아주머니 한 분이 살고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그 집에는 아주머니와 남편, 그리고 두 아들까지 네 식구가 함께 살았습니다. 아주머니는 종종 우리 집에 놀러 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두 아들은 독립한 뒤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남편 역시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따로 살게 된 모양입니다. 가끔 남편이 찾아오는 날이면 아주머니는 한밤중에 남편에게 나가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뒤 현관문을 부수곤 했습니다. 그런 일이 반복된 뒤로는 남편의 모습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주머니는 매너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원래도 그랬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심해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늦은 시간에도 층간소음을 자주 내는 바람에 우리 가족도 적지 않은 고충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은 옥상으로 올라가 함무라비 법전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처럼 아주머니가 내던 층간소음을 그대로 재연해 준 적도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다행히 층간소음을 내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사지도 멀쩡한 양반이 어디서 구했는지 노인·장애인용 전동 스쿠터를 타고 폐지를 모으며 조용히 지내는 모양입니다. 다만 집 앞에 전동 스쿠터를 세 대 정도 세워 두는 바람에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정신은 여전히 온전치 못한 것 같습니다.

아랫집에는 골초인 할아버지 한 분이 살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주무시던 중 전기장판에서 불이 나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연기가 온 층을 뒤덮을 만큼 큰 화재였습니다. 이후 함께 살던 아드님도 평소 우울증이 심하셨는지 뒷산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어릴 적 인사를 드리면 늘 웃는 얼굴로 받아주시던 아저씨였기에 그런 사정을 전혀 몰랐습니다.

연이어 그런 일을 겪은 뒤 아주머니는 한동안 멍하니 지내시다가 조용히 이사를 가셨습니다. 얼마 뒤에는 아주머니 한 분이 새로 이사 왔는데, 밤늦게 꽹과리를 치기도 하고 새벽에는 그 아주머니의 애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잠긴 문을 열어 달라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경찰과 119까지 출동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결국 그분도 조용히 이사를 갔고, 현재 아랫집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습니다.

어릴 때는 옆집과 가장 많은 교류를 했습니다. 열쇠를 깜빡하면 옆집에서 우리 집에 들어가 기다리라고 하셔서 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옆집 할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신 뒤부터 교류가 끊겼습니다. 비단 우리 집만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옆집은 동네 사람들과의 왕래를 모두 끊은 채 지금까지 데면데면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딱히 이사를 간 것도 아닌데, 어느새 가족 구성원도 많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 집만은 평탄했습니다. 특별한 일도 없이 그 모든 일을 지켜보며 살아왔습니다. 우리 집에도 언젠가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지만, 다행히 지금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아직도 B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곳에서 살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당분간은 계속 이곳에서 살아갈 것 같습니다.

김뭐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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