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평평론이 과학일수 있다면
사피엔스 님의 https://britg.kr/community/freeboard/?bac=read&bp=247925 게시글을 읽고 리플로 쓰려다가 따로 분리해서 씁니다. 그리고 일단은 먼저 이 이야기를 꼭 서두에 배치하고 시작하고 싶네요.
지구는 둥급니다.
저는 지구는 둥글고, 지구평평론이란 사람이 외롭고 커뮤니티에 속하려면 이상한걸 믿어야 하는구나 정도의 생각이에요.
며칠전 재미있는 트윗을 봤습니다.
https://twitter.com/inleminati/status/2061321538243313828 인데요, 지구평평론자들이 백야를 어떻게 설명하는가에 대한 트윗이었어요.
지구평평론자들의 모델에 따르면 태양이 지구의 일부분을 비추고 빙글빙글 돌기 때문에 밤이 오는 것이라 북극의 백야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지구평평론자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등을 보면 의외로 그들은 매우 과학적이에요. 다만 그들의 가정을 박살낼 증거를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서 가설을 유지한다는 아주 작고 치명적인 모순 하나만 제외한다면요.
그러니 여러분도 북극의 백야가 지구평평론을 증명한다고? 좋아 그럼 남극의 백야가 뭘 의미하는 거지? 같은 지극히 상식적이며 지구평평론자들의 모델을 박살낼 질문을 하는것을 아주 잠깐만 멈춰주시고 과학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과학은 지금 우리들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많은 것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과학=사실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니에요. 과학은 사실을 설명하기 위한 방편이지 사실 그 자체는 아닙니다.
지구평평론 같은 너무 얼토당토 않은 것을 제쳐두더라도 천동설과 지동설이 대립했었습니다. 그때는 패러다임의 개념조차 없고 신학의 위세가 강하던 시절 아니냐고요? 그렇다면 에테르로 가득찬 우주는 어떤가요. 음의 질량을 가지는 플로지스톤은요? 전류가 실제로는 -극에서 출발해 +극으로 흐르지만 너무나도 옛날부터 +극에서 흘러서 -극으로 흐르는 것으로 약속했기에 진실을 알고 있는 현대에도 그냥 그렇게 쓴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과학은 만능이 아니고 그저 땜빵으로 세운 기초 위에 위대한 업적이 쌓여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그 기초가 무너짐으로서 완전히 파기된 이론들이 존재하고요.
그렇기에 과학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모두 사실적인 것은 아닙니다. 제가 만약 과학자라면 지구평평론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고 싶어하지 않을 거에요. 그치만 우리는 창작자지 과학자가 아니잖아요?
지구평평론이 사실은 진짜라면? 그렇게 도착한 남극의 백야현상이 지구평평론을 완전히 박살낸줄 알았지만, 그것이야 말로 지구둥글론자들이 만들어낸 빛이고 거기에는 세상을 진리의 빛으로 밝게 비추는 단체가 암약하고 있다면?
과학자들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과학을 사용합니다. 그렇기에 현상이라는 대전재가 흔들리면 당연히 이론을 파기하고 진실을 찾아가야 하겠죠. 그것은 과학자들의 직업 윤리일 것이에요.
그치만 창작자들은 우리의 목적을 위해 과학을 사용합니다. 저같은 경우 재미고요. 과학적 방법론, 가설 설정과 검증, 반복을 통한 재현 가능성에 대한 탐구. 그 근원이 구라이기에 현실과는 걸맞지 않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진실의 편린을 담고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