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는 행운의 숫자
홀수를 좋아합니다. 세간의 편견과 달리 13도 나쁜 숫자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가끔 핸드폰 시계에 좋아하는 조합의 시간이 뜨면 화면 캡처를 하곤 합니다. 11:11이 제게는 행운의 상징이에요. 그러니까 11월 11일에는 하루에 두 번 해야 하는 일이 생기는 셈이지요.
제 핸드폰의 앨범에는 이런 캡처 사진들이 많습니다. 그걸로 뭘 하려고? 라고 묻는다면 조금 당황할 것 같아요. 아마도 네잎클로버를 찾는 마음과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으므로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약간의 행운이 뒤따르기를 고대하는 마음.
가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계속 이야기를 쓰게 만들까.
이제는 거의 부르지 않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한때 매일같이 불렀던 이름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외투 주머니에 넣어두고 깜빡 잊은 물건을 무심코 발견할 때처럼 푹 찌른 손 끝에 우연히 와 닿지 않으면 더는 쉽게 기억하지 못하는 이름들. 하지만 불쑥 찾아가 안부를 묻는 것이 늘 바람직한 일은 아니니까요.
여전히 부르고 있는 이름들도 있습니다. 이 무용한 짓을 끊임없이 해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더 있다는 건 적지 않은 위안을 줍니다. 해는 진 지 오래이고 술래마저 돌아가버렸는데도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 한 척 고집스럽게 놀이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브릿G가 9주년을 맞았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나도 그동안 계속 글을 쓰고 있었겠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세상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로도, 미로를 헤매는 기분으로 저 바깥의 어딘가로 향하는 길을 상상하고 있구나.

사실 제가 두서없는 이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게 된 건, 바로 이 위, 아홉 작품 목록을 올리기 위해서였는데요(이외님 감사합니다. 공유해주신 웹페이지 감사히 잘 썼습니다). 게시판에 글을 쓸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이벤트 기간이 끝나버렸더라고요. 요즘에는 무슨 말이든 털어놓기 전에 너무 오래 고민하게 됩니다. 소설을 쓰면서 생긴 버릇인가 봐요. 아무튼 잠시 쉬는 겸 안부도 전할 겸 뒤늦게 올려봅니다.
목록에 넣고 싶었지만 더는 검색이 되지 않는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들이 자신만의 운명을 찾았기를, 그 길에 자그마한 행운이 뒤따랐기를 빕니다.
목록에 있는 아홉 작품 모두 하나같이 좋지만 특히 김아직 작가님의 <라젠카가 우리를 구원한다 했지>를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리겠습니다.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 수상작 모음집인 <데드볼>에도 수록된 작품인데요, 아주 명랑하고 용감하고 슬프기도 한 그런 단편이에요. 저는 읽으면서 코끝이 찡해져서 혼났습니다.
아, 아홉 번째 칸에 은근슬쩍 눈치껏 끼워 넣은 작품은 제가 쓴 글이 맞습니다. 몇 주 전에 제가 그동안 쓴 단편들 가운데 가장 환상적이고 낭만적이고 으스스한 작품들을 수록한 <우리 안에 불꽃이 있어>라는 단편 소설집이 나왔거든요. 총 열두 편의 이야기가 실렸는데 <빨간 제비부리댕기>는 제가 각별하게 좋아하는 글이랍니다. 비록 홀수는 아니지만 12 역시 분명 무척 좋은 숫자일 거예요.
마지막에는 역시 고양이 사진이겠지요. 저희 집 둘째입니다. 이름은 름름이에요. 추측하시는 대로 여름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제 책상 옆 캣타워에서 조금 이른 낮잠을 자고 있어서 당장은 불러도 거들떠도 보지 않겠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