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음과 나쁨
세상과 싸우는 글을 쓰다보면 어쩔 수 없이 선과 악에 대해 깊생을 하게 되죠.
악해서 악한 자, 게을러서 악한 자, 무식해서 혹은 무심해서 악한 자,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악이 된 자, 피해를 입혔기 때문에 악이 된 자, 그냥 남들보다 조금 나쁠 뿐인 나쁜 사람. 스스로가 나쁜 줄 몰라서 나쁜 사람. 알면서도 그런 자신이 꼭 맞게 좋아서 나쁜 사람…
이 복잡한 세상에서 자신의 모든 문제를 단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 잘 오셨습니다. 제가 바로 그 사람인데요. 저의 모든 문제는 단 하나로 소급되는데 바로 ‘자기 혐오‘가 그것이죠.
그래서 내가 너무 싫어져서 미칠 것 같은 때 안전망 삼아 기억해두는 대사가 있어요. 영화 서러브레드의 대사입니다.
“내 뇌는 멀쩡하거든. 그냥 감정이 없을 뿐이야. 그렇다고 내가 나쁜 사람이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착하게 굴려면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한 것뿐이지.”
나쁜 사람이어야 하는 건 아니야. 노력이 좀 필요할 뿐.
그냥 그렇게 태어난 사람. 선해지려면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한 사람. 그렇다고 나쁜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건 아닌 거라고. 그러니 나쁜 나 자신을 그냥 받아들이지 말자고 이렇게 태어난 게 억울해도 조금 더 노력하자고. 왜냐하면 명탐정 브누아 블랑이 말했듯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는 진실 그 자체에 있지 않고, 진실을 손에 넣은 사람이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으니까. -이것도 안전망으로 기억하고 있는 대사예요. 게다가 덤블도어 교수님은 말씀하셨죠, 세상에는 나쁜 길과 힘든 길이 있다고. 그리고- 고만하겠습니다. 인용충이라서 죄송합니다.
“항상 이렇게 생각했어요
훌륭한 예술가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클 거라고
그런 예술 작품은 커다란 동정심과 도우려는 마음의 산물일 거라고
내가 어리석었죠”
이건 잉마르 베리만의 페르소나 대사. 알았어요 알았어. 그만 하면 되잖아요. 결국 그만하지 못했지만.
그런 생각.
내가 내 글보다 나은 사람이길 바라는 게 좋을지
내 글이 나보다는 나은 것이길 바라는 게 좋을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미안해
난 네 관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널 화나게 하거나 상처 주려는 게 아니라
뭐랄까 난 무해한 거짓말들이 잘 분간이 안 돼
그래서 대충 타협하지 못하고 늘 오류를 찾아내려 하지
아무래도 세상이 완벽하길 바라는가 봐
미안해
나는 세상을 너처럼 보지 않아
할 수만 있다면 나도 너처럼 그랬을 거야
감출 수 없는 의혹에 침묵하기보다는
매일 내 감정들을 다 드러내면서 말야
난 그냥 완벽한 세상을 원하는 것뿐이야
아름다운 것들이 지켜지는 세상
주어진대로 그저 사는 재주를
난 배우지 못했거든
너를 둘러싼 세상이 모두 무너져내리고
벼랑 끝에 서 있어도 넌
추락하리란 걸,
단지 그 일이 아직 벌어지지 않았을 뿐이란 걸
이미 알고 있는데도 넌
널 구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하물며 그런 사람이 있다 해도
넌
갚을 수 없는 빚 같은 건 지고 싶지 않은 거지
하지만 난
어린날의 낡은 소망을,
진실을 알고자 하는 이 작은 욕구를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는 거야
완벽한 세상을 바라는 거, 그게 다야
아마 너에겐 멍청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주어진대로 그저 받아들이는 요령이
난 도무지 배워지지가 않아
그저 완벽한 세상을 원하는 것뿐이야
– 완벽한 세상 / 아르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