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연말정산
브릿G에 다시 활동을 시작한 지 벌써 1년 하고 2개월이 넘어가네요. 그 사이 엄청나게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적인 사실이……
여하튼 조금 이르지만 올해 쓴 글들에 대한 연말정산을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남은 열흘 안에 단편 하나를 더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마 써내도 초고까지만 써내고 퇴고해서 업로드하는 건 1월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미리 해두는 것도 있습니다ㅋㅋ
일단 제 창작 트랙을 나눠서 보면, 1. 본격 창작 2. 취미 창작 으로 나눠볼 수 있고, 취미 창작은 또 다시 나폴리탄 괴담/소일장으로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연말정산으로 다룰 건 1번입니다. 그리고 2번 중에서도 제게 나름대로 유의미한 창작들도 겸사겸사 다룰 거고요. 첫 번째는 절대시계입니다. 나폴리탄 괴담 마이너 갤러리에서 대회가 열려서(유저 개인이 사비를 털어서 열었음) 거기에 참여하려고 썼는데 감사하게도 브릿G 추천 작품에도 올랐더라고요. 미스터리 문법을 고의로 무너뜨려서 만든 코즈믹호러였습니다. 암흑색맹 이후로 코즈믹호러를 어떻게 쓸지 감을 잡았던 상태라, 소재의 힘을 빌려서 취미 창작임에도 본격 창작에 준하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도 취미 창작이네요. 스칼렛 위치는 발상이라고 할지, 내부적으로 쓰인 신철이라는 소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언젠가 또 써먹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에겐 스릴러로 잘만 빠지다가 로맨스로 틀어서 아쉽다고 하고, 또 어떤 분에겐 예상치 못한 반전이라 좋다 하시고, 호불호가 갈릴 만큼 잘 빠진 드리프트를 쓴 것 같아 작품 내적으로도 마음에 듭니다. 초자연현상처리반은 여기선 리뉴얼이 의문의 유입으로 종합베스트에 머물렀던 게 끝이었는데, 사실 이게 2년 정도 묵은 오래된 시리즈입니다(…) 이 작품은 시리즈의 마무리이자 시리즈 팬들에게 약속했던 통합외전으로서 모든 걸 마무리 짓는 이야기였고요.(최종장이라기보단 에필로그 외전 같은 겁니다) 몇 개월 동안 붙잡고 쓴 장편이었기에 취미 창작이지만 사실상 본격 창작 수준으로 집중했던 소설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장편 3권 분량(오리지널 1권, 진엔딩 1권, 통합외전 1권)에 걸쳐서 저의 세계관을 독자에게 보일 수 있게 돼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가슴에 새길만 한 경험이었습니다. 도미노는 타임리프 공모전 본심까지 갔다가 아쉽게 탈락한 작품입니다. 창궁식 티키타카가 일품이랄까요. 간만에 대사 쓰는 재미가 있었던 소설입니다. 심사평에서도 그 부분을 짚어주시니 탈락의 고배보단 장점의 인정이 더 기뻤다는 건 안 비밀. 동시에 심사평에서 지적 받은 스케일의 문제는 연작으로 해소하고자 했지만, 역시 쉬운 일은 아니네요. 소일장 암흑산장을 통해 암흑색맹의 연장선을 타서 완성하게 된 암흑열차입니다. 사실 암흑열차 이후로 암흑바다 같은 암흑 시리즈가 더 예정돼 있었는데, 암흑열차로 어둠에 대한 고찰을 거의 완성격으로 내놓는 바람에 암흑바다의 기획이 엎어졌다는 후문이…… 암흑색맹-절대시계-암흑열차로 이어지는 코즈믹호러 창작이 암흑열차로 말미암아 제 안에 내적 형태감을 갖추게 됐습니다. 그 결실이 연말에 창작한 ‘Gryvaisht’이고요ㅎㅎ 사실 프레그먼츠 집필 때문에 전반기에 소모된 심력을 다시 채우는 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를 메우려고 과거 창작물들을 다시 올리기도 하고, 소일장에 참가하기도 했었고요. 싱귤러리티는 사실상 도미노에서 맥이 끊겼던 본격 단편 창작의 뒤를 잇는 단편입니다. 단편 내에 완전히 독립적인 트랙의 이야기들을 진행시켜 결말부에 매듭 짓는 방식은 저로선 첫 도전이었기에 매우 조심스러웠습니다. 골머리 아프기도 했고요. 특히 테이네 이야기는 여기 말고 웹진 거울에서 아쉽다는 평을 받았는데, 단편이란 분량 안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던 입장에선 뼈 아픈 지적이었습니다. 좀 더 매끄럽게 압축하지 못한 건 처음 시도해보는 구조에 미진한 필력 탓이겠죠. 하지만 아쉬운 만큼 올해 제가 쓴 단편 중에선 원톱으로 꼽아도 될 만큼(투톱은 도미노입니다) 재미있게 썼다고 생각합니다. 뭐랄까, 제가 단편 내에 감성을 담는 경우가 좀체 없는데 그게 된다는 건 그만큼 제 가용 역량에서 최고치에 근접했을 때 가능한 일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싱귤러리티의 감성은 정말 좋아합니다. 속칭 ABCD입니다. 원래 초고 제목은 ABCD였어요. 근데 너무 없어보여서(일부러 없어보이게 지은 거지만) 풀어 쓴 걸 제목으로 택했습니다. 도미노와 세계관을 같이 하는 연작이면서, 동시에 초능력(드림워킹, 드림인바이팅)이 나오는 SF 단편이기도 합니다. 도미노에 비하면 어떤 묵직한 맛보다는 즐기는 데 특화된 면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연작을 쓸 때마다 강박적으로 ‘독립적으로 읽어도 이해가 되는’ 작품을 쓰고자 하는데, 그것 때문에 오히려 탈이 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진상 하나 때문에 후반부가 과하게 포화된 느낌이랄까요. 이 역시 제 미진함 때문입니다. 원래 세 번째 연작도 있었지만, 그건 진짜로 제 역량을 벗어난 걸 써버려서 초고를 엎었습니다. 도미노 같은 소시민 이야기가 제 한계였을지도…… 하여튼 제 수준을 알게 되는 연작 시리즈인 만큼, 내년에는 좀 더 깔끔한 연작 시리즈 단편을 들고 오겠습니다. 미래과학정보통신부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암흑색맹-절대시계-암흑열차의 뒤를 잇는 네 번째 코즈믹호러(사실 근본으로 넘어가면 최후의 방주까지 포함시켜야 합니다만), Gryvaisht입니다. 암흑열차 때 완성된 저만의 코즈믹호러 세계관을 Gryvaisht으로 표현해봤습니다. Gryvaisht은 싱귤러리티와 같이 구조적 발상에서부터 시작된 소설인 만큼, 그 구조를 살리기 위해 갖은 힘을 썼습니다. 다만 코즈믹호러적 공포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느낌은 없는지라 앞선 작품들에 비하면 연출적 임팩트는 다소 약한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암흑열차에서 ‘어둠은 시작도 끝도 없다’라는 사실을 주지하신다면, Gryvaisht에서의 루프가 조금 다르게 읽히실 수 있지 않나…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 이름을 V로도 정할까 싶었지만, 그건 암흑 시리즈에서만 그러기로. 올해의 마지막 단편이자, 제 인생 최초의 판타지 단편 시린골입니다. 이 소설의 모티브는 정말로 단순하게, 작가 프로젝트에 언급된 ‘미궁’을 소재로 제 방식대로 요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캐릭터 모티브들은 제미나이에게 판타지 인물 3명을 짜게 시키고, 제가 하나씩 제약(설정)을 넣으면서 구체화시키는 방법으로 나온 결과물을 적절히 변형했습니다. 이 작품 역시 연작의 기회가 열려있는지라, 아마 또 다시 판타지 단편을 쓴다면 시린골에 뒤를 잇는 영수림과 라카바의 이야기를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능하면 곰기도요! 덧붙여 말하면 곰기는 아무 말만 적는 게 아니라 나름의 대답 메커니즘이 있습니다. 덕분에 곰기 대사 짜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이렇게 정리해보니까 생각보다 할 말이 더 많이 쌓였다는 느낌이 솔솔……
사실 여기에다가 저만의 예술창작론을 올려서 여러분만의 창작론을 물어볼까 싶었는데, 너무 자기 생각만 나열하는 모난 인간이 될까 싶어 자제한 면이 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풀도록 하죠!
내년에는 장편도 한 편 쓰고, 단편도 더 많이 창작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적어도 1년에 책 2권 분량 정도는 써내야……(늘 준비된 작가가 제 모토 중 하나입니다)
마무리는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좋습니다. 성탄절도, 연말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요!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해피 뉴 이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