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연말결산] 을 가장한 근황
늘 그렇듯 잡담할 때 배경음악이 필요한 사람
https://www.youtube.com/watch?v=vdHPGZRWtSA
1. 2024 독서 기록 모음 (종이책, 브릿g, 카카페… 등등)
사실 저는 따로 독서 기록을 측정하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디지털 기기로부터 멀어져버렸어요.
애초에 디지털 기기를 아직 쓰더라도, 솔직히 말해 따로 측정 같은 걸 했을 것 같진 않습니다.
대신에 이런 걸 가져왔습니다.
https://tobe.aladin.co.kr/s/11927
네. 올해 <청춘 환상 검무곡>을 완성했었죠. 그 전후의 기록밖에는 남아있지 않은 것 같네요.
감상문을 쓴다는 건 좋은 활동이에요. 작품을 읽으면서 ‘이 작품이 나에게 왜 필요했는가’ ‘그래서 그 작품이 정말로 필요했는가’ ‘그래서 그 필요한 것이 어떻게 쓰여 있는가’ 라던가… ‘그래서 그것이 나에게 무슨 의미인가’ 같은 걸 정리할 수 있는 작업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늘 읽기에는 쓰기가 따라붙는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창작이든, 감상문이든 말이에요.
물론 이러는 건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드는 일이고, 저는 에너지가 바닥을 보이고 있습니다. 감기걸렸어요!
2. 올해 읽은 종이책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책은?
죄송합니다. E북 가져올게요. 만화책입니다. <체인소 맨>이요.
1부만 다 읽었고, 2부는 보다 말았습니다. 2부를 따라가기에는 돈이 모자랐습니다(!) 1부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기도 했구요.
<체인소 맨>을 보기 전에 봤던 작품들이 <노라가미> <사카모토 데이즈> <마법사의 신부> 같은 것이었습니다. 대체로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작품들입니다. 되게 작품들이 다 달달하고 재밌고 신나서, 저는 제가 이 작품들로부터 ‘무엇을 제공받고 있는지’ 감각하지 못했습니다. 그 맹점을 <체인소 맨>을 찔러버렸습니다.
<체인소 맨>은 데빌 헌터로 일하는 덴지의 이야기입니다. 사회의 밑바닥에서 ‘생활’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덴지의 모습을 보다가, 저는 제가 뭘 바라서 앞선 <사카모토 데이즈> 류의 작품을 보고 있었는지 깨달아 버렸습니다.
네. 일상 그 자체요. 저는 공교롭게도 그때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참이었습니다. 한 6~7권 쯤, 레제 아크였을까요. 그 편을 다 읽고 야간 아르바이트를 출근하고, 멍하니 있다가 퇴근하고 나서 저는 울어버렸습니다.
그때쯤부터 제 작품에도 뭔가의 문제 의식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겁니다. <체인소 맨>은 좋은 만화였어요. 너무 아프기도 했구요.
지금은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습니다. 계엄 터지고 하루 뒤엔가 장사 안된다고 출근 하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그 상태로 아직 아르바이트를 못 구했습니다. 그래서 바리스타 자격증 공부라도 하기로 했어요.
막 위험하고 그런 상황은 아닙니다. 저는 아직 가족이랑 살고 있기도 하고… 어떻게든 버티겠지요.
여러모로 고마운 작품이었습니다. <체인소 맨>은. 제 작품의 지향은 물론 제 성 지향성에도 영향을 준(?) 작품 등으로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겁니다. 네. 최근에 퀴어 정체화를 시작한 데에도 이 작품이 꽤 큰 공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그건 오롯이 이 작품만의 공은 아니고… 꽤 멀리 나간 이야기 같으니,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3. 올해 업로드된 브릿g 소설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소설은?
음… 솔직히 말해서 양심에 찔리게도 브릿G 소설을 많이 읽진 않았습니다. 다만 그래도 <관종영웅 태권소년!>이 기억에 남은 이유는… 순전히 말해 생각할 거리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인셀 담론’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진지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과 별개로, 그호호칭에서 제 당사자성을 떼고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굳이 ‘인셀’이라는 주제를 일종의 ‘비자발적 독신’보다는 ‘특정 사이트 이용자층’으로 분류한다고 하더라도 저는 당사자성을 온전히 피해갈 수 없습니다. 제 주변사람들도요.
그런 점에서 ‘인셀’ 등이 탄생하는 과정을 다루는 이 작품이 저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처음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꽤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4. 올해 내가 쓴 글 중 가장 잘 썼다고 생각되는 글은?
제대로 쓴 글… 하나밖에 없죠. 이겁니다. 제가 처음으로 제대로 쓴 장편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전에 습작 단편도 여럿 썼습니다만 (놀랍게도 전부 올해임) 처음 쓴 장편이라서 그런가 애착이 있습니다.
그래서 리뷰 공모도 열었어요! 대충 전재산 털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5. 2025년에는 이런 글을 읽고/쓰고 싶다!
사실 읽는 것에는 고민이 많습니다. 장르는 솔직히 정했습니다. 신전기나 현대 무협에 가까운 오컬트 액션 어반 판타지를 쓰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으니, 거기에 해당하는 걸 읽으면 좋겠습니다. 장르와는 별개로 관심이 가는 주제도 있습니다. 청소년(영어덜트), 노동, 젠더, 종교, 위에서 언급한 인셀 문제 등도요. 특히나 시국에 대한 생각도 끊을 수는 없겠죠.
그러나 그런 것들을 쓰고 싶은 것과는 별개로 읽는 것에 고민이 많은 이유는, 읽을 책은 많은데 제 체력이 못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몇 개월 째 책 잔뜩 사서 적자는 나는데 소득은 못 따라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무리한 의욕을 죽이려 노력은 하는데, 쉽게 죽질 않네요. 소설만 읽는 게 아니라 다른 매체도 보고 싶은데…
그 와중에 그… 사실 SNS에서 무협 이야기를 즐겨 하는데, 이게 제가 직접 읽어서 아는 게 아니라 옆에서 관련 비평가가 다이제스트로 머릿속에 꽂아넣어줘서 알고 있는 사실이라 조금만 해도 밑천이 금방 드러나버립니다. 문제는 반응이 또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그리고 제 사고관을 꽉 쥐고 있어서(최근에 나름 그 무협 비평가로부터 정신적인 독립을 하고는 있습니다) 자꾸 하게 됩니다. 그래서 무협도 봐야 하나… 이 생각이 들 정도예요.
그러나 쓰고 싶은 건 간단합니다. 사실 오늘 서장을 2900자 쓰고 왔어요! 쓰고 나니 굉장히 머릿속이 맑고, 깔끔해지는 게… 역시 저는 써야 컨디션이 돌아옵니다. 기대해 주세요. 신전기나 현대 무협에 가까운 오컬트 액션 어반 판타지를 쓸 예정입니다.
음… 솔직히 연말결산 문답은 대충 하고 제 개인적인 근황을 더 길게 쓰고 싶었는데, 결국 문답 안에 제 개인적인 근황이 어느 정도 섞여 나와버려서 그러지 못하게 되었네요.
네.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합니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취업에 경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서, 바리스타 자격증이라도 따려고 오늘 막 문제집을 사 왔어요.
최근 읽는 건 여러 가지 작품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유교의 ‘사서’를 읽기로 했어요. <대학> <논어> <맹자> <중용> 말입니다. 성공한 오컬트가 종교가 되고, 종교는 사람의 세계관이 됩니다. 따라서 조선의 각종 오컬트적 면모들은 유학의 뭔가를 닮아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서를 읽기로 했어요.
사서를 읽는 김에, 한반도는 오롯이 유학만의 땅은 아니니 무속, 도교, 불교, 동학, 그리고 기독교까지 알아볼 수 있다면 좋을 겁니다. 물론 한 권 안에 그 모든 걸 다루기는 어렵죠. 천천히 할 겁니다.
그리고 아까 언급했던 무협 비평가와 최근 꽤 멋있는 이별을 했어요. 나름 자랑입니다.
“네가 글을 쓰는 동기는 뭐야?”라는 질문에
“업고 있는 게 많아서라고 생각해.”라고 대답하고
“너는 나와 다른 사람이구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네. 이 대화를 끝으로 한동안 그 사람 얼굴은 보기 힘들 겁니다. 날조가 없는 건 아니지만, 꽤 문학적인(?) 대화였다고 생각해요.
사실 읽었던 것 자체는 누적되어 남아있었습니다. 이제 작품 하나를 끝내고 나니, 그것 중에서 정말로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래서 그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고, 남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를 알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네. 그래서 쓰는 일만 남았습니다. 사실 좀 천천히 쓰고 싶은데, 의욕이 과하고 성미가 급해서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요.
하지만 뭐… 내년도 열심히 쓰고 싶습니다.
좋은 한 해 보내셨길 바라고, 내년도 좋은 한 해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