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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리뷰하다 3. 나란 글쟁이, 못난 글쟁이!

분류: 수다, 글쓴이: BornWriter, 17년 7월, 댓글13, 읽음: 91

소설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굳이 장르가 아니라 종류라고 쓴 까닭은, 이것이 장르에만 한정된 다양성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령 문체나 단어 선택 등에서도 작가는 다양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합니다. 그렇지만 모든 작가가 고유한 스타일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양산형 판타지는 스토리와 문체에서 작가들을 구별할 수 없는 사태를 지칭하고, 저 같은 경우도 완전히 저만의 문체를 갖지 못했습니다. 까놓고 말하자면 김훈 열화판이죠.

그런 것처럼 리뷰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soha 님처럼 작가의 내면 깊숙한 곳을 찌르는 리뷰가 있는가하면, 저처럼 단순히 감상을 늘어놓기만 하는 리뷰도 있는 겁니다! 또한 작품의 고칠 점을 지적하는 리뷰도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리뷰의 큰 세 갈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1을 제외한 2와 3의 방법으로 리뷰를 씁니다. 이것은 단순 감상과 지적질을 제가 분리해서 사고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1을 하지 못하기에 그 대척점에서 2와 3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이 수준이 낮고, 1의 방법만이 훌륭한 것인가?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방법론에 우열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소설을 쓴다고 훌륭하고, 판타지를 쓴다고 저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한 대 때려주세요) 말입니다.

그렇지만 사용하는 방법 안에서는 우열이 가려집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방법을 사용하여 리뷰를 하여도, 그러한 리뷰 사이에서도 우열은 가려집니다. 까놓고 말해서 제 리뷰는 그리 좋은 수준의 리뷰라고 할 수 없을 겁니다. 단순히 감상을 늘어놓는 거라고 해도, 거기에는 반드시 감상의 근원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황교익 선생님이 ‘아따 맛있고만’ 이라고 리뷰했다면 지금의 그는 없었을 겁니다.

 

알쓸신잡에서 최근 유시민 작가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죠. “뛰어난 정치 평론가가 반드시 뛰어난 정치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글쟁이에게도 통용될 것입니다. 뛰어난 글쟁이가 반드시 뛰어난 리뷰어가 되지는 않는 것처럼, 못난 글쟁이가 반드시 못난 리뷰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 리뷰가 못난 것은 그냥 제 능력 부족의 소치입니다.

그래서 가끔 리뷰를 쓰다보면 불안해지는 데가 있습니다. 나는 글쟁이로서의 능력이 부족한데, 타인의 글에서 고칠점을 지적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런 불안이 문장에 고스란히 드러나서, 리뷰할 때의 제 문장은 평소보다도 한층 더 지리멸렬합니다. 뛰어난 글쟁이, 특히 브릿G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글쟁이의 글을 리뷰할 때면 그러한 불안이 최고조에 달합니다. 가령 ‘사랑손님과 나’를 리뷰할때가 그러했습니다. 저는 너무 불안하여 제대로 리뷰하지 못했습니다. 소신껏 지적할 지점을 하나 고르긴 했지만, 고르면서도 이게 잘하는 짓인가 싶더군요.

못난 글쟁이가 반드시 못난 리뷰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못난 리뷰어이기 때문에 리뷰를 쓸 때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고민하지 않을 겁니다. 일종의 개객기(트리플 ㄱ)가 될 겁니다. 그냥 이런 생각입니다.

 

공개석상에 글을 올렸따 = 까일 준비가 되어있다.

 

래디컬하고도 무논리한 주장이지만, 그게 제 마음에 편할 거 같습니다. 저는 못난 글쟁이니까요!

Born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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