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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문 10답] 을 빌려서 저의 유명하지 않는 숨은 걸작 소개

분류: 내글홍보, 글쓴이: 한켠, 23년 5월, 댓글12, 읽음: 134

안녕하세요. 한켠입니다.

브릿G 초창기부터 활동했고…로맨스, 판타지, 역사물, 호러(…라고 쓰지만 어째 힐링물이 되곤 하는) 등을 쓰고 있고 앞으로 점점 더 다양한 장르와 소재와 형식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근대와 무대(주말마다 대학로에 가는 연뮤덕 1년차), 인간이 아닌 모든 것(인어, 뱀파이어, 귀신, 좀비 등등)을 사랑하고 먹는 것(집밥만 빼고)도 좋아합니다. (테이스티 문학상 2회 수상자!)

작가 페이지는 아래에…

한켠 – 브릿G (britg.kr)

1. 글을 쓰게 된 계기

어렸을 때부터 친구가 없어서(키가 작아서 고무줄이 높아지면 발이 안 닿았기에 애들이 고무줄놀이에 끼워주질 않았던ㅠㅠ) 조용히 구석에서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레 쓰게 되었습니다. 내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써 주는 사람이 없어서(돈이 많았으면 커미션을 넣었겠지만…) 자급자족으로 ‘100% 내가 원하는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언제나 저의 ‘제1독자’는 저 자신이고, 저를 만족시키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로 밥벌이를 하지 않는데서 오는 여유입니다.)

예를 들어 ‘일제강점기의 호그와트 출신 조선인 마법사 얘기를 읽고 싶어! 그런데 쓰는 사람이 없어!’라는 이유로 직접 쓴 게 <루모스 경성>이었죠.

2. 내가 쓰고 싶은 글에 관하여

인용! 브릿G편집기에서 주석을 달면 귀여운 개발바닥이 나오는 거 알고 계십니까. <히스토리 보이즈>라는 연극에서도 대사마다 들숨날숨으로 고전을 인용하던데, 보면서 ‘나도 상황과 맥락에 맞는 문학 작품 인용하는 거 잘 할 수 있어!’하면서 또 자급자족으로…

1940년대 경성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각색해서 ‘조선 최초의 뮤지컬’을 만들겠다며 일제강점기 시인들의 시를 뮤지컬 넘버(노래) 가사로 인용하는(사실…작가 사후 70년이 지나야 저작권이 소멸되어 인용과 2차창작이 자유로워 지기에 저작권료가 들지 않는 1952년 전에 사망하신 시인들을 인용할 수 밖에 없었…) <오!뮤지컬>에서 원없이 인용을 해 봤습니다.

3. 내가 자주 쓰는 장르나, 이야기.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이것저것 잡다하게 손을 대긴 하는데 요새는 직장인을 소재로 많이 쓰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풀고 대리만족을 하려고요.

4. 가장 좋아하는 책과 그 이유

혼불! (웹소설 말고…최명희 작가의 대하소설) 지금 읽으면 내용 자체는 좀 낡은 감이 있는데 우아하고 운율이 느껴지는 문체를 좋아해서 제가 쓰는 문장들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쓸 때마다 늘 하고 있습니다. 등장인물 중에는 (저도 맏이다 보니) 종갓집 장손으로 나오는 ‘이강모’에 이입을 많이 했습니다. 종손이라는 위치와 사랑 없는 결혼과 시대에 이리저리 떠다니는 유약한 나쁜 새끼…

5. 최근 글을 쓸 때 들었던 생각

애이불비 애이불비…슬프지만 겉으로 슬픔을 드러내지는 않는다는 뜻인데요.

소설 속 인물은 울지 않고 담담한데 독자는 펑펑 울게 만드는 ‘절제의 미학’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화낼 때 물건 던지고 소리 지르는 건 너무 1차원적이지 않나, 해서 분노를 차갑게 표현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습니다. 누가 죽어야 그걸 계기로 각성하는 것도 싫어합니다.

요새는 ‘복수하거나 성공하거나 성공해서 복수하는’ 그런 거 말고 착하고 허술하고 평범한 인간들이 소소하게 잘 사는 모습을 좀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래놓고 또 인물들 죽일 거면서…)

6. 글쓰기에 대한 고민, 혹은 글을 쓸 때 이것만은 지키겠다는 나만의 철칙

사건보다 인물을 중시합니다. 인물을 120% 이해하기 전엔 쓰지 않는다!가 철칙이었는데…(소설 본문에는 나오지 않는) 가족관계, 취미 등등 다 세밀하게 설정하고 나서 첫 사건만 던진 다음엔 인물들이 알아서 뛰놀게 풀어놓는 편입니다. 주인공 뿐만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인물을 선명하게 만듭니다. 인물의 매력은 복잡하고 모호하고 입체적인 데에서 오고 모든 인물은 각자 다 다르기에 매력있다고 믿는데, 요새 ‘장르의 인물은 단순하고 어느 정도 상투적이어야 속도감 있는 진행을 할 수 있다’는 조언을 들어서 ‘내가 낡은 건가?’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7. 내 글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책장을 덮고(화면을 끄고) 살다가 어느 순간 생각이 날 거야.

8. 다른 작가님들과 독자님들께 하고 싶은 말

우리 오래 가서 브릿G 10주년까지 봐요…멀리 가실 거면 저랑 같이 좀 가요…(질척)

9. 내가 쓴 글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드는 한 문장 (어디에 나온 문장인지까지)

요즘은 소설이 영상화를 위한 IP취급을 받으면서 문장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업계 관계자들도 있지만 그래도 저는 리듬감이 있고 기교가 있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좋아요. (오디오북 관계자님들 청탁 플리즈) 모든 문장을 시처럼 쓴 <과자로 지은 사람>에서 뽑았습니다.

과자는 왜 오븐에 굽는데도 도자기처럼 단단하지 않을까.

사람의 마음은 왜 과자처럼 부서질까.

(오디오북으로 낭독을 들으시면 정말 시 낭송 같아요)

오디오북은 여기 오디오코믹스(AudioComics)

10.내가 쓴 글 중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하는 장편, 중단편 각각 하나씩. (장편 없으면 중단편 2개도 괜찮음. 선정 이유까지.)

중고등학생 때 국어시간에 카프(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 사회주의자 작가들) 문학을 좋아했어요. 질풍노도의 사춘기에는 ‘설렁탕을 사 왔는데 왜 먹지를 못 하니’ 이런 결말보다는 화끈하게(?) 지주의 집에 불을 지르거나 소작쟁의/노동쟁의를 하는 결말이 더 마음에 들 수 밖에요. 소설을 쓴 이후로 늘 ‘나를 위한 카프 소설’을 ‘셀프 선물’로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무공장 노동조합 조합장과 카프 작가의 로맨스(카프 서기장 임화도 로맨스 소설 썼습니다. 데이트랍시고 야학하고 손잡고 뒷산올라가고 ‘사랑의 도피’가 좀 야반도주처럼 보여서 그렇지 로맨스 맞긴 맞아요.)를 썼습니다.

장편은…사제가 제물로 바치던 반인반수와 사랑에 빠져서 사랑의 도피를 하려고 하는…로맨스판타지인데 주인공이 신을 위한 찬가를 부르는 사제이다 보니 말투, 문장, 내용이 종교적이고 우아합니다. 공지사항 게시판에 주인공의 나라 왕조 역사가 올라가 있는데, 읽고 오시면 반전에서 아…!하시게 됩니다.

…10문 10답을 적다 보니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고찰을 해 보게 되네요. (갑자기 초심 찾는 시간)

우리 모두 당장 성과가 나지 않고 무용해 보이더라도 조금만 지치고 브릿G에서 소설이든 리뷰든 쓰면서 오래 길게 보아요.

한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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