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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에 이어서.) 소설가에게 영감을 줄 만한 게임 추천.

분류: 수다, 글쓴이: 이스트라이트, 5월 17일, 댓글8, 읽음: 133

브릿G에서 게임에 대해 이야기해주시는 분이 계시다니 이 얼마나 가뭄의 단비같은 글인가! 이런 글을 한번 써 보고 싶었는데 브릿G에도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이 많았군요. 그래서 쁘렝땅님을 따라 마치 한 권의 훌륭한 SF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것처럼 느껴지게 해주는 게임 작품들 세개만 (사실 제 개인적인 인생 게임이기도 하지만)을 작품소개처럼 추천드리고 갑니다.

(잔혹한 장면이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SOMA캐나다 토론토에 살고 있는 평범한 서점 직원인 사이먼 자렛이라는 25살의 청년이 차 사고로 인한 지속적인 뇌 출혈로 인해 자신이 겨우 몇 달 뒤에 죽는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마지막 희망으로 어느 대학 프로젝트의 실험적인 치료를 받기 위해 뇌 스캔을 받습니다. 그가 뇌 스캔을 받은 직후, 갑자기 그는 어둡고, 끔찍하게 뒤틀린 로봇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색 액체가 흐르는 해저 기지의 연구소에 정신을 차립니다. 그곳에서 그는 살아있는 사람을 찾아 헤매지만.. 이윽고 그곳에 일어난 충격적인 진실과 운명을 알게 됩니다..

소마는 서바이벌 호러 심리적 공포 게임이며,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호러 게임 하나로 거론되는 ‘암네시아 더 다크 디센트’의 제작진 프릭셔널 게임즈의 SF 호러 게임입니다. 이 작품은 스토리는 플레이하는 당신에게 존재론적 공포를 선사할 것입니다. 중학생 시절부터 제작사의 왕팬이었고, 2015년 출시 몇 년 전부터 이 작품을 기다려온 뒤, 출시하고 나서 곧바로 엄청나게 높은 기대치와 함께 플레이했지만, 그런 제 기대를 훨씬 넘어서고, 엔딩 이후로도 충격과 깊은 여운을 남겼던 작품입니다. 공포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 SF적 호러를 좋아하시는 분들, 인간의 정체성과 같은 철학적 질문에 대해 사색하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제가 호러를 쓰는 방식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시 공포 소설이나 영화는 볼 수 있지만 호러 게임은 도저히 못하겠다는 분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작진이 그걸 알고 친절히 ‘안전 모드’라는 난이도를 추가하여, 게임 속에서 적들에게 쫓기면서도 죽을까 조마조마하지 않고 스토리에 집중하실 수 있도록 죽지 않게 해주는 난이도가 있답니다. 게다가 전작인 암네시아보다 공포감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받으니 부디 한번만 플레이해주세요.. 왠만한 유명 SF 문학 작품과도 맞먹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굽신)

공식 한글화는 없지만 유저들이 만든 훌륭한 퀄리티의 한글패치가 있습니다. 무려 게임 속 포스터와 메모를 포함한 모든 영문도 이미지가 한글화되어 있답니다! 한글패치도 쉽죠! 복사 붙혀넣기 끝!

 

(예고편은 1편이 아닌 2편입니다.)

Portal & Portal 2 당신은 애퍼쳐 사이언스 연구소의 피실험자로서 유리로 둘러쌓인 실험실에서 깨어납니다. 기계 같은 음성의 실험 진행자가 카메라를 통해 당신을 감시하며. 각각의 첨단 과학적 실험을 진행합니다. 실험이 끝나면 축하 파티를 열며 케이크도 드린다네요. 그런데 가면 갈수록 이 연구소는 이상합니다. 사람은 왜 안 보이는 걸까요? 왜 진행자는 가끔 말할 때마다 이상한 노이즈가 섞인 목소리를 내는 걸까요? 그리고 왜 실험실에서 발견한 숨겨진 장소에는 ‘케이크는 거짓이야’라는 글귀가 벽에 적혀있는 걸까요? 당신이 실험을 하나씩 완료하고 다음 실험실에서 실험실로 이동할 때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누가 저에게 공포 요소나 어려운 난이도 없이 남에게도 당장 추천해줄 수 있는 인생 최고의 게임을 1초의 고민 없이 말하라고 한다면. 사실 대답은 굉장히 간단하답니다. 포탈 시리즈는 제가 처음으로 게임이라는 매체에 흥미를 가지게 해준 하프라이프(처음으로 게임이 문학과 영화만큼 훌륭한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고마운 게임)의 제작사 ‘밸브’의 SF 퍼즐 게임으로. 당신은 오랜지색 점프 슈트를 입은 여성 피실험자로서. 시공간을 왜곡하여 공간 이동 관문을 만드는 첨단 장비인 ‘포탈 건’을 가지고 여러 퍼즐을 풀게 됩니다.

너무 유명한 퍼즐 게임이라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그럼에도 추천 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1편과 2편이 있지만, 사실 파트 1과 파트 2의 느낌이랍니다. 1편이 그저 프롤로그 수준이었다면. 2편은 완성판의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출시한지도 벌써 10년도 훨씬 넘은 게임이지만, 모든 명작이 그렇듯이 처음 2편의 엔딩이 보고 난 후의 여운이 1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로, 저는 지금도 2편 기능에 포함되어있는 ‘유저들이 만든 실험실’ 을 통해 가끔씩 이 작품을 플레이하고 있답니다.

스토리도 정말 휼륭하고 여운을 주지만, 이 게임은 제가 지금까지 본 가장 훌륭한 퍼즐 메카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어를 정말 창의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죠. 기억하세요. 당신은 SF 작품 속 위기를 극복해내는 주인공처럼 생각해야 합니다. 이 게임을 하는 당신은 공간 이동 포탈을 마음대로 만드는 포탈 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학의 힘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해보세요!

참고로 우연히 방금 추천해드린 SOMA도 어느 정체를 알 수 없는 연구소가 주제인데.. 우연의 일치입니다. 물론 제가 좋아하는 소재이긴 하지만..

 

 

Outer wilds – 당신은 어느 먼 우주의 조그만한 태양계의 조그만 행성 ‘목제 화로’에 사는 양서류같은 인간형 토착 종족 ‘화로인’입니다. 당신은 아우터 와일드 탐험대의 새로운 일원이며, 태양계를 마음대로 이동하는 우주선을 타고 수 십만년전 태양계에 존재했던 고대 외계 종족 ‘노마이’가 남긴 신비한 유적들을 탐험하며. 벽화와 오래된 유물 속 기록을 통해,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왜 먼 옛날에 사라졌는지를 알아내려고 합니다. 당신이 우주선이 준비되어 발사되길 기다리는 첫번째 날. 당신은 우주선을 타고 태양계의 신비한 행성들을 탐험하던 도중. 당신에게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고.. 죽은 줄 알았던 당신은 깨어나보니… 모든 것이 그날 당신이 처음 깨어난 시점의 시간으로 되돌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발생한 22분 주기의 타임 루프속에서. 당신은 자신이 타임 루프에 갇힌 이유와. 신비한 고대 종족 노마이들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우주적 진실을 맞이합니다.

솔직히 이 게임을 추천해도 될까 고민했습니다. 위에 작품과 맞먹을 정도로 2019년에 깜짝 출시해 수 많은 게임상을 휩쓴 이 게임은, 훌륭한 스토리, 사운드트랙. 우주적인 경이를 안겨주는 게임이지만.. 만약 플레이 하실 분들에게 주의드리자면.. 이 게임은 정말 극악으로 어렵습니다! 22분동안 몇번이고 태양계를 탐험하며 사망하고 다시 살아나는 타임 루프 장르 속 주인공의 심정을 직접 체험해보세요!!

이 게임이 왜 훌륭한지 설명해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게임은 그야말로 ‘미지의 경이 그 자체를 체험’하게 하는 게임이기에, 그것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눈부시게 빛을 발하고 미리 알면 빛이 바래지기에, 무조건 스포일러를 피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한 모두를 대변해서 말하자면, 공략 보지 마세요. 이 게임은 당신을 탐정으로 만드는 추리 게임이기도 합니다. 직접 플레이 하실 분은 절대로 공략을 보지 마세요! 공략을 통해 스포일러 당하면 추리의 재미를 잃고 게임을 하는 의미가 전혀 없습니다! (플레이 한 분들에게 물어보면 정말로 전부 같은 대답을 하실 거에요.)

하지만 감히 이 게임의 자비없는 난이도를 감당하실 정도로 용기 있는 플레이어. 엄청나게 SF와. 우주 탐험과, 타임 루프 장르와, 추리 미스터리물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온갖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게임의 끝의 도달했을 때.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이감과 여운을 가지게 될 수 있을 겁니다.

공식 한글화가 있지만.. 한글화 수준이 형편없습니다. 온갖 오역들과 NPC들의 어울리지 않는 말 때문에.. 한글패치가 있으니 적용할 수 있지만, 조금 까다롭답니다. 그래도 가급적 한글패치 하는 것을 권장드려요. 그리고 중요한 것. 제목이 아우터 월드가 아니라 아우터 와일드에요! 아우터 월드라는 비슷한 이름의 게임이 있는데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부디 혼동해서 다른 게임을 찾지 않으시길..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 우주를 탐험하고 미지의 세계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발견하고 싶었던 꿈을 직접 체험하게 해준 굉장한 게임입니다..

위의 세 작품 모두 스팀에서 평가 점수가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은 명작들입니다. 세 게임 모두 게임상을 수상했고요. 인생에서 한번 씩 읽거나 감상하면 좋은 문학과 영화가 있듯이. 이런 게임도 한번쯤은 시도해봐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이스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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