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7년 위험한 일은 로봇으로 대체 되었다. 인간 의식이 접속해 조종할 수 있는 형태이다. 아바타 형태의 임대로봇 초기 제품은 간혹 특이한 에러가 발생하기도 했다
– error error error, 에러가 발생 했습니다.
“아, 또 무슨 에러야”
“글쎄 말이야. 또 에러네. 근데 너 누구냐?”
“..이게 뭔 소리? 그러는 넌 누구냐?”
“나, 이 로봇에 연결된 사용자.”
“무슨 소리야. 이건 내가 사용하는 로봇인데!?”
시스템 에러로 하나의 로봇에 두 개 의식이 연결되고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연결된 알렉스와 아밀라는…
시스템이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로봇 안에서 함께 살아가게 될 상황이다. 몸은 의식이 되돌아가기 전까지는 마취된 상태처럼 잠든 상태다. 싸구려 로봇으로 겨우 먹고 살아가는 알렉스는 또 다른 걱정이다. 그와 달리 아밀라는 만사태평 여유롭다. 태도 때문에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멍청한 듯 하지만 잡다한 지식이 많다.
“에러라잖아. 뭔가 잘못 되어, 잘 못 연결된 거지. ㅉㅉ”
“어이가 없네. 별 놈의 에러 다 보겠네.”
“그러게, 하지만 상황이 어쩔 수가 없네. 상황이…”
“아무튼, 나 일해야 하니까 방해 하지 마. 바뻐!”
“어라… 나도 로봇 쓸 사용권 있어. 왜 이래?”
“나 돈 벌어야 한다구.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데, 굻어 죽는 꼴 볼래? 아니면, 네가 나 먹여 살릴래?
“어라, 무슨 소리야? 봐, 넌 지금 그냥 의식이잖아. 설마 굶어 죽겠어?”
농담 따먹듯 가벼운 말투에, 알렉스는 그저 입을 다물어버렸다. 막상 그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자, 로봇 속의 또다른 이는 굳이 말리지 않았다. 다만 가볍게 혀를 찼을 뿐이다.
“농담도 못하나? 제멋대로 움직이고 난리야. 그래, 이름이나 알자. 자기소개 좀 해 봐.”
“알아서 뭐하게? 에러 해결 되면, 곧 헤어질 인연. 그냥 조용히 계시다 나가서”
“이봐? 알렉스”
“어, 너 내 이름 어떻게 알고 있어?”
“어이구 꼴깝떤다 아무데나 이름 흘리고 다니면서 뭘 어떻게 알아. 그나저나 나는 아밀라야. 반갑다. 악연이든 선연이든 일단 이것도 인연이잖아.”
“근데, 너 왜 반말인데?”
“그러는 너는? 너 이놈 요즘 세상 바뀌어 가는 거 모르고 사는구나 응?”
“뭐? 이놈? 너 이년 몸뎅이 못 본다고 막말이네. 허-”
“너도 해봐 자식아. 이게 서로 모르는 네트워크 세상에서 얼마나 재미 있는데. 호.호.호 아, 짜식 쫌생원 같기는…”
“아, 이년이 미쳤나~ 아무리 얼굴 안 보이고, 서로 모르는 사이라도 그렇지. 자꾸 막말할래? 나 같은 착한 사람 나쁜 사람 만들려고 하지 마셔. 응~ 알았지? 못난아~”
“아유~ 알겠어요.”
그나저나 함께 있는 동안 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도울 일 있으면 도와 줄 수도 있으니, 필요하면 말하셔요. 허접씨. 크크
“…… 휴~~…”
“……휴… too~~”
‘……, ……’
“말좀 해봐~? 왜 이렇게 조용해요?”
“이러다 영영 못나가고 갇히는거 아냐 이거…” 그는 갑작스런 상황에 걱정이 들었는지 주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설마?… 그럼 또 어때? 이렇게 우리끼리 오붓하게 사는 거지. 호호호호”
“재수 없는 소리 그만하고, 조용히 계셔주면 고맙겠수…”
“……, 넹…”
“…근데 진짜 뭔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여긴 대체 어디지? 시각센서가 아무것도 읽어내지 못하고 있어. 도대체 우리 주인은 우릴 어디에 둔거지?”
“보나마나 창고겠지 뭐. 시각센서가 꺼져 있다라…켜볼까?”
“…안 켜지는데?”
“기다려, 인마. 자…어라? 안 켜지네?”
“이 고물투성이 모델은 대체 작동하는 게 뭐야!”
‘”잠깐, 일단 움직여 보자. 설마 다리 관절도 작동 안하는 거야?”
“다리 관절? 우리 안드로이드 형 로봇인가?”
“움직여 봐야 알지. 좋아…어?”
“무슨 일인데?”
“다리가 오른쪽 밖에 안 움직여. 고장 났나…”
“잠깐…이 멍충아, 거짓말 하지마. 왼쪽 밖에 안 움직이는 구만. 방향감각도 없냐?”
“뭔 소리야, 진짜 오른쪽 다리만 제어가 되는 걸?”
“어? 방금 그 오른쪽 다리, 너가 움직인거야?”
“그래…어? 그럼 왼쪽은 네가?”
“그렇다는 건…”
“우리 지금 각각 한쪽 다리씩만 제어할 수 있는 거야?”
한 로봇안에 담긴, 두 의식이 처음으로 같은 말을 외쳤다.
“젠장, 최악이다!”
“별, 참… 황당한 일 다 보겠네…”
“지금 이거 너랑 마음 맞춰서 움직이라는 거야? 뭐야 이게… 별 이상한 게 허락도 없이 들어 오질 않나… 밖으로 꼬이고 안으로 꼬이고 참 제수 없는 날 연속이네…”
“한심스럽네… 으이구”
그때 밖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야 셋에 같이 일어나는거야. 할 수 있지?”
“내가 왜?”
“아 좀!”
“알았어”
“하나… 둘…. 셋!”
임대 로봇이 휘청거리며 일어났다. 알렉스가 손을 뻗자 철제로 된 무언가가 앞을 막고 있음이 느껴졌다. 아밀라는 위로 팔을 뻗어 천장을 가늠해보았다.
“뭐야 엄청 낮네?”
“시각 센서가 고장난게 아닌 모양인데..?”
“그럼?”
“우리 갇혀있어”
머리 위로 한뼘 남짓한 공간과 팔을 다 필수도 없는 좁은 곳이었다. 알렉스는 뒤에서 앏은 빛이 들어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문을 등지고 있던 것이었다. 몸을 돌려 보려던 찰나 뻐근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문을 열었다. 탕탕 소리를 울리며 로봇이 뒤로 넘어졌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어?”
“누구세요? 좀 도와 주세요?
“도와줘? 까불고 있네. 그만 버둥거리고 가만히 있어.”
“너 이 새끼 누구야? 어?”
‘아, 왜 하필 이럴 때…’
“ㅎㅎ, 날로 먹었네. 고철 덩어리”
“어머 어머, 저 자식 누구야? 도대체 무슨 수작인거야?”
[아-앜….]
‘……, ……’
“뭐지? 조용해졌어.”
알렉스는, 정확히는 알렉스와 아밀라는 동시에 로봇몸을 일으켰다.
방금까지 총질을 하던 소리가 없어졌다. 시각센서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끝난 건가?” 알렉스가 말했다.
“끝난 것 같은데?” 아밀라가 말했다.
“끝난거 아니거든?”
낯설은 제 3자가 말했다.
“으아아악!”
“너, 너는 누구야!”
로봇 몸에 새로운 의식이 하나 더 들어와 있었다.
“워워, 진정해. 일단 이 방에서 나와서 밖을 둘러보라고.”
로봇이 천천히 발을 밖으로 내딛었다.
“이럴 수가…”
밖의 상황은 완전히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인간들이 로봇들을 무차별적으로 박살내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너네 모르겠어? 왜 두 개의 의식이 한 몸 안에 있는지? 지금 인간들이 로봇 몸을 전부 폐기하고 있어. 몸을 잃은 의식들이 다른 몸으로 옮겨 다니고 있지. 완전 포화 상태야.”
“아, 그래서 그런 거구나…”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그래서 어쩔꺼야?”
“뭐?…”
머뭇거리는 순간 총질이 도로에 퍼부어졌다.
“일단 도망칠까?”
“달려!”
로봇이 어색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얌마! 똑바로 안해!”
“아니, 그 관절은 너가 다루는 거라고!”
“젠장, 셋이서 한 몸을 쓰니까 난장판이 따로 없네.”
마치 2인3각 달리기, 아니 3인4각 달리기를 하듯이 로봇들은 움직였다.
“내 구령에 맞춰 움직여. 하나 둘, 하나 둘 1,2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야, 이러다가는 개작살 나겠다. 그냥 일단 구석으로 굴러서 피해?”
“그래, 그래. 일단 피신부터 하자고. 그나저나 아까 그 고물 취급하던 놈은 어디 간거야?”
“다른 놈한테 당한거 같은데… 아까 앜`소리 그 놈 같던데…”
“그래?”
“혹시, 너 배꼽에 달린 리셋 버튼은 눌러 본거야?
“벌써 수 없이 눌러 봤지. 그걸 말이라고 해. 누굴 초보자로 아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까먹고 있는 줄 알았지.”
“어라, 다시 눌러보니. 뭔가 다른 거 같은데… 너 다리 한번 움직야봐.”
“작동 되는데! 팔은?”
“손은 내가 되는데… 그럼 다시 리셋 누르고 시도. 어 이제 된다.”
“내가 안되는데…”
“야, 이거 내가 임대한 로봇이야? 너는 이제 그냥 가만히 있기나 해. 아니면 나가든지. 야? 새로 들어온놈. 너도 나갈 수 있나 해봐?”
“헐… 벌써 튕겨져 나갔나 본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 내가 사실은 사람이 아니고, 인공지능 프로그램이거든… 미안하지만, 지금까지 장난했다. 이건 다 내 주인 여자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연결되어서 어쩔 수 없어. 호호호”
“하, 도대체 뭔 소리야. 네가 그럼? …. 참…나!”
“그래서 난 그녀가 나에게 접속하지 않는 한, 이렇게 너하고 계속 지내야 해.
[속보입니다. 테러리스트로 알려진 단체가 로봇을 잡아 전쟁터에서 사용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사냥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자 로봇은 각별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4차 대전이 일어 날려고 이러나…”
“혹시 내가 도울 일 있으면 예기해. 이래봐도 내가 꽤 많은 능력이 있다고”
“야, 그냥 잠자코 있어. 인공지능 주제에… 아직까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게 있어. 감각 기관에 연결된 냄새도 못 맞는 주제에…”
“위험해- 피해”
“아앗…”
“봤지? 내가 실제 냄새는 뭔지는 몰라도, 주변 감지는 빠르다고. 이렇게 먼저 알려 주잖아.”
“…그래. 인정한다. 고맙다! 고마워.”
“고마워할 거 없다. 난 그런거 아직 잘 몰라. 한가지 기분 나쁠만한 걸 얘기해 볼까? 인간이 아직 일을 할 수 있는건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거지. 로봇과 연결된 인공지능이 왠만하면 다 하는데도, 냄새와 맛과 촉? 어떤 느낌적인 느낌의 직감은 아직은 우리가 대체하기 힘들긴 하지. 그렇지만 그게 얼마나 갈까? 잘 생각해봐.”
“……, … 너는 성적 쾌락을 아냐? 섹스도 모르는 주제에, 말이 많아.”
“헐… 갑자기 웬 섹스 이야기? 그래서? 너는 지금 이 상태로 할 수는 있다냐? 너도 지금은 나와 별반 다를게 없어. 네 몸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간다고 해도 로봇보다 못한 물렁 몸으로 뭐하게?”
“물렁 몸이라도 느끼고 싶다. 시원한 바람, 맛있는 음식, 향기로운 냄새, 촉촉한 감촉, 감미로운 노래, 노곤한 잠까지… 이 지긋지긋한 깡통 생활 끝내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고. 젠장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어. 꼬이고 또 꼬이고… 너까지 왜 여기 있냐? 인생 참 그지 같네.”
“왜? 낭만적인 생각을 하다 짜증을 내는데? 거봐 인간아. 인간은 그게 문제야 짜증내고, 화내고, 분노하고 결국 참다 참다 못하면 싸우고 그것도 모자라 단체로 지랄을 하면서 전쟁까지 일으키지. 왜 꼭 죽여야 하는데? 인간이 말을 할 줄 알고, 글을 배웠으면 서로 좋은 방향으로 윈윈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거 아니야? 성질만 드러워 가지고… 쯔쯔쯔”
“네가 뭘 안다고 아는 척이야? 그래 네 말이 맞긴 맞는데, 그… 저기… 됐다. 아이고, 저걸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내가 바보지…”
하고 싶은 말은 많았으나, 알렉스는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어 말을 하려다 말았다.
“왜? 허무하냐? 아니면, 나를 만든 사람이라도 연결 시켜줄까? 수컷이 좋아하는 암컷인데… 호호호”
“……, …”
“왜, 이렇게 조용해? 시끄럽던 밖도 조용하고, 너도 조용하고… 무슨 상황이지? 무슨 말이라도 해봐~”
“뭔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상황 종료 된건가?”
알렉스는 침묵을 깨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한 후 다시 침묵했다.
하지만 그것은 상황 종료가 아니었다.
더 큰 사태가 벌어지려 했다.
“안녕하심까.”
“너는 누구냐?”
알렉스는 기가 막혔다.
처음 본 녀석이었다.
“지금 시스템 변경을 시작함다.”
두두두-
굉음이 의식을 파고들었다.
라디오 주파수 맞추는 듯한 소리였다.
“으어어…”
알렉스는 깊은 꿈나라로 빠져들었는데.
“……, …..”
어둠 짙은 암흑의 공간 빛이 들어오고
“너 누구야?”
“나?”
“여긴 어디고?”
“여기?”
“그래, 도대체 무슨 상황이냐고?”
“…, 상황 끝. 여긴 우리집이야 다시 말해서 반 인공지능 로봇에서 다시 시스템으로 연결되서 복귀했다는 거지.”
“그래서? 왜 내가 여기 있냐고?”
“너는 내 인공지능이 연결된 네 로봇 정보로 너를 알게 되었지.”
“그래서, 너는 누군데?”
뜻하지 않게 순식간에 자기 몸으로 돌아온 알렉스는 생전 처음 보는 여자에게 놀란 눈을 하며 물었다.
“나? 나는 네 로봇과 연결된 인공지능 개발자”
“그래서?”
“너 행적을 알아보다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지. 그래서 여기로 데려 왔어.”
“그게 뭔데?”
“내가 옛날 어렸을 때 좋아하던 코흘리게 동네 풋사랑. 호호호호”
“뭐라고?”
“나, 혜경이야. 기억해 어려서 네가 살던 동네로 간 날 산속에서 우연히 만났다가 서로 좋아해서 자주 만났는데,
부모님때문에 헤어지게 되었던거?”
“혜경이… 아, 그 그 네가 혜경이라고?”
“그래, 이런 인연도 다 있네 싶어지. 근데 상황이 너무 안좋은 것 같아서. 내가 발벗고 나섰지.”
“…”
“그래서 네가 여기까지 오게 됐지. 한마디로 내가 널 구출해 살려낸 거다, 이 말이야.”
“고맙긴 한데….”
뭔가 좀 이상했다. ‘내가 혜경이를 좋아했다고’ 그가 생각을 떠오르려던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감싸 돌았다.
“설마 진짜 믿는 건 아니겠지? 하하하 호호호”
얼굴빛이 점점 바뀌어가는 아밀라 개발자라고 하는 여자.
“솔직히 말해. 네가 혜경이라는건 알겠는데.. 네가 날 좋아했다고?”
“네가 한짓을 생각해봐? 내가 널 좋아하겠냐고… 어? 빙신아.”
“설마… 너?”
“하; 이제야 분위기 파악 하나 보네… 그래 이 쓰레기 같은 자식아. 니가 나 왕땅 시키고 못살게 굴던거 내가 잊은줄 알아? 그 트라우마 때문에 평생 고생했어. 너도 똥으로 맞아 보고, 옷 홀닥 벗겨져서 길가에 나 앉아봐 이 새끼야?”
“…. 그걸 왜 이제 와서. 그거 다 옛날 이야기잖아?. 어렸을때 뭣 모르고 하던 걸 왜 그래?”
“왜 그래? 사과도 할 줄 모르는 놈. 너도 한번 당해보고 예기해 이 개시키야”
“그래 내가 잘 못했어. 나도 아주 많이 후회하고 있어. 그러니 이제 좀 용서해줘.”
“이미 늦었어 새끼야”
밝았던 공간은 철문이 -`쿵`-하고 닫히는 소리와 함께 어둠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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